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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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정가춘추] 지방분권개헌과 시민의 역량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6. 12.27. 20:04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제의 폐해로 인해 심각한 위기 징후를 보인지 오래다. 중앙은 인구집중, 돈 집중과 같은 과부하로 기능이 마비되고 지방은 중앙의 통제에 손발이 묶여 제대로 된 자치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도입된 지 24년이 넘었다는 지방자치는 여전히 말로만 자치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행 헌법체계가 중앙집권적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대한민국 헌법에는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단 2개에 불과하다.

헌법에 지방자치 조항 ‘단 2개’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도를 보여주는 수치는 지난 24년간 별로 변한 게 없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여전히 8대 2라는 것은 지역이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치역량이 2할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수도권 집중은 어떤가. 국토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의 49.6%, 사업체의 47.2%, 지역내총생산(GRDP)의 48.9%, 100대기업 본사의 86%, 은행예금의 72%, 은행대출의 68%가 몰려있다. 여기에 보건의료, 미디어, 문화예술의 심각한 편중현상까지 보태면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소외와 박탈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특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만들 수 있게 규정해 놓은 것은 지방의 창의력을 원천봉쇄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방에 꼭 필요한 입법도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이나 대통령·국무총리·각부 장관이 발하는 명령과 다르면 만들 수 없다.

막연히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과 같이 생각되는 ‘헌법’이 실상은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의 입법권은 물론이고 행정권, 재정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이 스스로 창의성에 기초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구상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필자는 중앙정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방정부’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법상의 공식명칭은 ‘지방자치단체’일 뿐이다. ‘정부’와 ‘단체’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 헌법에서 지방정부는 일개 ‘단체’로 규정된다. 쪽팔리지만 사실이다. 이제는 당당히 지방정부란 용어를 사용해야 하며, 그 호칭에 걸 맞는 권한과 책임도 함께 가져야 한다.

‘지방정부’에 맞는 권한·책임 필요

지방분권 개헌론자들은 이미 구체적인 청원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컨대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을 명시하고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임을 규정, ‘국민은 직접 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두며 ▲제4조 통일 원칙에 지방분권질서를 포함하고 ▲현행 헌법 내 제8장에 위치한 지방자치 규정을 앞으로 당겨 제3장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관한 장을 신설하자는 등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방분권개헌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은 아직까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사회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가장 열띤 주제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와 복지담론에서도 분권적 체제로의 전환 같은 정치제도 개혁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시급한 현안이지만, 지방분권 같은 제도개혁은 한가한 소리라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은 선진 각국이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창의적 혁신을 통해 경제와 복지의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이다.

정치권력은 속성상 하나의 기준으로 사회전체를 다스리고 통제하기 좋아하며 권한의 배분이나 다양성, 자율성의 가치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답은 자명하다. 지역시민 스스로 힘을 모아 주체적 역량을 기르고 그 역량을 통해 중앙집권적 구조를 지방분권적 구조로 바꾸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시민참여체제로, 중앙 집중사회를 개개 지역의 창의와 역량이 발휘되는 지역 분산사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호남, 영남, 충청, 강원, 제주, 경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분권 노력, 시·도민들이 나서야

내년 1월 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을 비롯한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지방분권협의회(준), 전국지방신문협의회, 한국지방신문협회, 지역방송협의회 등 지방분권관련 11개 단체가 공동으로 국회에서 ‘지방분권개헌 추진 결의대회’를 갖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가 참석해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중에서는 김경진, 박지원, 송기석, 윤영일, 이개호, 주승용, 황주홍 의원(가나다순)이 참석한다. 이들 외 나머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지방분권개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날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에 불참하는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날 행사가 전국의 시·도민들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인식과 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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