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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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정가춘추] ‘쪽지예산’을 보는 몇 개의 시각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6. 11.01. 19:27
온 나라가 ‘최순실’로 벌집 쑤셔놓은 듯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지금 국회에서는 내년도 국가 예산 배정과 관련한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산심의 때가 되면 꼭 등장하는 용어 중에 ‘쪽지예산’이라는 것이 있다. 쪽지예산은 국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쪽지로 부탁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상임위에서 예산 심사가 끝나고 넘어오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계수 조정 소위가 진행되는데, 이 단계에서 등장하는 것이 쪽지예산이다.

‘쪽지예산’ 중앙·지방 시각차

쪽지예산과 관련한 중앙언론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 중앙 언론사의 기자는 “예산은 총액 안에서 움직이는 작업이다. 여기가 늘면 저기가 줄고, 저기가 줄면 여기가 는다. 결국 기재부와 상임위 차원의 논의를 거치면서 전체 그림을 보며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해 만든 예산안이 ‘쪽지 예산’으로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다”고 비판한다.

또 다른 중앙 언론사 기자는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예산은 주로 도로와 같은 SOC사업이 주를 이루는데, 해당의원과 건설업자의 유착 고리”라면서 “그럴 예산이 있으면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복지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솔직히 말해 일부분만 맞는 말이다. 지방의 입장에서 쪽지예산은 수도권에 편중된 국가예산을 조금이라도 지역으로 가져오는 불가피한 방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십 수 년 간 아무리 외치고 떠들어도 수혜 인구가 적다느니, 예타(예비타당성) 결과가 낮아서 안 된다느니 하며 거절당한 민원이 국회의원의 쪽지 하나로 해결되니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섬 출신 국회의원 A씨가 쪽지예산으로 자신의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했을 당시 중앙언론사로부터 ‘뭇매’를 맞자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 건설은 물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지만, 섬의 위급한 환자를 도시의 병원으로 빨리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SOC예산이면서 동시에 복지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지방의 SOC사업은 단순히 건설사업으로만 해석될 수 없다. 예컨대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산골마을과 인근의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도로 건설은 외형상 SOC사업이지만, 산골마을 주민들이 어떤 위급상황을 당했을 때 빠르게 중소도시의 병원과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복지사업’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실은 중앙적사고로는 미루어 짐작하기 쉽지 않다. 지방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지방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국가예산은 대체로 ‘힘’있는 지역이 염치없이 많이 챙겨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수도권과 지방의 예산불균형도 문제이지만, 같은 지방 중에서도 영호남간의 국비예산 격차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영호남 국비예산 격차 ‘심각’

국민의당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집권기인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동안 정부가 편성한 국비지원 예산 분석 결과, 영·호남 간 국비지원 예산 격차가 단순히 인구의 차이로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토부의 국고보조금 사업의 경우 영남권에는 11조2천455억원을 투입했던 반면, 호남권에는 4조6천607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국토부의 국고보조금사업은 재정비촉진시범사업, 노후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사업,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 도시지하철 건설사업, 도로건설 사업 등 각 지역 발전에 필수적인 국가예산이다. 같은 기간 미래부의 국가 R&D(연구개발) 사업도 영남권 16조8천99억원, 호남권 6조1천953억원으로 나타나 무려 10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하수도정비, 관로설치, 생태하천복원사업, 폐기물처리시설 확충, 상수도시설확충 및 관리사업 등을 포함하는 환경부의 국고보조금 역시 영남권 7조1천561억원, 호남권 5조1천637억으로 나타났다. 창업기업지원자금, 투융자복합금융,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신성장기반자금, 재도약기반자금, 긴급경영안전자금 등을 포함하는 중소기업청의 정책자금 지원도 영남권 8조7천66억원, 호남권 2조9천801억원으로 나타나 영남이 3배 가까운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김 의원은 “단지 영호남 인구의 차이로 이해하기에는 전 부처, 전 사업에 걸쳐 편중현상이 너무나 극심하다”고 개탄했다.

쪽지예산, 균형발전에 기여해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7일 국민의당 윤영일(해남·완도·진도) 의원의 ‘쪽지예산 관련 조사분석의뢰’에 대한 답변서에서 “쪽지예산을 통한 청탁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전에 예결위 구두질의 또는 서면질의로 자신의 지역구 예산증액 등을 요청했고 쪽지예산으로 이를 확인하는 상황이라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쪽지예산이 부정정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 만큼 올해 예산정국에서도 쪽지예산은 어김없이 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쪽지예산은 수도권이나 영남권에 대한 예산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기능해야 한다. 쪽지예산이 여전히 국가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오남용 된다면, 쪽지예산에 대한 지역민들의 시각은 오히려 원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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