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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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학관’ 건립이 필요한 이유
박준수
본사 상무이사

  • 입력날짜 : 2017. 10.09. 18:28
이 가을 광주천 천변좌로 뚝방 아래로 산책을 나서니 명락강변 물빛이 곱다. 예전 드넓은 백사장과 녹음방초가 우거졌던 범람원은 빛고을 사람들의 아늑한 휴식처였다. 지금의 황금동 앞 하중도(河中島)에는 석서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시인묵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했던 유서깊은 공간이다. 지금은 뚝이 생기고 시멘트로 포장되어 밋밋해진 광주천이지만 무등산에서 흘러온 여울은 어머니의 손길처럼 우리의 터전을 어루만진다.

듬직한 무등산과 넉넉한 광주천이 풍수지리의 조화를 이룬 덕에 광주는 예로부터 문학이 왕성한 고장이다. 무등산 자락에 산재한 수많은 누정들이 그 뚜렷한 흔적이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도 문향은 도도한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예로부터 문학의 우듬지로 우뚝



남도의 순수 서정을 노래한 ‘시문학파’의 주역 용아 박용철을 비롯 양림동 언덕에 머물면서 기독교 정신과 근대성을 천착한 김현승이 선구이다. 이어 6·25와 60년대 시대적 전환기에 한국문단을 빛낸 박봉우, 박성룡, 70년대 유신정권에 저항한 문병란, 이성부, 조태일, 김남주, 양성우, 80년대 민주화를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한 김준태, 황지우 등이 한국문단을 떠받쳐 왔다. 소설에서는 문순태, 한승원, 황석영 등 걸출한 작가들이 남도의 정신과 문맥을 옹골차게 펼쳐왔다.

하지만 ‘예향’이자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 아직 문학관이 없다. 도심 곳곳에 미술관이 산재하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지만 예술의 맏형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은 문패를 걸어둘 거처마저 궁색하다. 인구 7만에 불과한 충남 부여에는 신동엽 문학관이 번듯하게 지어져 수많은 탐방객이 찾아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여 년간 해법을 궁리해왔건만 각자의 다락방에서 원고지와 씨름하는데 익숙한 문인들에게 문학관은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난제로 남았다. 사실 그 사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백억원이 넘는 예산이 확보돼 문학관 마련에 시동이 걸렸으나 추진과정에서 파열음이 생기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문인들은 큰 상처를 입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광주문학관 건립계획이 포함돼 광주문인들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지난 6월16일 광주문협 주최 ‘제20회 시민과 함께 하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 행사에 참석한 염방열 당시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7대문화권 사업의 하나로 문학관 건립이 명시돼 있다”며 “이를 근거로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결성된 광주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에는 광주문인협회를 비롯, 광주전남작가회의, 문학지 발행인, 학계, 경제계 등 인사들이 대거 망라돼 충분한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순조로울 것 같은 문학관 건립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광주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문인들의 통일된 의견이 중요한 만큼 문인단체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아 문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남도문학의 숨결 담는 공간 절실



이에 따라 붓 하나에 의지해 ‘자아의 세계화’에 영혼을 불사르는 문인들이 ‘1만인 서명운동’을 펼치며 결사에 나섰다. 지난 9월26일 지역 문인단체, 학계, 언론, 사회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2차 추진위원회’를 갖고, “남도문학을 향유할 거점공간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는 문학관 건립을 단순히 시민공간을 하나 늘리는 민원성 사업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지상의 방 한 칸을 마련하기보다 골방에서 녹슨 펜으로 시를 쓰는 게 자랑인 문인들이다. 높은 천정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보다 무너져 내리는 지붕 틈새로 언뜻언뜻 보이는 별빛이 경이로운 게 시인의 마음이다. 이 소박한 마음에 광주시가 응답할 차례이다.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답게 만드는 견고한 초석을 놓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윤장현 시장이 진정으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장이란 평가를 얻는다. 또한 광주문학관 건립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콘텐츠가 핵심이다. 전국의 다른 문학관과 다른 광주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박제화되고 획일화된 문학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정신과 남도문학의 진수를 담아내는 노력이야말로 광주문학관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광주문학관 건립을 실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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