임우진 민선 6기 광주 서구청장

최근 우리지역의 정치적 민심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견고하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같지 않다. 언론, 시민사회, 정치권, 지역주민 등 모두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쉽게 나오고 강도도 높아졌다. 우리지역에서는 그동안 “지역독점 정치구조”라는 말을 언급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은 별로 거리낌 없이 문제가 그것 때문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대선이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역언론을 모니터하고 ‘민주당 맹포화, 과제는 정치독점타파’라고 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민주당에 ‘지역정치 독점 해소’를 요구했다. 경실련도 ‘유권자의 힘으로 당당하게 민주당 일당 독점을 깨뜨리자’고 촉구했다. 국민의 힘 시장후보도 ‘일당독점 타파로…광주 발전 이루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상당수 낙천자들은 불공정을 주장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평소 지역독점 정치구조의 장기화로 인한 지역역량의 쇠퇴를 강력히 문제제기해 온 필자는 이런 변화를 매우 의미있게 생각하면서, 보다 적극 대응으로 지역정치와 사회발전의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지역의 일당독점 정치구조는 오랜 낙후와 소외, 차별의 극복, 5·18의 상처치유를 위한 투쟁과정에 지역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정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형성되고 고착됐다. 정치권력의 독점지배가 장기화되면 세력이 확대 강화, 지역사회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사회는 비판의식 약화와 다양성 상실로 차츰 획일화 된다. 그리하여 점차 통제받지 않는 독점권력이 되어 사회는 활력을 잃고 비능률과 낭비, 불공정, 부패에 이르게 된다. 선거 때마다 불공정공천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지역의 문제가 민주적 합리적 절차로 논의 되지 못하는 것도 다 이런 결과로 인한 것이다.

금번 선거에서 영호남의 무투표당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영호남의 정치적 독점의 고착화로 지역사회가 얼마나 다양성과 활력을 잃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의 무투표 당선은 전체가 112명인데, 이중 호남 62·영남 45로 전체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즉 영호남 지역은 특정정당 외에는 정치적 도전조차 꿈꾸기 어려울 만큼 획일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양당은 영호남을 30여 년간 독점지배하면서 지역의 희생 아래 누려온 독점권력의 손쉬운 정치를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민들은 독점지배의 폐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조건적 지지로, 지역역량은 쇠퇴하고, 중앙정치의 과격한 대립갈등을 촉진하는 지원기지가 되고 있다. 독점의 폐해는 어떤 개인이나 특정집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권력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그리하여‘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철칙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영호남의 지역독점지배 구조는 정치와 지역,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어 있다. 그러나 영남지역이 지역독점 정치구조 개선 논의가 활발한 것과는 달리, 우리지역은 관련한 문제제기나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최근 우리지역의 지역독점 정당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지역정치구조와 그로인한 문제점이 공론화된 것으로 매우 의미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촛불혁명으로 광주주도로 확보한 정권을 무리한 국정운영으로 야당에게 넘겨 주고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고, 대선패배 이후에도 계속 무리한 검수완박을 추진하여 민심과 멀어진 상황에서, 자기사람심기, 공정치 못한 특구설정, 권리당원 동원경쟁 등 구태의연한 공천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이러한 민심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어떻든 간에 지역사회가 지역문제를 찾아 공론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역사회가 아무리 중병에 걸렸다고 해도 그 사실을 바로 인식하면 치유할 수 있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알았으니 다행인 것이다. 이제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그 원인과 처방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 찾아야 할 때다. 둘째, 민주당의 쇄신과 결단이 중요하다. 지역민의 일방적 지지에 기댄 쉬운정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당 안팍에 문을 활짝 열고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진정한 민주정당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헌신함으로써 지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일신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정에 약속한 다당제를 조속히 실천해 정당간 협력과 경쟁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셋째, 양식있는 시민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가장 수준 낮은 정치꾼의 지배를 받는다. 정치는 비판하는 만큼만 변화하고, 국민수준을 능가하는 정치는 없다는 진리를 명심하고, 민주시민교육과 진정한 주민자치 육성 등 주민의 민주의식과 역량수준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다해야한다.

지역 정치지도자의 길을 가고있는 분들은 민주도시라는 우리지역이 일당독점의 장기화와 권력쟁취를 위한 세력화 경쟁으로 날로 분열· 황폐화되고 질 낮은 사회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면서 선거에서 당선되고 권력의 지속을 위해 지역사회를 편가르며 분열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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