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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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1천500년 전 유적 가득한 고대 항구
[신 해양실크로드] 남인도의 마하발리푸람 (4)

  • 입력날짜 : 2017. 04.04. 19:00
여행은 왜 가는가?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힘들고 지겨웠던 여행이었다 한들 그것이 즐거웠다고 미화한다. 남들의 이목에 많은 신경을 쓰는 한국인 특성상 여행을 자랑으로 삼기 위해서인 면도 있다. 그러나 이국적인 곳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겨운 시간을 보냈어도, 일상으로 되돌아오면 추억이 되고 여운이 남기 때문에 그 시간이 미화될 수밖에 없다. 여행은 혼자 가야 한다. 여행은 현지인과 접해야 한다. 일행과 동행하면 그런 기회를 갖기 어렵다. 수줍음을 극복하고 먼저 다가가라. 차 한잔 얻어먹을 수 있고, 어떻게 사는지 가정집 내부도 살필 수 있다. 현지 친구도 사귀게 된다.남인도의 고대 항구, 마하발리푸람! 옛 해양실크로드의 거점답게, 마을이 온통 그 때의 유적으로 가득 차 있다. 한때 로마와 중국에까지 사신을 보냈던 대제국 ‘팔라바왕국’의 외항! 달마대사 고향이고, 혜초 스님이 다녀갔으며 김수로 왕의 부인 허황옥 설화가 전하고, 임진왜란의 영웅인 김시민의 아들 설화가 담겨 있는 ‘전설 같은 항구’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천혜의 양항(良港) 지형 조건

마하발리푸람! 고대에 남인도의 최대 항구였다. 천혜의 항구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마을 뒤에 ‘바위 산’이 있다. 이곳에서는 바위 산을 ‘위대한 언덕’이라 부른다. 바위들이 온통 힌두교 신들로 조각돼 있다. 아니면 조각을 하다가 미완성인 채로 버려 진 돌들이다. 산이 온통 ‘신의 세계’다.

이 바위 산을 감싸고 뒤로 돌아 내륙수로가 놓여 있다. 벵골 만의 거센 파도를 피해서, 선박을 대피시킬 수 있는 내륙수로다. 양항(良港)의 지형이다. 언제든 안전하게 배를 정박할 수 있었고 수리가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선박의 정박이 어렵게 보였다. 하상퇴적이 많이 돼 얕고, 일부는 간척도 돼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 수로와 포구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곳 사람들에 의하면, 불과 60년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배가 정박했다고 전한다.

세계 최대의 암벽 부조 ‘아르주나 고행상’.
▶세계 최대 암벽부조 ‘아르주나 고행상’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자 바로 눈앞에 보인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조각이다. 아주 섬세한 조각으로 유명하다. 남인도 조각예술은 이 벽화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새로운 1천년의 힌두조각이 이곳에서 시작된 셈이다.

‘아르주나의 참회’ 또는 ‘갠지스의 몰락’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책을 통해 여러 차례 접했지만, 실제로 접하니 감동이다. 거대한 불그스름한 화강암에 그 규모와 생동감이 압권이다. 하나의 스토리를 엮어 낸 그림이다. 힌두교 설화인 ‘마하바라타’의 주인공인 ‘아르주나 왕’이 고행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즉, ‘이르주나 고행상’인 것이다. 길이 27m, 지름 30m, 높이 13m의 거대한 화강암에 새겨 놨다. 당시 20명의 석공이 10년간 제작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부조작품이다.

한 노인이 깊은 상념에 잠긴 채, 시바 신 앞에서 한쪽 다리를 세우고 고행하고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갈비뼈가 드러나 보이고, 수염이 길게 자라나 있는 모습이다. 어찌나 오랫동안 고행을 했던지, 몸이 삐쩍 마름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노인이 바로 ‘아르주나 왕’이다. 시바 신의 한 손이 노인을 향해 펼쳐 보이고 있다. 용서해 주고 있는 장면이란다.

다양한 조각 중, 특히 하단에 있는 코끼리 상이 눈길을 끈다. 코끼리는 실물 크기의 조각이라 한다. 매우 큰 조각이다.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끼리 상으로 평가 받고 있는 유명한 조각이다.

