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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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파업과 도요타의 50년 무분규
박연오 논설위원

  • 입력날짜 : 2013. 08.13. 00:00
노동계의 파업이 재계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악몽의 8월’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희비가 교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지난 2분기동안 전년 대비 87.8%의 영업이익 신장률을 보였지만, 기아차는 8.5%가 감소하는 초라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도요타의 배경에는 사측과의 관계를 ‘사업 동반자’로 인식하고 50여년을 무분규로 일관해 온 노동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출범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 연례행사처럼 밥 먹듯 파업을 하니 대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무엇보다 기아차의 노동생산성이 세계 최저수준이어서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즉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아차는 30.7시간으로, 포드(20.6시간), 닛산(18.7시간), 도요타(27.6시간)보다 길다.

그런데도 기아차 광주공장이 또 파업을 할 태세다. 오늘, 임단협 교섭결렬에 따른 파업여부를 묻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이미 4개월이나 지체되었던 증산지연으로 그렇잖아도 지역에 많은 걱정을 끼쳤으면서도 이제는 불과 5번째 임급교섭 만에 결렬을 선언했다 한다. 노조는 지난 7일 쟁의조정신청을 낸데 이어 오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과거 수없이 반복했던 관행대로 파업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아차의 교섭은 지난 5월부터 교섭을 벌여온 현대차와 달리 시작한지 불과 한달 째인데다 일주일간 단체휴가까지 끼어 있어서 사실상 노조 요구안에 대한 노사간 입장확인 정도 이루어진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임금교섭인 기아차의 요구안을 들여다보면 기본급, 성과급 인상 외에도 특별 요구안이 20개 항이나 된다. 일부는 단협사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는 회사가 이에 대한 일괄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렬을 선언했다.

이는 노조원 자신들의 요구만 목적에 둔 성급한 처사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록 파업이 노동법으로 보장된 권리라고는 하지만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언제나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기아차 노조가 교섭초기부터 파업카드를 꺼내 든 것은 언제든 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려는 의도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기아차의 파업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아차 노조 집행부 역시 파업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 요즘 같은 경제불황에 지역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임금과 복지가 지역을 넘어 전국 최고수준을 다투는 기아차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이번 광주공장의 증산과 관련한 채용에서도 수만 명이 몰렸고 합격하면 인생역전, 로또 맞는 것과 버금간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 그대로 기아차는 지역민이 선망하는 최고직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불만도 나온다. 과거 기아차 광주공장이 IMF 부도위기로 힘들 때 시민들은 광주공장 살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기아차는 2010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메가톤급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걱정만 끼쳐왔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는 고임금과 최고수준의 복지로 광주시민이 아닌 기아차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제 기여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아차의 파업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따라서 지역정서와 맞지 않는 임금 문제로 가뜩이나 고사위기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파업만큼은 제발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기아차 노조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자꾸만 지역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다면 지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결국 기아차에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작금의 기아차 광주공장의 상황은 파업보다 그 동안의 증산지연으로 발생한 피해를 하루빨리 봉합하는데 있다. 파업을 하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62만대 증산 프로젝트의 차질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터의 발전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마음가짐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앞서 다시 한번 냉정히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길 당부한다. 경제정의를 두고 갑을 논란이 뜨거운 지금, 부디 기아차 노조가 파업으로 비난받는 슈퍼갑 대기업 노조가 아닌 지역경제 발전을 회사와 함께 책임지는 슈퍼갑 노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세계시장의 치열한 무한경쟁의 난기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노사가 경쟁의 원리가 아닌 공동체 원리에 입각한 사업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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