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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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산과 강, 들판이 만든 ‘한 폭의 수채화’

  • 입력날짜 : 2017. 09.12. 18:51
유유히 흐르던 금강이 기암절벽을 만나고, 10여m 높이의 절벽 위에 강선대가 자리를 잡았다. 강선대를 청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노송이 감싸고 있어 우아한 멋까지 풍긴다.
가을기운이 완연하다. 가을기운을 따라 충청북도 영동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에서는 한여름을 견디며 무럭무럭 자란 벼들이 이삭을 내밀었다. 벼이삭은 가을햇살을 받아 탱글탱글 영글어갈 것이다. 금강은 전북 장수 신무산 기슭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산 많고 골 깊은 장수와 진안, 무주의 물줄기를 끌어안고 북쪽으로 역류한다. 장수·진안·무주를 거치며 덩치를 키운 금강은 충청남도 금산을 지나 영동 땅에 들어서면서 천태산과 월영산·갈기산이 만든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간다. 협곡을 따라 흐르던 강줄기가 갈기산과 비봉산 자락을 지나면 양산면 가곡리·송호리 일대의 넓은 들판과 만나게 된다. 금강과 아름답게 어울린 양산면 일대의 여덟 풍경을 예로부터 양산팔경이라 불렀다.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변의 양산팔경을 따라가는 길이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이다.

양산면소재지를 지나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 송호국민관광지에 닿는다. 도로 안쪽은 송호리 마을이고, 도로 바깥쪽 강변에는 송림이 아름답게 숲을 이루고 있다.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니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송호리 송림은 수령이 자그마치 300-400년에 이를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노송 숲에 들어서니 인품있는 선비의 고고한 자태를 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옷깃이 여민다. 고고한 송림은 바로 앞으로 흐르는 금강과 어울려 더욱 아름다워진다.

양산팔경 중 제6경인 여의정(如意亭)에 오르면 그윽하게 펼쳐지는 송림과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이 조화를 이룬다.
송림 앞쪽 강변 바위 언덕위에 있는 작은 정자로 발길을 돌린다. 양산팔경 중 제6경인 여의정(如意亭)이다. 조선시대 때 연안부사를 지낸 만취당 박응종이 관직을 내려놓고 강 언덕위에 정자를 짓고 자신의 호를 붙여 ‘만취당’이라 했다. 1935년 후손들이 정자를 다시 지어 ‘여의정’이라 개칭했다. 여의정 주변 송림은 박응종이 전원을 마련한 후 주변에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라 조성됐다고 한다.

여의정에 올라 그윽하게 펼쳐지는 송림과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바라본다. 송림에서 바라본 여의정도 멋지지만 여의정으로 다가오는 주변 풍경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게 한다. 금강 너머의 봉황산과 동골산이 강물위에 그림자를 드리워 또 하나의 산봉우리를 만든다.

강 가운데에 작은 섬처럼 바위가 떠있는데, 이를 용암(龍岩)이라 부른다. 용암에는 승천하려던 용이 강선대로 내려와 목욕하고 있는 선녀에 반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용암은 양산팔경 제8경에 속한다.

용암 뒤에서는 강선대가 고개를 내민다. 금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봉곡교를 건너 강선대로 향한다. 봉곡교를 걷다보니 유유자적 흘러오는 금강이 한없이 부드럽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강이라 해서 비단강, 즉 금강(錦江)이라 했다.

수령이 300-400년에 이르는 송호리 송림은 인품있는 선비의 고고한 자태를 보는 것 같다. 고고한 송림은 바로 앞으로 흐르는 금강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영동 땅에 접어든 금강이 월영산·갈기산·비봉산과 천태산·동골산 사이에 형성된 협곡을 빠져나와 유유히 흘러오던 강물은 강선대 앞에서 굽이치면서 기암절벽과 어울린다. 10여m 높이의 절벽 위에 육각정자가 금강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다. 청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노송이 정자주변을 감싸고 있어 우아한 멋까지 풍긴다. 비봉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금강과 여의정 근처의 송림이 강선대로 다가오는 풍경은 단연 압권이다. 옛 문인들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던 강선대 가을달밤의 황홀한 풍경을 선대추월(仙臺秋月)이라 해 양산팔경 제2경으로 꼽았다.

