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7일(일요일)
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 책무다
박상원
편집국장

  • 입력날짜 : 2017. 09.18. 20:02
최근 정치권, 호남민심의 핫이슈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호남SOC(사회간접자본)홀대’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팩트 체크해 보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광주전남지역 SOC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현안사업의 예산이 줄줄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당은 “정밀한 재정 설계없이 복지 확대를 밀어붙이다가 애꿋은 지역발전과 성장예산이 희생당했다”며 “특히 호남지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삭감하면 지역간 불균형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내년 예산의 골격은 교육, 복지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철도 등 SOC분야는 강력한 지출구조를 통해 전반적으로 축소했다”며 “호남지역만이 아닌 수도권, 영남 등 모든 지자체가 축소 반영됐다”고 반박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만 놓고 보면 SOC호남 홀대의 진실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호남SOC 소외로 인한 격차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멀리는 1960년대 박정희정부에서 시작된 서울-부산 중심의 발전전략에서, 최근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수도권·영남 중심 정책에서 야기된 호남지역 소외를 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책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적폐란 말 그대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 아닌가. 오랫동안 국토불균형에서 오는 소외감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호남민심이 SOC 홀대론에 공감하는 것은 그동안 발전전략에서 소외된,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개발초기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불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현재까지도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미흡하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호남민심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현 문재인 정부에서 그 물꼬를 터달라는 간절한 호소이기도 하다.

과거 국토불균형 개발의 상징적인 예를 들어보자. 경부고속도로가 놓이기 시작한 1968년, 서울-부산 구간 철도는 복선철도였지만 대전-목포는 단선철도였다. 경부선은 1945년에 이미 복선화가 되어 있었고 1971년 전철화가 시작되었지만, 호남선은 1968년에 복선화가 시작돼 36년만인 2004년에 겨우 끝났고 전철화시작은 2001년에야 시작됐다. 이 같은 불균형개발의 결과로 호남은 철저히 소외됐고 교통시설은 영남에 비해 20년이 뒤처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국토불균형발전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것은 불문가지다.

또 국토불균형발전 지표는 인구변화추이로 쉽게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5년 호남인구는 한때 영남보다 많았고, 충청보다는 월등하게 많았다. 지난 2013년 5월 호남인구(광주·전남·전북)는 조선시대 이후 처음으로 충청권(대전·충남·충북)에 추월당했다. 광복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충청권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가까이 많았으나 갈수록 차이가 커지고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추이를 보면 1925년 호남은 449만명으로 충청 265만명, 영남 348만명을 앞질렀고, 1940년에는 호남 434만여명으로 영남 492만명보다는 다소 적었으나 충청 267만보다는 167만명이나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는 1960년 산업화와 수도권 집중으로 이농과 인구유출이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국토개발과 정책으로 지역간 불균형이 이 때부터 심각하게 전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남의 경우 지난해 190만명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광주는 140만명, 전북은 180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부산광역시는 350만명, 대구는 248만명, 경남 336만명, 경북 270만명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토 불균형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경제의 경쟁력 악화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갈등의 증폭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지게 하고, 낙후지역과 개발지역의 불균형은 갈등을 증폭시켜 지역주의를 만들고 지역간 차별과 소외를 심화시킨다.

문재인 정부의 일률적인 SOC 예산 감축은 지역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호남은 수도권과 영남, 충청권에 비해 열악한 SOC 시설로 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사라지고 주민의 삶의 질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SOC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헌법 제120조 2항과 제123조 2항에는 국토균형발전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정부를 비롯 현 정부까지도 명시된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다. 호남민심은 과거 정권과는 다른 시각으로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SOC사업을 직시해줄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는 여당 일부에서 말하는 지역주의도 아니고 우리사회 대표적 적폐로 거론하는 지역홀대론에 기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토균형발전은 국가의 기본 운영 원리이다. 사람과 돈, 권력이 한곳에 쏠리면 다른 곳은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국토균형발전 염원이 지역주의로 폄하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