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8일(수요일)
홈 >> 사설/칼럼 > 문화난장

존 케이지, 백남준, 그리고 홍신자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 입력날짜 : 2017. 09.28. 19:01
미국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 있다. 이름 하여, ‘4분 33초’다. 1952년도에 작곡된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음악연주회에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작곡가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고 지정해놓은 시간 동안 어떤 악기도 연주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존 케이지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는 악기의 소리 대신 ‘침묵’을 택했다. 관람객들은 그 시간이 너무 낯설었다. 언제 연주가가 나와서 연주할 것인지가를 기다리다가 무료해서 하품을 하기도 하고, 옆사람과 ‘언제 시작되지?’하며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누군가는 기침을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좌우를 살피기도 했다. 결국 관람객들이 듣게 되는 것은 ‘4분 33초’라는 침묵의 시간 동안 공간에서 발생하는 잡다한 부스러기 소리, 청중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내는 소리 등이었다. 기존의 개념으로는 도저히 음악의 소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소음일 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존 케이지가 의도했던 바였다. 이 작품의 제목인 ‘4분 33초’는 이 작품이 연주(침묵)되는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또한 이 작품이 처음 공개 연주를 가졌을 때 연주된 총 길이이기도 했고 그것이 다시 이 작품의 제목이 되었다. 그게 무슨 음악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상당 수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새로운 예술이 음악에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시발점임을 눈치채야 했다.

존 케이지와 친분이 깊은 두명의 한국인이 있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과 전위무용가 홍신자가 그들이다. 미술계의 거장인 백남준은 원래 음악학도였다. 일본 유학 중 철학을 공부했던 그이는 독일로 건너가 음악을 공부했다. 그 때 만났던 이가 존 케이지다. 당시 존 케이지는 플럭서스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 요셉 보이스, 백남준 등이 이끌었던 그룹이 ‘플럭서스’다. 플럭서스는 1960년대 국제적인 전위예술가 집단으로 조지 마치우나스,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백남준 등이 참여했다. 극단적으로 반예술적이고 실험적이었던 미술 운동을 펼쳤다. 모든 예술적 의도는 인위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기존의 예술과 문화를 거부하는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했다. 게릴라 극장과 거리 공연, 전자 음악 연주회 등과 같은 예상 밖의 이벤트를 시도하는가 하면 예술장르끼리의 통합 양식을 실험하는 등 여러 가지 소재와 매체를 활용했다. 특히 퍼포먼스 아트의 등장에 선도적 역할을 했고 대표적인 인물이 존 케이지, 백남준, 요셉 보이스다.

백남준은 플럭서스 안에서도 ‘동양의 테러리스트’로 통하며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행했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도끼를 내리쳐 깨부수는 것은 물론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버리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백남준은 비디오아트를 창시에 앞서 이미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뉴욕으로 넘어간 백남준은 챌리스트 샬롯 무어만과 함께 반나의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홍신자는 존 케이지의 또 다른 한국인 지인이다. 숙명여대에서 영문과를 전공한 그이가 난데 없이 무용계에 입문한 것은 서른이 다 되어서였다.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쉬의 제자로 구도의 춤을 추었는가 하면 존 케이지를 스승으로 전위예술의 꼭지점을 찍었다. 그래서 그이의 춤은 일반 무용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구도와 명상을 베이스로 하면서 이를 아방가르드와 연결, 자유로우면서도 파격적인 춤의 세계를 보여준다.

구도의 춤꾼 홍신자가 광주에서 판을 벌인다. 10월11일 오후7시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아리아리아라리오’란 타이틀 아래 소리와 춤 공연이 그것이다. 그가 또 어떤 엉뚱한 퍼포먼스를 펼칠지 모른다. 홍신자가 뿜어내는 구도의 소리와 춤 무대 감상을 통해 가을 밤 깊은 영혼의 힐링 시간이 되어보시길 희망한다.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