고대 인도인들의 생활상을 간직한 ‘만다파’.
코끼리 앞에 고양이가 수행하고 있다. 아르주나처럼 고양이란 놈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고양이를 배불뚝이다. 시바 신이 잠시 눈을 돌릴 때면, 쥐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란다. 진정한 수행을 하지 않는 ‘교활한 고양이’ 조각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고양이 앞에 그려진 쥐는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모습이다. 경건한 면과 함께 흥미로운 면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따뜻한 생활상 느끼게 하는 ‘만다파’

동굴사원은 석굴사원이다. 우리나라 석굴암은 이곳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 말로는 ‘만다파’라고 부른다.

돔형 지붕은 고대 인동의 전통가옥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 후 꾸준히 차용돼 점차 장식화 됐다. 아르주나 고행상과 마찬가지로 일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작업 중 전쟁이나 정변 등의 변고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의 ‘따듯한 생활상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천연의 바위를 조각해 석굴 성소를 마련하고, 예배하는 초기 신앙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에 신자가 늘어나고 국가적인 행사가 사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평지에 거대한 사원을 지어 갔던 것이다. 신을 번거롭게 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인간 사회가 변모함에 따라 신들도 거처를 옮겨야 하는 수고를 만든 것이다.

해안사원, 바다 속에 5개가 잠겨 있다.
특히 눈길을 끈 조각은 마치 ‘미녀와 야수’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품이다.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보는 순간 아름다운 원시조각의 생동감과 미적 전율이 느껴진다. 여신상(女神像)의 가슴을 어찌나 많이들 만져서인지 반들반들 했다.

석굴 위로 올라갔다. 전망대 같았다. 강을 따라 펼쳐진 야자수와 경작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에는 가장 중요한 성소인 ‘가르바그리하(태궁)’이 있다.

보통 ‘링가(시바의 성기)와 요니(여자의 성기)와 교합(성교)하는 조각상’이 안치돼 있어야 하나, 이곳은 훼손돼 있었다. ‘요니’만 남아 있고, ‘링가’는 없었다. 생명 탄생의 메커니즘을 가장 신비한 신의 영역으로 여겼고, 또한 다산(多産)을 소원하는 고대인들의 소망이 깔려 있는 최고로 성스러운 장소다.

▶뱃사람들이 기도했던 ‘해안사원’

해안사원은 ‘남인도 최초의 석조사원’으로 더 유명하다. 동양에서 말하는 ‘바다 신의 용왕 궁’에 해당되는 일종의 ‘해신당’ 같은 곳이다. 인도 고문헌에도 ‘바다 신의 왕궁’으로 묘사돼 많이 나오는 곳이다.

마르코 폴로도 이곳을 다녀가 기록을 남겼다. 폴로는 “7개의 탑이 있는 곳”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2개만 남아있다. 나머지 5개는 바다 속에 들어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나가면, 물속에 잠긴 사원들이 보인다고 한다. 2003년 쓰나미 때 바다 속의 3개 사원이 잠깐 보였다고 한다. 육지에 있는 2개 중에서, 안쪽 작은 것은 비슈누사원이고, 바다 쪽 큰 것이 시바사원이다. 사원 주위에는 시바가 타고 다녔다는 소(난디) 조각상이 많이 있다.

바다를 배경 삼아 해안에 우뚝 서 있다. 높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모양의 탑이다. 규모가 대단하고, 정교함에 입이 벌어졌다.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의 돌 다루는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떡 주무른다는 표현보다도 비누를 조각하듯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도 대단했으리라.

▶남인도 건축문화의 기원 ‘수레사원’

해안사원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수레사원’은 일명 ‘파이브 라타스(Five Rathas)’라고도 불린다. ‘라타’란 ‘화려한 가마’란 뜻이다. 때문에 ‘파이브 라타스’는 ‘5대의 전차’란 뜻이다. 5대의 전차수레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대한 석조사원이다. 오랫동안 모래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발굴했다. 세계문화유산이다.

정교한 수레바퀴가 일품이다. 힌두교에서 행상의례(行像儀禮)은 연중행사다. 신을 태운 화려한 마차는 축제를 열광하게 만든다.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판다바’의 5 형제를 위해서 하나씩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한다.

남인도 드라비다 건축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소중한 유적이란다. 드라비다 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비마나(성실) 상부의 ‘시카라(탑)’와 ‘고푸람(대문)’이다. 학자들은 이 양식의 기원을 이곳 마말라푸람의 ‘라타’에 두고 있다. 건축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조각품이다.

사원의 외부와 내부에는 여러 힌두 신들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사원 옆에는 수많은 코끼리와 소 조각들이 실제 크기로 조각되어 있다. 코끼리나 소가 끄는 마차를 조각한 사원임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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