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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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31)

  • 입력날짜 : 2017. 05.15. 19:32
奉虛言(봉허언)
자하 신위

사랑하고 좋아하고 사실이 아닐진대
꿈속에서 나보았다 다시는 있으리니
만약에 어느 꿈속에 보는 수가 있겠지요.

向儂思愛非眞辭 最是難憑夢見之
향농사애비진사 최시난빙몽견지
若使如儂眠不得 更成何夢見儂時
약사여농면부득 갱성하몽견농시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상대는 그것을 못 믿는 경우가 있다. 나는 확실한데 상대에 대해선 무언가 믿음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남자이면서도 여성스런 하소연을 듣는다. 그 내용은 애절할 수밖에 없어 읽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도 한다. 이것이 문학이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그래서 흔히 사랑과 이별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100 마디의 말보다는 꿈속에서도 만나 줄 것을 바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봤다.

‘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奉虛言)로 번역되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5)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화가이며 서예가다. 다른 호는 경수당(警修堂)이다. 할아버지는 신유이고, 아버지는 신대승이며, 어머니는 이영록의 딸이다. 그는 시에 있어 한국적인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없어져가는 악부(樂府)를 보존하려고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날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 사실이 아닐 것이니 / 꿈속에 나 봤다는 말일랑 정말로 믿기 어려워라 // 만약에 나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잠들게 하지 못했다면 / 어느 꿈 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거짓인 듯 믿어주오’로 번역된다. 자하의 ‘소악부’ 40여수가 전한다. 내용은 우리 시조를 한시 칠언절구로 번역한 주옥과 같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고전문학에서 속요·가사·시조 등은 노래로 불렀기 때문에 입으로만 전해졌다. 자하는 ‘소악부’를 지으면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필요성을 말했다. ‘우리 노래는 자연스럽게 음률에 맞아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런데 이 노래를 시로 채록하지 않으면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소악부’의 공적을 칭찬했으니 이제현의 ‘소악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의 제목에 붙여진 대로 내용의 정교함이 보인다.

시인은 상대가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믿기는 어렵다고 했다. 애틋한 진실을 상대방이 혹시나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혼자만의 의심이다.

그래서 화자는 ‘어느 꿈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식의 자기 확신과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없다는 반신반의의 시심을 보인다. 위 시에서 시상은 훌륭하지만 ‘儂(나)’이란 글자가 세 번 나온 첩자인 것이 흠이라면 흠일 수도 있어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인의 시상은, ‘좋아한 말 사실 아니라 꿈 속 말 믿기 어려, 나 같은 사람 잠 못 들면 어느 꿈속 나를 보리’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통해서 유추해 본다.

※한자와 어구

向儂: 나를 향하다. 思愛: 사랑하다. 非眞辭: 사실의 말이 아니다. 最是: 여기서는 참으로. 難憑: 믿기 어렵다. 夢見之: 꿈에서 나를 봤다. ‘之’는 지시대명사임. // 若使如儂: 만약 나로 하여금. 眠不得: 잠들어 보지 못했다. 更成: 다시 이루다. 何夢: 어느 꿈에서나. 見儂時: 나를 다시 볼 시기.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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