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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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해상실크로드의 중국 거점, 영파 (2)
보타산에 남겨진 우리 선조들의 흔적과 향기

  • 입력날짜 : 2017. 11.07. 18:40
중국 절강성 닝보(寧波) 앞 주산군도(舟山群島)에 보타산(普陀山)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섬(島)이 있다. 이곳은 고대 한중 해상교역로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었다. 우리나라 수많은 고대 해상무역 상인들이 이곳을 기지 삼아 활동했었다. 지금도 그들의 흔적과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이곳을 찾는 우리 관광객에게 적지 않는 감회를 느끼게 한다.

▶신라인들이 첫 발 내디딘 ‘신라초’

보타산에서 한국 관련 지명을 찾아봤다. 신라초(新羅礁)와 고려도두(高麗道頭)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었다. 두 곳 다 고대 한·중 해상교통로의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신라초는 보타도 남쪽 바다 속에 있는 암초형태로 있었다. 해안에서 50m쯤 떨어진 바다 가운데이다. 노출된 면적이 12㎡이고 높이는 11.3m라고 한다. 멀리서 보니 큰 삿갓처럼 생겼다. 밝은 날에는 암초가 명확하게 보이지만, 흐린 날이나 저녁에는 암초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오늘날까지 이 암초에 좌초된 선박들이 가끔 출현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주민들은 이 암초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신라초’(新羅礁)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신라인이 이곳에 살게 된, 최초로 발을 디뎠던 초석(礎石)이 된 해양암초다. 남송의 불조통기(佛祖統紀)에도 그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신라 무역상인들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위다. 산록에는 보타원이 있고, 그 안에는 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옛 신라인이 산서성 오대산에서 가져 온 관음상을 파도 때문에 한반도로 가져가지 못하고 이곳에 안치하기 위해 만들었던 사찰이란 설화가 역시 전해오는 사찰이다. 신라인이 세운 절이라 생각하니 더욱 더 친밀감이 다가왔다. 물론 현재의 모습은 후에 중축 됐겠지만, 그 터의 옛스러움은 나에게 감회를 느끼게 했다. 이곳이 양국을 오가던 고대인들의 발자취였다고 생각하니 관광지 이상의 감격이 밀려왔다. 그래 이곳이 진정 ‘한중 고대 해상교통로의 요지’였단 말이지…! 부산하게 밀려다니다시피 한 수많은 관광객과 탐방객들 사이에서 나도 관음상을 찾아 향을 피우고 두 손을 합장하고 묵례했다. 이곳을 찾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던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멀리 신라초 바위에 부딪쳐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자꾸만 부스러지는 하얀 물결과 함께 어울리면서 내 마음도 무념의 상념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하다.

▶고려 무역상들의 포구 ‘고려도두’

고려도두(高麗道頭)는 고려에서 매년 공물(貢物)을 송나라에 바치러 갈 때 정박했던 곳이다. 인근에 보제사(普濟禪寺)가 있다. 주로 고려인들이 올라가 참배했던 사찰이었던 것으로 봐, 고려인들이 세운 절이 아니었는가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현재는 내륙으로 변했다.

보제선사에서 서쪽으로 1㎞ 내려오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옛날 고려도두(高麗道頭) 자리라고 한다. 지금은 육지로 변해 아파트가 들어차고 전답으로 변해 버렸다. 해변의 약 500m 정도가 육지로 변해 버린 셈이다. 아쉽게도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변했다. 다만 옛 지명만이 흔적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아쉽다.

보제사(普濟寺)에 들어가 봤다. 보타산에서 가장 큰 사찰이었다. 어찌나 크던지 건물들을 둘러 보는데 2-3시간은 족히 걸렸다. 300여 칸의 건물이 있었다. 건물은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원래 있던 자리에 현재의 건물은 북송 때(1080) 건립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청나라 강희(1699) 때에 크게 보수해 현재의 모습으로 됐다고 한다.

사찰에는 9개의 큰 건물이 있다. 그 중 대통원전은 가장 중심 건물이었다. 일명 대웅전이라 할 수 있다. 아마 고려인의 향기가 가장 많이 묻어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험한 파도를 헤치며 이곳에 온 고려상인들이 어김없이 이 전각에 들려 무사항해의 불공을 들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는 토방돌이 닳고 닳아 있어 잠시 상념에 잠기게 했다.

남해관음상.
대웅전 안은 보타산에서 가장 신성시하고 있는 성스러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문턱을 넘는 순간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뭔가 스잔한 기운이 느껴왔다. 오랫도록 신성시해 온 성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것 때문일까. 무서움까지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과거에는 누구나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껏 많은 사찰을 가 봤지만 이곳처럼 으스스하게 느껴진 곳은 없었다.

그 안에는 높이 8.8m의 관음상이 모셔져 있다고 하나 참배객이 어찌나 많던지 보질 못했다.

