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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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7)프랑스 파리 라빌레트 공원
120년 된 도축장 ‘문화 옷’ 입고 파리지앵 쉼터로
21세기형 도시공원 개발사업 통해 1993년 개관
과학산업관·전시공연장 등 갖춰 관광명소 각광

  • 입력날짜 : 2017. 11.09. 20:02
프랑스 파리 19구에 위치한 라빌레트 공원은 120년 된 도축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우수 사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라빌레트 공원의 상징으로 알려진 건축물 ‘폴리’는 전 세계 건축가들의 벤치마킹 장소로 유명하다. 사진은 파리시민들과 관광객이 라빌레트 공원을 관통하는 우르크 운하 근처에서 쉬고 있는 모습. /라빌레트 공원 제공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문화의 나라 프랑스, 낭만의 도시 파리엔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문화적 트렌드가 녹아 있다. 세계 각국은 문화사업의 시초를 프랑스에서 찾고, 수많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온다. 광주에서 2011년부터 시작한 ‘광주폴리’(Gwangju Folly) 사업도 그 중 하나다. ‘광주폴리’는 프랑스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ette)의 건축물의 이름을 따, 광주에 맞는 건축 도심재생사업으로 탈바꿈된 사례다. 파리에서의 현장 취재를 통해 폴리, 라빌레트 공원에 대해서 들여다봤다.

◇파리 북동쪽 우범지역, 현대적 공원으로=라빌레트 공원은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북동쪽 외곽 19구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의 공원은 1850년부터 1974년까지 120여년간 유럽 최대 규모의 소 도살장과 가축거래 시장으로 활용됐었다. 그러나 1974년 도시 미관개선 차원에서 폐쇄 결정이 내려졌고, 이후 도살장을 파리 교외로 옮기면서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슬럼가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3년 후 1977년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과학산업 공원으로 탈바꿈할 방안을 검토했다. 1979년 미래형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건축계획이 수립됐다. ‘라빌레트 복합공원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21세기형 도시공원’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세계의 유명한 건축가들을 참여시켰다.

36개국의 건축가들이 400여개의 작품을 출품했고, 그 중 스위스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72)의 응모작이 선정돼 설계에 들어갔다. 1993년 마침내 ‘라빌레트 공원’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정원과 운하 인근의 모습.
◇자연과 건축예술의 조화 눈길=파리 시내 지하철 7호선을 타고 내려 조금 걸으니 붉은색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장권 판매소를 지나면 넓은 광장이 펼쳐지는데, 이때부터가 라빌레트 공원의 시작이다.

라빌레트는 파리 외곽에 위치한 개성 넘치는 공원으로, ‘세계 최고의 21세기 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10만5천평 규모의 공원에는 초록색 잔디와 나무 등 식물들은 물론, 우르크 운하(Canal de l’Ourcq)가 관통하고 있어 운하를 따라 걷는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다.

넓은 대지에 펼쳐진 녹지공원 뿐 아니라 라빌레트 공원 안엔 과학산업관, 음악당, 야외 전시물, 경기장 등이 함께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특히 과학산업관은 파리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파리의 어린이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다녀가는 필수코스가 됐다. 음악당은 주기적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을 여는 대규모 공연장이다.

이처럼 라빌레트 공원은 새로운 문화가 꾸준히 생겨나는 공간으로, 매일 1만명이 다녀가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 공원 안에 자리한 붉은색 외관의 ‘폴리’가 압권이다. 공원의 폴리는 우르크 운하를 중심으로 128m 간격으로 가로·세로 10.8m 크기의 26개가 놓여있다.

멀리서 언뜻 보면 ‘추억의 빨간 전화박스’를 연상케 하는 이 폴리는 강철 조형물이다. 폴리의 상징인 ‘붉은색’은 베르나르 추미만이 사용 가능한 ‘색’으로 알려져 있다.

베르나르 추미는 ‘점·선·면’이라는 공식에 대입하듯 이 공간을 설계했다. 공원 전체가 ‘면’이면, 공원 안의 도로, 길 등은 ‘선’이고 띄엄띄엄 설치된 폴리는 ‘점’이다. 즉, 공원 안에 자유롭게 흩뿌려진 폴리는 아무 의미가 없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이다.

◇쓰임새에 따라 달라지는 폴리=라빌레트 공원에서 시작한 ‘폴리’는 이제 전 세계 건축·예술인들이 사용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건물 자체에 특정한 기능이 있다기 보다는, 심미적 역할에 치중하는 건축물인 것이다.

라빌레트 공원이라는 커다란 면 안에 점을 찍듯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폴리는 말 그대로 ‘특정한 역할이나 의미가 없는 건축물’이다. 구별을 위해 붉은 강철 건축물에 하얀색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써뒀지만, 사실상 건물마다 이름이나 지정된 용도가 없다.

다만, 폴리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쓰임새에 따라 각 폴리마다의 이름을 붙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실제로 폴리는 페스티벌 기간 중 콘서트 무대가 되거나, 각종 이벤트의 장으로 사용된다. 때로는 전망대나 레스토랑 등의 입구나 전시 공간 등으로 사용된다.

광주폴리는 기존 폴리의 장식적 역할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론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폴리가 갖는 의미는 기존 라빌레트 공원의 폴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궤를 같이한다.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람과 함께 커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용자에게 더욱 가깝고 편리한 폴리, 3차까지 진행된 광주폴리사업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람 중심…자연·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프레데릭 마젤리 라빌레트 공원 예술감독

“폴리 건축물, 초록의 식물들, 우르크 운하, 공연장, 과학관 등은 라빌레트 공원이라는 넓은 공간 안에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어우러져 있지만 이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죠. 사람이 와서 즐겨야 비로소 쓸모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프레데릭 마젤리(Frederic Mazelly) 라빌레트 예술감독은 “공간을 완성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시는 수년간 비어있던 공간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공장이나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시민 휴식처’를 택했다. 단순한 쉼터를 넘어 축제의 공간이자 문화활동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시민들은 폐허로 남겨져 있던 이 곳이 이젠 24년이 넘도록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큰 자부심을 갖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쉼터 뿐 아니라 필하모닉 공연장, 체육시설, 과학관 등이 한자리에 있다는 것도 특징이죠.”

라빌레트 공원은 ‘폴리’라는 건축물을 통해 유명해졌다. 명성만큼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빌레트는 또 한번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마이크로 폴리’(Micro Folly) 사업과 2024년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과 연계할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 폴리’는 본래의 폴리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폴리라고 보면 됩니다. 라빌레트 공원을 알린 ‘폴리’를 파리 시 외곽에 흩뿌려 설치하는 게 ‘마이크로 폴리’ 사업의 골자입니다. 라빌레트 공원 이외에도 ‘파리에 오면 ‘폴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프로젝트죠. 꼭 프랑스가 아니어도 세계 전역에 ‘마이크로 폴리’를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폴리 사업과 더불어 라빌레트 공원에서 2024년 파리 올림픽과 연계할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는 거죠.”

/프랑스 파리=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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