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4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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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의 정치, 이미지 정치를 넘어 진심의 정치를
김태운
아시아문화학술원장·국제정치학박사

  • 입력날짜 : 2017. 05.17. 19:17
미국의 정치학자 찰스 메리암(Charls Merriam)은 권력의 속성을 두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하나는 미란다(miranda)이고 다른 하나는 크리덴다(credenda)이다. 메리암에 의하면 권력의 미란다는 리더십 등을 미화시키거나 신성화시켜 국민들로 하여금 지도자에 대한 존경이나 숭배의 태도와 행위를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주로 인간의 감성에 호소해서 국민들의 주의와 관심으로 이끌어 내려고 한다. 이에 반해 권력의 크리덴다는 미란다와는 다른 수준의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바탕을 두고 정부나 정치권력에 대한 피지배자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일정한 신념체계를 형성시키는 특성을 갖는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나 권위의 지속에 대한 인간의 지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이와 같이 정치권력은 두 가지 수단에 의해 유지되거나 확장되는 속성을 갖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수단 가운데서 권력의 미란다를 중시하고 이를 통치수단으로 삼는 지도자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의 정통성이 약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경우 권력의 미란다를 남용했던 정부는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이들은 각종 기념일, 공공장소와 기념관, 음악과 노래 등을 통해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에 대한 존경과 숭배의 태도를 갖게 했던 대표적인 지도자들이다.

정통성을 가진 정부와 정직한 지도자 그리고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통치권력 유지를 위해 결코 미란다를 오남용하지 않는다. 또한 정치적 상징이나 조작된 이미지를 억지로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존경의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민들의 이성적 능력과 합리적 판단에 기반을 둔 크리덴다를 중시한다.

취임 직후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각종 행보와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정치적 이미지는 매우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들과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셀카를 찍으며, 청와대 구내 식당에서 기술직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한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지도자들과는 다른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치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역시 통치를 위한 상징이고 만들어낸 이미지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를 통치수단의 한 측면이라 치더라도 보다 중요한 것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서 이처럼 파격적인 행보와 더불어 새로운 차원으로 국민들과의 소통 방식을 보여준 대통령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던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행보와 이미지는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참으로 진심을 담은 정치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행보와 정치적 실천들을 볼 때, 결코 만들어지고 조작된 기만의 정치적 이미지는 찾아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을 존경하고 두려워 하는 지도자는 결코 자신의 통치권력 유지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와 상징에 기반을 둔 권력의 미란다를 오남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들의 이성적인 판단과 지적인 동의에 의존하여 나라를 이끌어 간다.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을 존경하고 두려워 하는 지도자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도자의 모습은 일시적이어서는 안된다. 지도자의 진실된 모습은 처음과 끝이 같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이미지가 아닌 진심을 담은 정치적 실천이 계속될 때 지도자와 정부에 대해 존경과 경의적 태도를 보일 것이다.

우리는 촛불 집회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수준, 정치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증명했다. 우리 국민들의 수준은 높고 모두가 현명하다. 그래서 이제 대한민국 통치권자는 과거 통치권자들 처럼 권력의 미란다로 통치권자에 대한 존경이나 정부에 대한 복종의 태도를 이끌어낼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새로운 소통방식의 진실된 정치적 실천만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마음과 실천이 지속될 때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정부에 대한 존경과 복종의 태도를 보이며 절대적 지지를 보낼 것이다.

정치발전을 위해 조작된 상징의 정치, 조작된 이미지의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와 새로운 소통방식이 진심을 담은 정치적 실천이라면 이는 진심의 정치요, 국민을 위한 실천의 정치가 분명하다. 지금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정치적 실천이 재임기간 지속된다면 향후 문재인 정부의 통치모델은 21세기 새로운 통치모델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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