관음의 양쪽에는 32개의 화신이 조각돼 있었다. 화려한 중국 불상의 진수를 엿볼 수 있었다. 대웅전 동쪽에 있는 다보탑(多寶塔)은 보타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역시 볼만했다.

▶최고의 관광지 ‘남해관음상’

다음에는 ‘남해관음’으로 이동했다. 거리도 제일 가깝지만, 보타산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보타산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200m쯤 올라가니 입구가 보인다. 표를 사서 입구에 들어서니 ‘남해관음상’이 정면에 보인다. 높이 18m(기단부를 포함하면 33m)로 거대하다. 어마어마한 크기다. 또한 화려했다. 1997년 완공됐다고 한다. 33이란 숫자는 아주 의미 있는 것이다. 보타도 해안선의 길이가 33㎞이고, 삼월삼짓날(3월3일)에 가장 큰 축제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관음동상이다. 70t의 구리(동)이 사용되었으며, 얼굴 부분에 6.5㎏의 순금이 들어갔다.

보타산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는 보제사 대웅전.
참배객들은 주로 뱃사람들이다. 중국 해안도시, 대만, 홍콩 등에서 온다. 매일 끝없이 밀려온다.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 관음보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보타산에서 만큼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단부에는 천개의 불상을 모셔놓았다. 모두 화려하고 장중하다. 모두 기증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위에 18m의 거대한 관음상이 서 있다. 왼손은 법륜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무외인을 하고 있다. 앞의 향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작은 구멍들로 동전을 넣기도 한다. 가족 단위가 많다. 중국에서 가장 영험하다는 불상! 햇살이 따갑던 한여름…, 아침부터 굽이굽이 차 타고, 배타고, 몇 시간을 왔던가? 불교신자가 아닌 나는 소원을 빌었다. 계속 소원 빌고, 또 빌고, 빌고! 늦은 점심 먹을 때까지 소원을 빌며 이곳에 머물렀다. 멀리 신라초(新羅礎)가 보인다. 이곳이 가장 잘 보인 곳이다.

▶옛 조상들의 숨결

보타산에는 이 외에도 혜제사(慧濟寺), 천보사, 법우사(法雨寺) 등이 가 볼만하다. 이들 모두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 우리나라 무역인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절들이다. 어떤 이는 보타산에 있는 이들을 위시한 수많은 절들이 모두 우리 민족에 의해 설립된 것들이란 설도 내놓고 있다.

먼저, 혜제사를 가기 위해서는 미니버스를 타고 보타도 북쪽 끝까지 가야했다. 미니버스의 가장 먼 노선이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1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보타사 절이 나오면 그 앞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불정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불정산(291.3m)은 보타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불정산 정상에 서면, 육지로는 멀리 항주와 상해가 보이고, 바다로는 주산군도의 많은 섬들, 그리고 한반도에 이르는 뱃길이 아스라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눈에 들어온다. 구름이 낀 날엔 흰구름이 감돌아 마치 선경에 온 느낌이 난다고 한다. 체력이 있다면 편도로 올라가고, 산길로 걸어서 법우사로 내려오는 방법도 좋다. 정상에서 완만한 길로 10분쯤 걸으면 혜제사가 나온다. 입구부터가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산세를 따라가며 건축돼 있다. 불정산의 정기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보타산 3대 사찰일 만큼 유명하다. 보타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이다. 격조 있고 큰 사원건축물은 없다. 하지만 경치가 좋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이 정겹다. 마치 한국의 사찰을 보는 듯하다. 언제나 많은 신도들이 향을 피우며 불공을 드리고 있다. 섬에서 유일하게 관음보살이 아닌 석가모니를 주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타산 제일 높은 곳에 석가모니를 모신 것은 불교도들이 그에 대한 숭경의 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천보사로 발걸음을 향했다. 보타도 모래해변에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해안가를 긴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곳이 나온다. 광활한 모래사장이 일품이다. 한여름이어서 그런지 해수욕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다. 중국 서해안에서는 보기 힘든 백사장이다. 해안이 대부분 암석으로 돼 있는 것이 중국 해안이다. 천보사는 백사장의 길이가 천 걸음이나 된다고 해 붙여진 이름 같다. 웅장한 절이다. 수많은 탑들이 있고, 위용이 느껴진다. 보문만불보탑(普門万佛?塔)이다. 푸른 하늘, 구름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시원한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 놓고 바라봤다.

법우사는 섬 중부에 해안에 있었다. 절의 동쪽에 보타도에서 제일 높은 천등대(天燈臺)가 있는데, 그곳에 올라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가 망망하고 끝없이 내려다보였다. 총 9개의 건물 중 대원통전(大圓通殿)은 난징의 고궁에서 뜯어와 만들었다. 눈부시게 화려해 건축예술의 진품이라고 불린다. 전당 중앙에는 관음상이 있고, 그 뒤에는 천수관음상이 있는데 녹나무를 조각해 만든 것으로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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