강선대에서 강변 북쪽 산비탈 숲길을 따라 걷는다. 그윽한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금강이 발아래로 흘러가고, 강 건너 농경지와 마을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아름다운 강변 풍경만 해도 좋은데, 고요한 숲길이 있고 양산팔경 중 6경을 둘러볼 수 있어 품격있는 길이 됐다.

고요한 오솔길을 걷다보니 함벽정(涵碧亭)이 기다리고 있다. 정자 마루에 앉아 금강을 바라보니 햇살에 비친 강물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강물에 조용히 귀 기울이면 강물소리가 구슬 굴러가는 듯하다. 그래서 정자 이름도 푸른 물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함벽정(涵碧亭)이라 했다. 강 건너 비봉산과 들판까지 다가와 매력을 더한다. 옛날부터 시 읊고 글 쓰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고 학문을 강론했다는 정자답다. 함벽정은 양산팔경 중 제5경이다.

정자 이름도 푸른 물을 품고 있다는 뜻을 가진 함벽정(涵碧亭)에 앉아 금강을 바라보니 햇살에 비친 강물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회색빛 도시에서 탈피해 녹색물결과 함께하니 생명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가슴속에서 울려오는 생명의 소리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 강물은 물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오솔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금강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금강과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우리는 전망데크에 서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산과 강 풍경에 매료된다.

월영산과 갈기산을 휘돌아 송호국민관광지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유현하다. 강 건너에서 병풍처럼 펼쳐지는 비봉산·갈기산·월영산과 금강이 어울린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비봉산을 넘어가며 금강을 붉게 적시는 낙조는 사람들의 넋을 잃게 만든다. 비봉산을 양산팔경중 제3경으로 치는 이유를 알 만하다.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비봉산(飛鳳山)이라 했다.

길은 서쪽으로 이어지고 강위에 놓인 두 개의 다리가 강줄기와 다정하게 어울린다. 뒤쪽으로 보이는 호탄교는 양산팔경 중 제1경인 영국사와 옥천 방향으로 이어지는 교량이다. 앞쪽 낮은 수두교는 수두리 마을사람들이 건너는 다리이지만 금강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건너는 다리이기도 하다.

수두교를 건너기 전 봉황대로 향한다. 데크길을 따라 100m 쯤 올라가니 봉황대라 쓰인 육각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양산팔경 제4경 봉황대(鳳凰臺)는 옛날 봉황이 깃들던 곳이라 전해진다. 처사 이정인이 소일하던 곳이었으나 누각은 오래 전에 없어져 대(臺)만 남아 있다가 2012년에 새로 지어졌다.

비봉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수두교를 건넌다. 수두교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나도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 같다. 흘러가는 강물에서 강의 생명력을 느낀다. 이제부터 우리는 넓은 초지를 이룬 강변 고수부지를 걷는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처음 출발했던 송호국민관광지에 도착하니 울창한 소나무 숲이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굽은 듯 곧은 소나무들이 ‘더불어 숲’을 이루며 사람들을 포근하게 품어준다.

고향집을 다녀가는 것처럼 훈훈한 마음으로 양산팔경과 작별을 한다.


※여행쪽지

▶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금강과 아름답게 어울린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일대의 양산팔경을 따라가는 길로 송호국민관광지→강선대→함벽정→봉황대→송호국민관광지를 원점 회귀한다. 총거리 6㎞에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난이도 : 쉬움

▶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송호국민관광지 주차장(충북 영동군 양산면 송호리 250-1)

▶ 송호국민관광지 주차장에서 강변도로를 따라 금강을 거슬러 10분 거리에 있는 가선식당(043-743-8665)은 도리뱅뱅이(1만원)와 어죽(6천원)이 유명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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