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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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 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더 밝기만 하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63)

  • 입력날짜 : 2018. 01.30. 19:08
題松都甘露寺次惠遠韻
(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1]
뇌천 김부식

속객의 닿지 않아 올라서니 맑은 생각
산 모습에 가을이라 더 더욱 고울세라
강 불빛 깊은 밤에도 오히려 밝아라.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
속객불도처 등임의사청
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
산형추경호 강색야유명

고려후기 최대의 라이벌 관계였다면 김부식과 정지상을 제일의 반열에 놓는다. 정지상은 시(詩)에 있어서 당대의 으뜸이었고, 김부식은 문(文)에 있어 으뜸이었다. 삼국사기와 같이 훌륭한 저서를 남겨 우리의 정사를 훤히 알게 했던 그였지만 시적인 재주는 정지상에 미치지 못했음이 문헌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어 가슴이 섬뜩해진다. ‘속객의 발길 닿지 않는 곳이 있어서, 이제야 올라보니 생각이 해맑아지기만 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강물 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더 밝기만 하네(題松都甘露寺次惠遠韻1)로 번역해 본 율(律)의 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1075-1151)으로 고려 중기의 유학자, 역사가, 정치가다. 13-14세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의 슬하에서 자랐으나 4형제가 모두 과거에 합격해 중앙관료로 진출할 수 있었다. 뇌천의 어머니 또한 포상됐으나 굳이 사양하면서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속객의 발길 닿지 않는 곳이 있어 / 이제야 올라보니 생각이 해맑아지기만 하네 // 산 모습 가을이라 더욱 곱기만 하고 / 강물 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더 밝기만 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송도 감로사 혜원 스님 차운하며1]로 번역된다. 시인은 문장에 특히 능하였지만 시에 있어서도 정지상(鄭知常)과 함께 당대에 이름이 높았던 그의 대표적인 시 작품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속세를 벗어난 흥취가 있다고 했고, 서거정은 ‘동인시화’에서 걸출한 기상이 드러나 있다고 한 바 있다.

시인이 속세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송도 감로사 주변의 절경에 취해 좁은 집에 살면서 벼슬길에 급급했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짐을 읊었다는 평이다. ‘속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음이 맑다’고 했다. 높은 대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무언가 골똘함을 보인다.

화자는 율시의 특징답게 전구에서 높은 대에서 봤던 전경에 취한 모습을 보인다. 산은 가을이라 더욱 아름답고, 강물 빛은 밤이라서 오히려 맑다고 했다. 산과 강의 맑음을 그대로 붓으로 채색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어진 후구에서는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 외로운 돛만 홀로 가벼이 떠가네 // 부끄럽다. 달팽이 뿔 위에서 / 공명(功名)을 찾아다닌 나의 반평생]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俗客: 속객. 보통 사람들. 不到處: 이르지 않는 곳에 있다. 登臨: 오르다. 높이 오르다. 意思淸: 생각이 해맑아지다. 생각이 더 맑다. // 山形: 산의 모양. 산의 모습. 秋更好: 가을이라 더욱 곱다. 江色: 강의 빛깔. 夜猶明: 밤이라 더욱 밝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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