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위대한 국민의 승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14일 오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일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세 시간가량 남았음에도 일찍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곳 없이 붐볐다.

‘윤석열 탄핵 고3 연합’, ‘공연계의 빛과 소금 연합’, ‘호랑이 등 긁어주기 협회’ 등 독창성 있는 깃발로 무장한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아이돌 팬클럽의 응원봉을 들고 삼삼오오 집회에 참여한 이들도 자주 보였다.

영하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손과 귓불이 금세 꽁꽁 얼어 붉어졌지만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하라’는 외침과 팻말을 든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후 5시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표로 가결됐음을 밝히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선 세상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의 촛불집회에 함께한 참여자들은 이름도 모를 옆 사람의 손을 꽉 잡아 흔들며 “국민이 해냈다”고 환호했다.

광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김민지(23·조선대·여)씨는 “비상계엄 이후 일상에 대한 위협을 느껴 여행을 취소하고 집회에 참석했다”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감격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두 딸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김민기(52)씨는 “벅찬 마음 뿐”이라며 “자녀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에 함께했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발표 후 촛불집회 현장은 대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10-20대들이 주로 아는 대중가요부터 어르신 참석자들을 위한 옛 트로트 등 무대에서 연이어 나오는 ‘승전가’에 맞춰 참석자들은 응원봉과 피켓을 흔들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탄핵소추안 결과 발표 전 엄숙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국회 중계 화면만 바라봤던 시민들의 표정은 비로소 환해졌다.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눈 뒤 일부 참여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아있는 이들을 향해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를 건네며 핫팩과 먹거리 등을 나눠주곤 했다.

따뜻한 마음을 받은 참여자들은 떠나는 이들에게 “함께해서 고마웠다. 조심히 가시라”고 화답했다.

탄핵소추안 결과 발표 후 1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집회 현장을 지키고 있던 이들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가자고 결의했다.

12·3 비상계엄 후 국회에서 열린 집회에 줄곧 참여해 왔다는 오현석(27)씨는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첫 단추가 이제 끼워졌을 뿐”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투쟁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씨는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 과정과 재판 등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모든 순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여의도=안재영·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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