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7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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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맛깔스럽고 멋있는 글쓰기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유유

  • 입력날짜 : 2017. 09.17. 19:19
매끄러운 문장(文章)을 보면 부럽다. 필자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작품에서는 우리가 흔히 쓰는 ‘그리고, 그러나, 이, 가’의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별로 쓰이지 않는다. 작가는 ‘칼의 노래’ 첫 구절을 쓰면서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사이에서 숱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는 ‘꽃이’와 ‘꽃은’의 차이를 ‘바다의 기별’에서 털어놓는다.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소설은 몽매해진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심정을 밝힌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저자는 20년 넘게 남의 문장을 다듬는 교정·교열 전문가다. 실제 ‘칼의 노래’ 교정을 봤다고 한다. 그는 어느 신문사 인터뷰에서 “누군가 쓴 문장을 읽고 왜 그렇게 썼을까 생각하고 다시 써보는 게 일이자 유일한 취미”라고 했다. 책은 구성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는 글쓰기와 문장 다듬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문장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들과 주의해야 할 표현 목록을 추려 담은 것이다. 다음은 재미있게 읽히도록 소설 같은 이야기를 곁들였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쓰면서 잘못을 범하기 쉬운 문장의 표현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정리했다.

첫째,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명사 ‘것’, 접미사 ‘-들’을 주의해서 써야 한다. ‘경제적 현상’ 보다는 ‘경제 현상’으로 쓰는 것이 깔끔해 보인다. ‘고통의 해결’ 보다는 ‘고통 해결’이라고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인생이라는 것을 정의하기 어렵다’ 보다는 ‘인생을 정의하기 어렵다’로 쓰는 것이 편해 보인다. ‘포도나무들에 포도들이 주렁주렁 달렸다’보다는 ‘포도나무에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다’고 써도 복수의 의미는 살릴 수 있다.

둘째, 이미 뜻과 의미를 알 수 있는 이중적 표현을 피해야 한다. ‘있다’는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추가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보다는 ‘고추가 바싹 마른 상태였다’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길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다는 ‘작은 길이 이어졌다’고 써야 한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 보다는 ‘우리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셋째, 장식처럼 덧붙이는 표현을 삼가야 한다. ‘-에 대한(대해)’, ‘대한’은 동사 ‘대하다’의 관형형이다. ‘그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보다는 ‘그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써야 한다.

넷째, ‘-에’와 ‘-으로’는 혼동해 써서는 안 되는 조사다. ‘이번 추석엔 고향으로 갈 수 있다.’ 보다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갈 수 있다’고 써야 한다. ‘유리 창 뒤에 벌들이 모여들었다’ 보다는 ‘유리 창 뒤로 벌들이 모여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다섯째, ‘-에’와 ‘-을(를)’은 가려 써야 하는 조사들이다. ‘에’는 처소나 방향 등을 나타내고 ‘을(를)’은 목적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격 조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어지럽다. 그동안 쓴 문장이 부족하고 미흡했던 것이 아닌지 성찰의 계기가 됐다. 앞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글을 쓰고 가다듬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 문자로 대화하고,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밴드나 카톡에 글을 자주 쓴다. 대부분 맞춤법을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인터넷 자료나 다른 사람들의 쓴 글을 단순히 복사해서 옮기다 보니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책읽기를 통해서 사고의 깊이를 더해야 한다. 생각의 시간이 줄어들수록 제대로 된 문장이 나오기 어렵다.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문법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읽기가 부담스러운 문장은 대부분 어순의 배치가 부적절한 탓이다. 글쓰기를 가다듬을 때는 사전을 가까이 해서 맞춤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말 글쓰기 길잡이로 알려진 이오덕 작가의 ‘무엇을 어떻게 쓸까’ 책을 함께 참고할 만하다.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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