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월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창녕 우포늪 생명길
국내 최대 내륙습지에서 인간의 행복이 싹트다

  • 입력날짜 : 2018. 01.02. 18:38
넓게 수평을 이룬 우포늪은 화선지가 되고 그 위에 선 나무들이 그림을 그려주면 주변의 산줄기들이 원경을 이뤄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시킨다.
개발 열풍을 타고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던 열대우림이 상당수 사라져버렸고,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만년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흐르던 강에 보를 막아 강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어버리지 않나, 개발 명목으로 산을 허무는 등 국토 곳곳이 상처투성이가 됐다. 생태환경에 대한 우려가 심해짐에 따라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생태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늘은 국내 최대의 내륙습지 우포늪으로 생태여행을 떠난다. 우포늪 주차장에 도착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우포늪생태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우포늪생태관을 뒤로하고 우포늪으로 향한다. 우포늪은 수면 면적만 70만평에 달하며 홍수 때 잠기는 면적까지 합하면 200만평에 달한다. 우포늪은 원래 하나의 늪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주변을 농토로 만들면서 대대둑, 사지포둑, 주매둑, 목포둑 등 4개의 제방이 만들어져 네 개의 습지로 나눠졌다. 우포(소벌)와 사지포(모래벌), 목포(나무벌), 쪽지벌이 그것이다. 대대제방에 들어서니 우포늪이 드넓게 펼쳐진다. 우포늪은 480여종의 식물류, 62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55종의 수서곤충류, 12종의 포유류, 7종의 파충류, 5종의 양서류, 5종의 패류 등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대대제방에서 늪가로 내려서니 우포늪의 수원이 되는 토평천이 흘러온다. 토평천이 우포늪과 만나는 지점에는 버드나무 같은 습지에서 자라는 키 작은 나무와 갈대를 비롯한 풀들이 곳곳에서 물을 드러내는 연못과 함께 전형적인 내륙습지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자연이 잘 살아있는 길을 걸으면 자연을 닮아간다. 자연을 닮은 삶이야말로 생태계를 지키고, 자신의 행복도 증진시킨다.
우포늪은 낙동강 본류에서 동쪽으로 7㎞ 가량 떨어져 있다. 화왕산에서 시작해 창녕읍을 지나온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간다. 우포늪의 고도가 낙동강 쪽 자연제방보다 낮아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우포로 역류하고 평상시에도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는 물이 고여 있는 늪이 됐다.

우포늪 주변은 대대제방 아래쪽 들판을 제외하고는 3면을 해발 100m 전후의 낮은 야산들이 감싸고 있다. 잔잔한 늪과 완만한 야산들이 어울려 우포늪은 부드럽다. 우포늪은 1997년 7월26일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2일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그리고 2011년 1월13일 천연기념물 524호가 됐고, 2012년 2월 8일에는 습지보호지역이 됐다.

사람들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우포늪길을 걸으면서 생태적 감수성을 증대시킨다. 자연이 잘 살아있는 길을 걷다보면 사람도 자연을 닮아간다. 자연을 닮은 삶이야말로 생태계를 지키고, 자신의 행복도 증진시킨다. 대대제방 갈림길을 지나 늪 가운데를 지날 때는 늪의 일원이 되는 것 같다.

사지포제방에서 바라보니 아담한 사지포와 주매마을이 낮은 야산을 등지고 포근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지포늪에서 백로 10여마리가 평화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우포와 사지포 사이의 넓은 습지에는 수백 종의 나무와 풀들이 생태계의 보고를 이루고 있다.

우매제방에 이르자 우포늪 가운데에서 목포제방 쪽으로 길게 띠를 이루고 있는 초지가 눈길을 끈다. 섬이 된 초지에는 중간 중간 나무들이 서 있어 사뭇 신비롭다. 넓게 수평을 이룬 우포늪은 화선지가 되고 그 위에 선 나무들이 그림을 그려주면 주변의 산줄기들이 원경을 이뤄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완성시킨다.

