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8일(수요일)
홈 >> 기획 > 기획일반

[남도문예르네상스를 꿈꾸다](6) 나주 원도심 숨은 맛집 ‘연경’·‘카페안테나’
평범한 일상 엮는 맛과 예술의 가치

  • 입력날짜 : 2017. 10.11. 18:52
카페를 찾은 손님들에게 편안함과 훌륭한 음료를 대접하는 카페안테나 전경.
이 글은 전남문화관광재단 남도문예르네상스 콘텐츠관광자원화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이수현 <작가>
나주·목표 방면으로 1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저 편에 높이 솟은 빌딩과 아파트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 누구든 그것이 전형적인 도시 풍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수직 상승의 미래 지향적인 느낌처럼 나주 혁신도시는 세월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을 앞에 두고 옛 나주평야 위에 우뚝 서있다.

도시는 자본의 활발한 유입으로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되고 각종 편의시설 및 문화공간 등 풍부한 인프라를 제공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명백히 광주·전남의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나주 혁신도시는 지역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변화는 빠르게 이뤄진다.

포털 검색창에 나주 혁신도시라고 치면 곧바로 나타나는 연관 검색어 중 재미있게도 ‘나주 혁신도시 맛집’이 있다.

나주 혁신도시 맛집이라는 말이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검색어라는 말이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나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 뒤를 좇아 방문한 나주 맛집은 의외로 이러한 음식점들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저만치 거리를 두고 물러나 있었다. 그곳은 심지어 나주 곰탕 거리의 이름난 곰탕집도 아니었다. 곰탕 거리 옆, 나주 구시가지 가게 곳곳에 내걸린 ‘점포임대’가 말해주듯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그 가게는 다름 아닌 중국집 ‘연경’이었다.

나주 구시가지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숨겨진 맛집 연경.
‘연경’이라는 상호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연경’ 만의 특별함은 삼선짬뽕의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과 소스를 부어도 피가 눅눅해지지 않고 쫄깃한 탕수육에 있다.

얼핏 보면 여타 많은 중국집의 삼선짬뽕에서 볼 수 있는 재료들로 이뤄져 있는 것 같지만 짬뽕 국물의 맛은 흔한 짬뽕 국물 맛이 아니다.

짬뽕의 얼큰함이 꽃게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져 삼선이라는 말 그대로 육해공 산해진미의 조화를 이뤄 낸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볶는다는 연경의 야채 및 재료들의 신선함도 맛깔난 짬뽕 국물 맛에 일조한다.

입에 넣은 초입에 코를 타고 올라오는 식초향으로 사람들이 재채기를 하게 만든다는 연경표 탕수육은 소스에 듬뿍 절여졌어도 탱탱한 탄력이 유지되는 탕수육 피로 ‘부먹파’(부어 먹다의 줄임말)와 ‘찍먹파’(찍어 먹다의 줄임말)의 갈등을 순식간에 잠재운다.

화교 출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연경은 사장님께서 인천에 위치한 유명한 중국집에서 요리를 배워 오셨다고 한다.

매콤한 쟁반짜장부터 유린기까지 맛있지 않은 음식이 없다고 친구를 극찬하게 만든 중국집 연경에서는 재작년 2월 나주초 졸업식 날 양파가 다 소진돼 점심 중간에 영업이 종료된일까지 일어난, 명백한 나주 맛집이다.

연경에서 배를 두둑히 채워 나오면 나주 목사내아에서 도보로 약 10분 떨어진 거리에 ‘커피안테나’라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

나주 연경의 삼선짬뽕은 다른 삼선짬뽕과 차별화된 시원함과 얼큰한 맛을 전해준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는 뒷편의 푸른 금성산, 파란 하늘과 어울려 마치 자연 속에 들어온 듯 여유와 편안함으로 카페에 들어선 사람들을 감싸준다.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 안테나의 대표 메뉴 코코넛 스무디와 풍미 좋은 원두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일리(illy) 원두로 내린 카페라떼를 한 잔 하자니 왜 이곳이 ‘나주표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카페안테나가 있는 자리는 카페 사장님의 아버님께서 구입하신 부지로, 현재 카페가 있는 곳은 옛날 사장님네 가족이 살았던 곳이라고도 한다.

손님들이 카페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살던 곳에 켜켜이 쌓인 편안함으로부터 나오는 것일 거라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목소리에서 온기가 묻어난다.

사장님이 들려주신 또 하나의 깜짝 놀랄 이야기는 오래 전 사장님네 가족이 살던 곳이 우리나라 최초 여성 우주인 이소연씨가 세 들어 살던 곳이라고 한다.

시큼한 식초향이 입맛을 돋우는 쫄깃한 연경표 탕수육.
사장님네 어머님께서 이소연씨 어머님을 새댁이라 부르셨다고. 현재 나주 혁신도시에서 거주하신다는 사장님은, 친구 말에 따르면,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온 가족이 함께 사이클링을 즐기는 멋진 욜로족이시다.

슬슬 해가 저물어갈 무렵, 어머니께 걸려온 전화를 받고 곰탕 거리의 내로라하는 곰탕집들 중 나주 사람들이 찾는다는 곰탕집에 들어간 친구가 오늘은 포장이 안 된다고 한다며 울상을 지으며 나온다.

결혼해 임신까지 한 친구이지만 마치 어렸을 적 엄마 심부름을 마치지 못한 어린 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재미있어 한참을 웃었다.

일상 여기저기 내려앉은 잔잔한 음악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주 사람들이 살아내는 평범한 일상을 엮는 ‘맛’의 이야기는 구성지고 생명력 있다.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나타나는 공동화 현상이 나주 구시가지의 큰 고민거리가 된 지금, ‘나주밀레날레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필두로 나주 원도심을 나주의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자본의 흐름에 비한다면 예술의 영향은 더디기만 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주 사람들의 입맛에 인(引)을 박은 나주 원도심의 맛집들처럼 맛과 예술은 나주 사람들의 삶에 온기를 지속시키고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새겨갈 것이다.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