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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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동서교역의 관문 ‘스리랑카’ (2)
東西文化 융·복합…해상실크로드의 배꼽 ‘갈레’

  • 입력날짜 : 2017. 08.22. 19:04
갈레의 성곽과 가옥.
스리랑카의 가장 남단에 있는 ‘갈레’! 예로부터 무역이 활발했던 동서교역의 중심지였다. ‘해상실크로드 배꼽’에 해당되는 이곳은 연중 관광객으로 넘친다. 특별히 경치가 아름다운 점도 있지만, 식민시대의 성곽과 시가지가 가장 잘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 해상무역 역사의 흔적과 향기가 배어있는 이 곳은 옛부터 동서양의 많은 무역인, 탐험가, 그리고 학승 들이 찾았다. 우리 선조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들은 동서를 모두 흡수한 융복합 해양문화를 일궈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세계적 휴양지 ‘갈레’ 가는 길

스리랑카란 국호는 ‘찬란하게 빛나는 섬’이란 뜻이다. 스리랑카 거의 모든 해안은 세계적인 휴양지다. ‘인도양의 낙원’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콜롬보에서 남쪽 끝 ‘갈레’까지의 남서해안은 경치가 좋기로 으뜸이다. 해변을 따라 야자수가 그림처럼 늘어서 있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말 그대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천혜의 낙원이다. 긴 해변을 따라 리조트가 줄지어 있다. 야자수 숲 속에는 방갈로가 드문드문 있다. 파란 코발트색 바다에는 윈드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남국의 태양과 파란 바다, 황금빛 모래사장, 드문드문 서있는 야자수가 시간을 멈추게 한다. 빽빽한 맹그로브 숲 속에 사는 원주민의 생활을 엿보는 것도 색다르다. 높은 건물은 거의 없는 자연에 가까운 도시다. 울창한 숲속에 박힌 집들이 띄엄띄엄 서 있다. 마을 어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차창으로 보이는 나에게 눈인사들을 건넨다.

▶식민시대 흔적 남아있는 옛 시가지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에서 출발한 차가 3-4시간쯤 지나자 갈레에 도착했다. 신시가지를 지나 갈레포구로 들어서자, 오래된 역사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단단한 고풍스런 성문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차량통행이 제한됐기에 내려서 걷기로 했다. 모두 식민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유럽풍 집들이다. 식민지 시대의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있고, 기념품 등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하교길의 학생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는 필자.
성벽을 따라 걸었다. 기나긴 세월에도, 나라 전체를 덮어버린 ‘쓰나미’에도 굳건히 서있는 성채. 얼마나 튼튼하게 쌓았으면 버텨냈을까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이해됐다.

오늘따라 하늘도 맑고 쾌청하다. 오래된 역사도시의 거리는 나름 깨끗한 편이었다. 골목길까지 관광객이 번잡하고 북적거린다. 스쿠터를 빌려 타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았다. 포트(fort) 안쪽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른 세상처럼 건물 양식이며 도로 분위기까지 다름이 느껴진다. 심지어 햇살과 공기마저 다르다. 하루 밤이라도 이곳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다.

시내에는 택시 대신에 릭샤(일명 툭툭이)를 타고 다니면 편리하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것인데, 덮개가 있고, 3-4명이 탈 수 있다. 택시보다 요금도 싸지만 현지의 분위기와 낭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은 없어도 그냥 열린 공간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자연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작은 골목골목 들어 다닐 수 있어서 좋다. 스리랑카에서는 인기 있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중세 유럽문화·고유문화 공존

오래된 식민역사의 흔적이 배어있는 시가지다. 중세 유럽풍의 가옥들이 고유문화와 섞여 고풍스러우면서도 독특하다. 물밀 듯이 많은 관광객이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걸어 다니고 있다. 카메라를 메고 아기자기한 골목을 담아내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늘이 없어 살이 따가운 직사광선을 맞으면서도 내 살을 내어주는 게 아깝지 않은 풍경이다. 나의 실력 탓인지 카메라 탓인지…,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날 사진이다.

최영숙 作 ‘갈레의 경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네 집에 따라 들어갔다.

직접 모았다는 옛 전통가구들과 이 집의 역사를 보여주는 액자들이 방 하나에 빙 둘러 걸려있었다. 대를 물려 이 집을 지켜오고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하루 밤 묵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미 정해진 숙소가 있었기에 좀 미안해했더니, 한사코 괜찮다고 하면서 집 구석구석 구경시켜준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으나 호기심으로 구경했다. 1층 살림집으로 내려가 직접 실론티를 타 주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한국에서 온 것에 대해 매우 흥미 있어 했다.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 ‘대장금’ 같은 한류문화의 영향인 듯 했다. 친절하고 따뜻한 또 다른 가족을 만난 것 같았다.

▶‘한류’…코리안드림 품는 사람들

피곤한 다리를 쉴 겸, 벤치에 좀 앉았다. 지나가는 한 청년이 “안뇽하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어눌하지만 한국어 발음이 꽤 그럴 듯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은 청년이었다. 열심히 한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대화를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들은 한달 열심히 일해도 30-50만원 이라고 한다.

코리안 드림을 품는 것은 단기간에 자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하튼 이 청년 덕분에 내가 알 수 없었던 ‘갈레’의 유명한 맛집, 숙소, 민속 등에 대해서 많은 깊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좋은 행운이었다.

갈레 시가지 모습. 중세 유럽풍 건물들이 즐비하다.
큰길로 다시 나섰다. 앞치마를 동여매고 열심히 생선을 손질하는 아저씨 모습이 인상적이다. 곳곳에 예비부부들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전통 옷차림이 특이해 함께 사진 촬영했더니, 다른 곳에서 촬영하던 부부들까지 몰려왔다. 기념이라 생각하고 모두 응해줬다.

중고 학생들이 소풍 나온 듯 몰려다닌다. 카메라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그냥 앞에 나타나 함께 찍거나 혹은 찍어달라고 아우성들이다. 남학생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여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능통한 영어로 물어오는 통에 당황스럽다.

▶쇠락한 옛 포구서 낭만 즐기다

성곽이 인상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유명한 관광지다. 해질녘 성곽 위에서 바라 본 시가지는 온통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다. 매우 아름답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걷다 보니 어느새 등대까지 왔다. 벤치에 앉아 잠시 한숨 돌리고 나니, 벌써 석양이 지려 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멍하니 인도양을 바라봤다. 높은 곳에서 바다와 구 시가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으니, 정말 금쪽같은 장소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감상하다가 셔터를 눌렀다.

금세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림 같고 영화 같다. 땅을 놓고 열강의 싸움이 끊임 없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너무도 평화롭다. 역사는 흐르고 땅 주인은 바뀌었지만, 바다는 변함없다. 아픈 역사마저 보듬고 말이 없다.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한가로이 낚시하는 원주민도 보인다. 거칠게 그리고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가 참 야생적이다.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갈레’란 ‘바위’를 뜻한다. 이름 따라, 해안이 거의 암벽이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기에 가봤더니, 어떤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계속 다이빙하면서 돈 버는 사람이었다. 10m가 넘는 암벽에서 수심이 2m가 채 안된 바다로 다이빙 하는데 돈을 주고 있었다. 물속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관광객은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기고 있었다. 돈은 일종의 위험수당에 대한 지불 이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 TV에서 본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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