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5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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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도시는 그곳의 사람들을 닮아간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1만5천원

  • 입력날짜 : 2017. 11.26. 19:21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욕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농촌의 피폐화와 압축 성장으로 인해 대도시 집중을 초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빛을 쫓아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일자리를 찾아서 점차적으로 교육과 주거를 목적으로 들어왔다. 급격한 인구증가로 집값은 상승했고 부족한 주택은 아파트로 대체됐다. 점차 도시는 가진 자들에 의한 권력의 도구가 됐다. 도시의 중심상권은 자본의 심장부가 됐다. 반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도시는 또 다른 애증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도시를 바라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을 담고 있다. 주로 서울을 중심으로 선진국 도시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저자 유현준 교수는 도시가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인간들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 설명해 준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새로운 권력 구조를 보여주는 주거형태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부자들은 맨 꼭대기에 살려고 한다. 유독 저층이 인기 없는 편이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이를 보여준 곳이 뉴욕의 소호(South of Houston) 지역이다. 뉴욕시는 ‘로프트 프로젝트’를 통해서 폐쇄된 섬유공장들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하면서 예술의 거리로 거듭나고 새로운 명소가 됐다. 현재는 패션의 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도심 공원은 런던의 ‘하이드 파크’다. 본래 왕실소유였으나 도시노동자들의 휴식을 위해 개방했다. 이후 도시에는 당연히 중앙 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 됐다. 미국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가 대표적이다. 뉴요커들이 여가, 운동, 휴식을 즐기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일변도로 인해 다양한 주택 기술의 발전이 더딘 것으로 지적된다. 예전에는 단독주택의 취약한 방범과 열악한 환경으로 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수준의 향상과 자연 친화적 욕구가 커지면서 마당이 있는 주택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성공적인 광장에는 두 가지 법칙이 작용한다. 하나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광장 주변으로 상가들이 즐비하다. 성 베드로 광장은 유명한 성베드로 성당이 있고, 로마의 나보나 광장은 주변의 가게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 보다는 의미 있는 장소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은 안팎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담양 소쇄원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마루에 앉아 바깥 경치를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 디자인한 건축물이다.

도시의 건축물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광주의 도시정체성에는 광주정신이 담겨져 있다. 그럼 광주정신은 어디에 녹아 있는 것일까? 국립 5·18민주묘지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처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라고 불리는 광주를 외부인에게 보여주는 상징물은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그나마 미래지향적 도시브랜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필자는 상무지구 모퉁이에서 살고 있다. 1992년 개발계획이 수립된 상무지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공시설, 상업시설 등으로 형성돼 있다. 특히 시청을 중심으로 공공기관들이, 라마다 호텔을 중심으로 유흥시설들이 부조화 속에서 나름 엉성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녁에는 불야성을 이루고 호남을 대표하는 유흥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계획된 신시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가득하다.

사람이 빠진 도시계획은 획일적인 도시 경관을 만들 뿐이다. 광주는 자연의 숲이 아닌 아파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다. 무색무취한 아파트 비중이 78%에 달하고, 앞으로도 아파트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도시라는 유기체 안에 사람들이라는 유기체들이 살아간다. 둘은 끊임없이 공진화 한다”고 했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스며있지 않은 도시의 시름이 깊어져가고 있다./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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