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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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1만5천원

  • 입력날짜 : 2017. 10.29. 20:21
우리나라 언어 교육의 방향이 예나 지금이나 한참 어긋나 있다. 순위를 정하고 점수를 매기는 시험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외국어 공부가 학교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외국인과 대화가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지만 내 머릿속에는 남아있는 단어가 거의 없다.

생각해보면 영어나 프랑스어를 살아있는 언어로 공부하지 못한 나의 미련함과 아둔함이 가장 크다. 또한 단어와 문법 외우기를 오롯이 강요했던 교육방식이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라틴어는 이탈리아의 라티움(Latium)이라는 지역명칭에서 유래된 것이다. 로마가 지중해를 정복하면서 라틴어는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중세 라틴어는 지방언어의 발음을 따랐으며, 8세기에 로망스 제어로 분화된 후 사용이 현저히 줄었다. 이후 라틴어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일부 학교에서만 쓰일 뿐이다. 라틴어는 지금의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의 뿌리가 됐다.

‘라틴어 수업’은 저자가 서강대에서 강의한 ‘초급·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을 정리해서 엮은 것이다. 저자 한동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라틴어의 문장과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오늘 하루를 즐겨라’(Carpe Diem)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명대사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원래는 시 구절에 나오는 것으로 ‘내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오늘에 의미를 두고 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는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소위 명문 대학을 나오고 고시를 합격한 우수 인재들이 국정을 논단하고 사회를 멍들게 하는 경우를 흔히들 본다. 따뜻한 가슴이 없는 공부는 흉악한 무기가 된다.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Tempus est optimus iudex)라는 속담은 ‘시간이 모든 일의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Tempus est optimus iudex rerum omnium)를 줄여서 말한 것이다. 오랜 시간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에는 세상을 원망하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나의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먼저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과의 신뢰를 돈돈히 해야 한다.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는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더 큰 무엇을 놓치고 말았다는 허무함을 느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으로는 도덕적 인간이 비도덕적 사회에서 고통 받지만 이성적·종교적 인간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Dilige et fac quod vis)는 참된 인생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유한하기에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은 해야 후회가 적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라는 문장이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덧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고 불만족 가득한 현실 앞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하지만 숱한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얻는다. 주어진 삶과 새삼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필자는 학창시절에 유럽 언어들의 중요한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 좀 더 라틴어를 이해하고 각자의 언어들이 지닌 속성을 살펴서 공부에 활용했다면 영어와 프랑스어에 대한 이해의 폭이 향상됐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언어교육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용 언어 공부에 사로잡혀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살아있는 언어 습득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지역·도시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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