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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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제주 올레 16코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삼별초 아픔이 스며있고…

  • 입력날짜 : 2017. 12.19. 18:47
해변은 진흙으로 빚어놓은 것 같은 기암괴석들은 수석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여러 모양의 바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포세이돈 큰바위 얼굴’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암괴석이다.
제주올레 16코스를 걷기 위해 제주시내에서 애월 가는 버스를 탔다. 평일 아침시간이라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정류장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버스는 제주 시내를 벗어나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린 서일주도로를 따라 달린다. 차창 밖에서는 제주도 전원풍경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애월읍소재지에 다다르기 전 고내리정류장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해변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니 고내포구에 도착한다. 작은 포구에는 어선 몇 척이 출어를 기다리고 있다. 고내포구 우주물 앞 제주올레 16코스를 알리는 간세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날씨는 청명한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 제법 쌀쌀하다.

수산저수지에는 수령 400년이 넘는 낙락장송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곰이 저수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게 하는 곰솔이다.
올레길은 해안도로 옆 오솔길을 따라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고내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망오름이라 불리는 고내봉이 마을과 에메랄드빛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눈길을 오솔길 아래 해변 기암절벽으로 돌리니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진흙으로 빚어놓은 것 같은 기암괴석들은 수석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여러 모양의 바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포세이돈 큰바위 얼굴’이라는 이름이 붙은 기암괴석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외로워하는 포세이돈을 위로해 주려고 파도를 보내 재롱을 피운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해변의 검은 바위, 내륙의 억새, 붉은 지붕의 주택들과 색상의 대비를 이루며 한 폭의 예쁜 수채화가 된다. 기암절벽을 이루던 해변이 완만해지는 곳에는 대체로 포구와 마을이 있다.

사람머리 크기의 검은 몽돌들이 바닷물과 숨바꼭질을 한다. 제주해변은 용암이 흐르다가 굳어진 바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매끈한 몽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신엄포구 근처 해안에서는 반들반들한 몽돌들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몽돌의 부드러움 속에서 오랜 풍파를 겪으며 세월을 견딘 사람들의 여유를 보는 것 같다.

바닷가에서 절벽 위 언덕으로 올라서니 도대불이 서 있다.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밤에 배들이 무사히 귀항할 수 있도록 도대불을 설치했다. 이곳 도대불에서는 그림처럼 펼쳐지는 신엄포구에서 고대포구까지의 해안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길은 솔숲길과 초원지대를 번갈아가며 지나게 된다. 남뜨르동산이라 불리는 언덕 위에서 남두연대를 만난다. 남두연대는 동쪽의 수산봉수, 서쪽 고내봉수와 교신했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는 1978년 설치된 항몽순의비(抗蒙殉義碑)를 비롯한 관리사·전시관·휴게소 등이 있다.
중엄리에서 동쪽 구엄포구 방향으로 펼쳐지는 해변은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용암이 바다로 흐르다가 그대로 굳어진 모양은 엊그제 굳어진 것처럼 그 모양이 생생하다. 용암이 굳어지는 순간에 거센 파도가 몰아쳐서 가운데는 패이고 위아래는 날카롭게 튀어나와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은 바위도 있다.

중엄리 새물 앞에서 검은 바위가 만든 기암절경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만든 풍경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소름이 돋는다. 나는 여기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나는 감정이 시키는 대로 자연에 도취돼 걷는 행복함을 누린다. 중엄리와 구엄리 중간에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주상절리도 있다.

해변의 넓은 현무암 암반에는 붉은 진흙으로 만든 돌염전이 있다. 고려 말 삼별초항쟁 때 삼별초가 애월읍 고성리 항파두리에 주둔할 당시부터 엄장포 또는 엄장이라고 불려졌던 것으로 봐 그 당시부터 소금을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엄리 돌염전은 ‘소금빌레’라 불렸는데, 해안을 따라 길이 300m 폭 50m에 넓이가 4천845㎡에 달한다. 이곳 돌염전은 마을주민들의 생업터전으로 400년 가까이 삶의 근간이 돼왔으나 생업의 변화로 1950년대에 이르러 소금밭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됐다.