잔잔한 호수는 겨울철새들의 놀이터다. 철새들은 우아하게 유영을 하다가 비행을 하며 군무를 펼치기도 하고, 포물선을 그으며 날다가 사뿐히 호수 위에 앉기도 한다.
아름다운 그림에는 수많은 새들이 날아와 보금자리를 삼고, 여러 종의 곤충과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된다. 동·식물과 곤충, 파충류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하기에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동물과 식물, 산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세상은 요람처럼 포근하고, 무릉도원 같은 낙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예술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주고, 어린이에게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 된다.

이러한 우포늪의 모습을 동쪽에 우뚝 솟은 화왕산이 내려다보며 흐뭇해한다. 소목나루에는 몇 척의 쪽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포늪에는 많은 물고기가 살지만 낚시를 비롯한 어로활동이 금지돼 있다. 다만 주변마을에 사는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소목마을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니 ‘(사)푸른우포사람들’ 사무실이 있는 2층 건물이 있다. 우포늪을 지키기 위해 민관을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앞장서 활동을 해온 단체가 1997년 출범한 (사)푸른우포사람들이다.

길은 목포습지 옆길을 따라 이어진다. 목포습지에는 유난히 큰기러기가 많다. 겨울철 우포늪에는 천연기념물 205-2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큰고니,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든다. 특히 1월과 2월은 겨울철새들의 활동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로 수만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우포늪을 찾는다. 철새의 종류만 해도 170종은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아오는 게 큰기러기다.

우포늪과 토평천이 갈리는 지점에 형성된 삼각주 형태의 목초지가 주변의 물길과 어울려 멋지다.
이 철새들은 이번 겨울을 나고 내년 봄이면 시베리아 쪽으로 이동을 한다.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는 철새들을 보면서 천천히 걷다보니 내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 우만제방을 지나 길게 뻗어있는 목포를 따라 걷는다. 목포에서는 큰기러기와 함께 천연기념물 201-2호 큰고니가 고요하게 노닐고 있다. 어느새 늪은 ‘백조의 호수’가 된다.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처럼 들려온다. 늪에서는 큰고니들이 발레리나가 돼 우아하게 춤을 춘다.

잔잔한 호수는 겨울철새들의 놀이터다. 철새들은 우아하게 유영을 하다가 비행을 하며 군무를 펼치기도 하고, 포물선을 그으며 날다가 사뿐히 호수 위에 앉기도 한다. 왕성한 생명활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겨울나무들은 단아한 멋을 풍긴다. 우포와 목포를 가르고 있는 목포제방에 서니 우포늪에서 토평천으로 빠져나가는 물길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우포늪과 토평천이 갈리는 지점에 형성된 삼각주 형태의 목초지가 주변의 물길과 어울려 멋지다.

우포늪을 왼쪽에 끼고 걸어가는데, 수백년을 우포늪과 함께 지내온 왕버들나무 한 그루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온갖 풍파를 견디며 수백년을 살아온 나무는 한 그루의 나무 이상이다. 사람들은 버드나무 거목 아래에서 우포늪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나도 모르게 자연 속의 한 개체가 된다.

이제 우포늪과 헤어져야할 시간이다. 우포늪전망대에 올라 마지막으로 우포늪을 바라본다. 여전히 호수는 드넓고 주변 습지의 나무와 갈색으로 변한 초지는 생명의 기운을 뿜어낸다. 생태계가 살아있을 때 인간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우포늪이 깨우쳐주는 듯하다.


※여행 쪽지

▶우포늪 생명길은 우포늪을 한 바퀴 도는 길로 12㎞ 거리에 4시간 정도 걸린다.
▶우포늪주차장→대대제방→사지포제방→주매정→주매제방→소목주차장→푸른우포사람들→우만제방→목포제방 입구→징검다리→우포늪전망대→우포늪주차장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우포늪주차장(경남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252-1)
▶우포늪주차장 근처에 몇 개의 식당이 있다. 주매리에 있는 우포횟집(055-532-2088)은 우포늪에서 직접 잡은 붕어로 요리한 붕어찜과 매운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