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광주송정역에서 열린 전국철도노동조합 호남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애리 기자

“연말이라 타 지역에 갈 일이 많은데……. 길어질까봐 걱정이 큽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간 5일 오전 광주 송정역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예매했던 표가 노조 총파업의 영향으로 취소됨에 따라 일부 이용객들이 일정에 차질을 겪어서다.

철도노조 호남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체 조합원 2천600여명 중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한 1천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광주 송정역 출발·도착 고속열차(KTX) 중 30회(호남선 19·전라선 11)의 운행이 중단됐다.

일반열차(ITX·무궁화)는 호남선 13회, 전라선 9회 등 총 22회가 운행되지 못했다.

이에 졸지에 발이 묶인 이들은 창구로 가서 “취소표가 있냐”고 물었으나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은 드물었다. 때문에 일부는 코레일 측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예매했던 용산행 열차가 취소됐다는 이덕호(60대)씨는 “인천까지 출장을 가야 하는데, 오후 열차 모두 매진이라 난감하다”며 “천안까지 간 뒤 입석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새로운 표를 구한 이들 역시 마음을 놓진 못했다.

시민 김모(30대·여)씨는 “열차 표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1시간 동안이나 취소표가 있는지 찾았다”며 “예정보다 늦은 시간의 표라도 겨우 구해서 다행이지만, 오늘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직접 운전해서 가야 할 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열차 이용객들의 이 같은 불편은 총파업 기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철도노조 호남본부는 이날 오후 2시께 송정역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1천여명이었다.

대회사를 통해 노조는 사측인 코레일에 ▲임금 가이드라인 2.5% 수준의 기본급 인상 ▲외주화를 통한 인력 감축 중단 ▲운전실 감시카메라 중단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공기업 중 최하위 임금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은 없고, 인력이 부족해 연평균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며 “미래가 없는 임금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조는 “전날 사측과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6가지 핵심 쟁점 사항 중 ‘4조 2교대’와 ‘승진 포인트제 도입’ 외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영진을 상대로 철도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화물열차는 호남선의 경우 평상시대로 운행됐으나 전라선은 31회 중 29회가 취소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 차질 등이 우려되고 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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