구엄포구를 지나면서부터 제주올레 16코스는 바다와 헤어져 내륙 마을길과 밭길을 걷게 된다. 마을길을 걸을 때나 밭길을 걸을 때 현무암 돌담은 정감을 자아낸다. 화산섬 제주도는 돌의 고장이다. 해변의 돌과 바위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라면 돌담은 제주도의 독특한 환경이 만든 인공적인 생활문화다.

중엄리 새물 앞에서 검은 바위가 만든 기암절경과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만든 풍경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소름이 돋는다.
길은 수산봉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해변길과 마을길, 밭길만 걷다가 숲길로 들어서니 사뭇 신선하다. 해발 120m에 불과한 수산봉 정상에는 팔각정자와 여러 운동시설이 놓여 있다. 오름 정상에 작은 연못이 있어 ‘물메’라 불렀다. 수산봉 정상에 서니 한라산 정상과 중산간의 모습들이 중후하게 다가온다.

수산봉에서 내려와 수산저수지로 들어선다. 수산저수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낙락장송 한 그루다. 곰이 저수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게 하는 곰솔이다. 마을 사람들은 수령 400년이 넘는 이 곰솔을 수호목으로 여겨 신성시한다. 수산리저수지를 벗어나 정다운 밭길을 걷는다. 밭에는 노랗게 익은 감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해준다.

감귤을 따고 있는 농부에게 인사를 건네자 농부는 막 따낸 감귤 몇 개를 건네준다. 애써 지은 농사인데 지나가는 길손에게까지 감귤을 전해주는 농부의 마음이 고맙다. 농부의 훈훈한 마음이 나를 따뜻하게 해준다. 밭길을 따라 걷다보면 해변마을과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귤밭 사이로 한라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엄리 해변의 넓은 현무암 암반에는 붉은 진흙으로 만든 돌염전이 있다.
항몽유적지가 있는 항파두성으로 향한다. 흙으로 쌓은 항파두성은 흔히 항파두리라 불린다. 복원해놓은 항파두성이 삼별초의 아픔을 전해준다. 항파두리에는 항몽유적들이 남아 있다. 이곳 항파두리는 고려 조정이 몽고군과 강화를 맺고 강화에서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에 맞서 고려 김방경과 몽고의 흔도가 이끄는 여몽연합군에 최후까지 항쟁하다 원종 14년(1273) 전원 순의한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였던 곳으로, 1997년 사적 제396호로 지정됐다. 항몽유적지에는 현재 1978년 설치된 항몽순의비(抗蒙殉義碑)를 비롯한 관리사·전시관·휴게소 등이 있다.

진도 싸움에서 패한 삼별초는 원종 12년(1271) 5월, 장군 김통정(金通精)의 영도 아래 제주도에 들어와 이곳에 내외 이중으로 된 성을 쌓았다. 내성은 사각형의 석성을 쌓았으며, 외성은 언덕과 계곡을 따라 타원형의 토성을 쌓았는데, 그 길이가 15리에 이르고 성 안의 면적은 약 30만평이나 됐다.

곰솔로 이뤄진 고성숲길을 지나 고즈넉한 밭길을 걷는다. 밭담을 따라 걷다보면 언제나처럼 한라산이 미소를 지어준다. 청화마을을 지나 드문드문 민가들이 있는 마을길을 따라 광령리로 향한다. 광령초등학교 앞에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바라본다. 문득 내가 이렇게 길을 걷는 것도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어느덧 16코스 종점인 광령1리 사무소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있다.



※여행쪽지

▶제주올레 16코스는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시작해 남두연대→구엄리 돌염전→수산봉→수산저수지→항파두리 항몽유적지→청화마을→광령1리 사무소까지 15.7㎞ 거리로, 5-6시간 걸린다.
▶가는 길 :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애월 가는 202번 간선버스를 타고 고내리 정류장에서 하차, 골목길을 따라 600m 정도를 걸으면 16코스 시작지인 고내포구에 닿는다.
▶제주올레 16코스 해변길에는 ‘해녀의 집’이 두 군데 있다. 신엄 해녀의 집과 구엄 해녀의 집으로 점심으로 전복죽(1만2천원)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전복회, 소라회, 문어회도 맛볼 수 있다. 구엄리 마을을 지나면 종점인 광령1리까지는 식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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