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5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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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어느 농부의 파란만장한 삶
‘대지’ 펄벅 지음 안정효 옮김 문예출판사 1만2천원

  • 입력날짜 : 2017. 10.15. 18:33
‘대지’를 읽고 난 후 평생 농사일만 하셨던 부모님의 애달픈 삶이 겹쳐 보였다. 농부에게 농토는 큰 재산목록이고 또 다른 삶의 이유다. 특히 가난한 농부는 자신의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필자의 아버지는 7년의 군복무를 제외한 평생을 농사일만 했다. 불행하게도 일제 강점기에 문중의 토지를 대부분 빼앗기고 할아버지 대부터 논 몇 마지기로 벼농사 짓는 몰락한 빈농이었다. 부모님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논을 대신 경작했지만 수고스러움만 더할 뿐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다행히 지혜롭고 부지런한 어머니 덕분에 약간의 토지를 늘리고 새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난을 면해보고자 오랜 기간 소를 키웠다. 자식들 학비는 물론 내 대학교 등록금도 애지중지 키운 소를 팔아서 충당했다. 이제는 불편한 몸으로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기에 자식들에게 아쉬움과 허전함을 토로한다. 지난번 추석을 맞이해 병원에서 투병생활하고 계신 어머니를 시골집으로 모시고 갔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을 흘리셨다. 어느덧 부모님의 인생과 삶의 터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대지의 저자인 ‘펄벅’은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후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던 농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마주한다. 소설 ‘대지’는 1931년 출간돼 30여개 나라에서 번역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드니 프랭클린’ 감독에 의해 1937년 영화로도 만들어 졌는데 원작소설과는 다소 상이하다. 영화에서는 전쟁의 난리 속에서 오란이 훔친 보석 때문에 군인들로부터 총살당하기 직전에 살아남은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왕룽과 오란이 부잣집에서 운 좋게 황금과 보석을 얻은 것이다.

‘대지’의 시작은 왕룽과 오란이 결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왕룽은 6년전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순박하고 성실한 농부다. 그의 아내가 되는 오란은 하녀 신분이었지만 왕룽과 결혼하고 나서는 억척스러운 아낙으로 거듭난다.

왕룽 부부 사이에 넷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 거듭된 기근과 가뭄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마침내 왕룽 일가는 살기 위해서 남방으로 떠날 것을 결심한다. 남쪽 도시에 도착한 가족들은 구걸하다시피 살면서 갖은 고생을 한다. 도시가 난리 나고 부잣집들이 약탈을 당한다. 성난 군중에 휩쓸려 가던 왕룽이 운 좋게 어느 부자(富者)로부터 황금을 얻게 된다.

왕룽 가족은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밭갈이 할 소와 농사 지을 각종 씨앗도 준비한다. 폐허가 된 집에 도착한 후 운 좋게 오란도 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 부부는 가진 금과 보석으로 큰집으로 불리는 황씨 댁의 땅을 모두 사들인다. 그해 풍년으로 엄청난 부자가 됐다. 글자를 전혀 몰랐던 왕룽은 자식들 교육에 신경 쓴다. 하지만 갑자기 부자가 된 왕룽의 마음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못생긴 오란이 못마땅하고 농사마저 내팽개친다. 설상가상 읍내 찻집에 일하는 롄화라는 여자와 바람이 난다. 롄화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오란이 소중히 간직하던 진주까지 빼앗아 간다.

왕룽은 롄화를 첩으로 삼고 집안으로 들이면서 엄청난 불행이 시작된다. 큰아들이 롄화와 친밀하게 지내다가 들통나고, 오란의 병은 더욱 악화된다. 마침내 오란이 죽자 왕룽은 “저 곳 내 땅에 내 삶에서 훌륭했던 처음의 절반 이상인 무엇이 묻혔다. 그것은 마치 나의 절반이 그곳에 묻힌 셈이고, 내 집에서의 삶이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라고 흐느낀다.

왕룽 역시 세월의 무게 앞에서 삶이 무너지고 있었다. 자신의 묘지를 만들고 옛날에 살았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왕룽은 절대 땅을 팔지 말 것을 자식들에게 신신당부하지만 그의 죽음 앞에서 두 아들은 땅을 팔기로 결심한다.

‘대지’는 인간의 생로병사와 더불어 인간의 심리변화를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가난할 때는 순수함으로 가득했지만 부자가 된 이후에는 추악한 마음이 넘쳐난다. 왕룽 부부는 자식들을 위해 땅을 일궜지만 그들은 부모가 이룩한 삶의 터전을 망가뜨릴 것이다.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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