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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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에 무너진 아르헨티나
박연오 논설위원

  • 입력날짜 : 2013. 03.05. 00:00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 했던가. 요즘,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보노라면 영국의 미래학자 이언 앵겔이 자신의 저서 ‘지식 노동자 선언’에서 갈파한 이 문구가 새삼 떠오른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려면 현 정부가 자체 추산한 비용만 해도 135조원(연평균 27조원)으로 우리나라 국가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책연구원인 보건사회연구원은 그 비용이 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해 최대 GDP 대비 6%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니 말이다.

혹여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쏟아놓은 달콤한 호도가 아니었는지 의구심도 앞선다. 나라 살림이나 국가 경쟁력은 아랑곳했는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사를 통해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복지혜택이 대폭 확대될 전망인데, 먼저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오는 2016년까지 100%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월 4만-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1인당 월 10만원 가량이 지급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이를 두 배로 늘려 20만원 가량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주겠다고 공약을 했으나 그나마 인수위원회가 재원 부담을 우려해 차등화하기로 수정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도 대폭 늘려 우선 지급 대상을 ‘최저생계비 이하’에서 ‘중위소득 50% 이하’로 확대한다. 내년엔 국가장학금 예산을 4조원으로 늘려 반값등록금도 실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복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조달이다. 인수위는 5년 간 총 1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재원 마련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일부 복지 정책은 ‘공약 후퇴’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인수위는 금융소득과세 정상화, 비과세·감면 제도 손질 등의 간접증세와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견해이며, 올해 안에 증세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지금보다 대략 10-20% 정도 더 거둬야 실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 정도 수준의 세수증가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세출조정이나 조세특혜 및 지하경제 축소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새 정부는 지금이라도 과잉복지의 뒷감당을 못해 허덕이는 유럽, 일본,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의 실패 사례를 간과해선 안 된다.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무너진 아르헨티나를 떠올리기는 하는지 묻고 싶다.

아르헨티나 사회보장 제도는 선거 때마다 복지공약으로 유권자의 표를 끌어 모은 정치인들에 의해 자생력을 잃은 대표적인 국가다. 복지 지출로 재정적자와 외채가 늘어나자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외국에서 빚을 끌어다 썼다. 4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곡물과 쇠고기를 수출하면서도 정부예산이 포퓰리즘 복지 정책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20세기 초만 해도 세계 10대 선진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프랑스, 독일 등과 비견되던 수준이 작금은 슬럼가의 빈민과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세계 62위 빈국으로 추락했다.

분배 우선의 경제 정책과 나눠주기 식 복지 지출이 아르헨티나를 선진국에서 밀어낸 것이다. 오죽하면 아르헨티나의 복지 전문가들은 “현금을 뿌리는 무분별한 복지 지출로 정권을 유지해온 정치인과 정부 지원금만 바라는 사람들이 나라를 거덜 내고 있다”며 혀를 차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복지정책은 단순히 5년 임기 정부의 단기정책이 아니며, 한번 지급한 복지를 다시 회수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복지정책을 비용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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