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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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정가춘추]‘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호남민심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 입력날짜 : 2017. 05.16. 19:09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10일이 채 지나지 않았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가 9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던 조치들이 속속 단행되면서 구겨지고 생채기 났던 호남민심이 모처럼 맑아지고 있다.

탈권위와 소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온 새로운 대통령의 여러 조치 가운데 호남민심을 가장 기쁘게 했던 것은 ‘이낙연 총리 지명’과 ‘박승춘 사표수리’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새정부 출범 후 민심 ‘맑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 이자, 당선이 공식 확정된 10일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자신이 직접 인선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저는 선거 기간에 새 정부 첫 총리를 대탕평·통합형·화합형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이 지사님이 그 취지에 맞게 새 정부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에 대한 국무총리 지명은)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를 총리로 발탁한 배경 및 취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은 명확하면서도 단호해 일부 청와대 기자들의 ‘호남총리’에 대한 ‘막연한 불만’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 동안 청와대의 인사발표 관행은 통상 대변인이 발표한 후 ‘E-춘추관’이라는 청와대 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올리거나, 기자실에 인사발령 소식을 담은 종이 한 장 달랑 던져놓는 것이 전부여서, 대통령이 직접 총리 인선배경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한 것은 매우 정중한 느낌마저 주었다.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사전 논의 없는 즉석 1문1답을 갖는 등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자유롭고 열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논리로 지명 소감을 밝히는 등 대한민국의 총리로 손색이 없다는 첫인상을 남겼다.

아직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남겨 놓고 있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자의 국회인준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현 정부가 인수위도 없이 출발하는 마당에, 야당들이 명확한 사유도 없이 무조건적인 발목잡기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을 정치적 뿌리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의 입장에서도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진영논리 보다는 ‘호남총리’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지역논리가 앞설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반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총리 국회인준 무난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 지명 다음날인 11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전 정부 임명 국무위원과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황교안 총리와 함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만을 ‘콕 찍어’ 수리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전 정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표 수리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박승춘을 보는 현 정부의 ‘온도’가 담겨있다.

이와 관련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박 처장의 경우 새 정부의 국정방향 철학과 맞지 않다”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그 이면에는 ‘박승춘은 하루라도 빨리 걷어낸다’라는 현 정부의 단호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및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과 관련해 임기 내내 광주와 광주시민을 조롱하고 무시했던 박 보훈처장의 사표수리와 관련, 30대 후반의 한 광주시민은 “광주에서는 박승춘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그대로 두어 이번 5·18 행사장에서 ‘임행진곡’을 직접 제창하도록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박 전 처장에 대한 ‘콕 찍은’ 사표수리에 대리만족을 느낀 광주시민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박 전 처장의 사표를 수리한 그날, 보훈처에 ‘임행진곡’을 제창 형식으로 부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광주시민과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임행진곡’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소문에 따르면 이번 5·18 기념식은 규모도 예년보다 훨씬 커져 정권교체를 실감 나게 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박승춘 ‘콕 찍어’ 경질 ‘통쾌’


광주매일신문 2017년 1월 1일자 신년호에는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와이드 인터뷰가 실렸다.

이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선거 때 표가 필요해서 일시적으로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호남인들 가슴 깊은 곳의 상처를 원천적으로 치유하고, 실질적인 차별과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호남이 차기 정부의 심장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시의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득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이 좋다. 더욱 분발하시기 바란다.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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