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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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벵골만 해적의 포구 ‘치타공’ (1)
벵골왕국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했던 해적도시

  • 입력날짜 : 2018. 01.30. 19:08
치타공 주변 항구에는 아직도 옛 전통선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초승달처럼 양끝이 곡선으로 휘어져 벵골만의 큰 파도를 잘 넘게 돼 있다.
역사 속에 번성했던 치타공!
오랜 해상실크로드 무역로에서 이곳 만큼 해적이 많았던 곳도 드물다. 이곳을 지배했던 아카인족이 그 한 몫을 했다.
무굴제국 때는 ‘이슬라마바드’라 하고, 포르투갈과 베네치아 상인들은 ‘포르투그란데’라고 불렀던 곳이다. 이곳을 다녀간 옛 선인들은 ‘안개와 물에서 떠오르는 아련한 아름다운 도시’, ‘벵골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국황실로 가는 보물을 실은 도시’ 등이라 소개했다.

또한 고대 해상실크로드 포구 중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중 하나다. 가난한 탓으로, 현대적 항만정비가 안 됐던 것이다. 2천년 넘는 긴 세월의 누적이 뻘 속에 쌓여 있다. 고대 해상실크로드 포구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이곳을 지나 간 옛 해상인들의 흔적과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벵골만 해양실크로드 거점 ‘치타공’

다카에서 아침 8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이미 가이드 오포(Opu)와 운전기사 사지드(Sajid)가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차는 튼튼한 지프-차여서 안심이 됐다. 운전기사 놈의 담배 냄새가 찌들어 있는 것 빼고는 다 좋았다. 뒷 4좌석을 혼자 활용했다. 지루할 땐 누워 눈을 붙일 수 있어 좋았다.

오늘 하루 500여㎞를 달리는 일정이다. ‘다카→치타공→폭스바자르’로 이어지는 길이다. 먼지와 아침 안개로 도로변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차 안에서의 도로변 촬영을 포기했다. 좀 아쉬웠다.

교통혼잡은 이방인에겐 지옥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아니 도심을 빠져 나가는 일이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도심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에 오르는 시간만 최소 두 시간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라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사람도 걸어가고 릭샤도 다닌다. 곳곳이 패여 덜커덩거려 차가 속력을 못 낸다. 고속도로가 이렇게 엉망일 줄이야….

오전 11시가 넘어서서 차가 다카를 벗어났다. 지옥을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스모그도 좀 덜해 시야도 보이기 시작했다. 산이 없다. 가도 가도 들판이다. 하천과 호수도 많다. 정자만 있다면, 온통 수향경관이다. 1월 겨울인데 모내기 하고 있다. 비옥한 황토 충적토에서 2모작을 하고 있다. 군데군데 양식장이 참 많다. 물고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수리시설이 안 돼 있어, 우기에는 국토의 40%가 잠긴다고 한다.


무질서한 시가지 모습. 낡은 차량, 갖가지 교통수단의 혼재, 쓰레기 더미, 많은 인파가 보인다.
▶ 열악한 도시 환경 ‘도로가 온통 주차장’

치타공을 10㎞쯤 남겨두고 교통체증이 극도로 심하다. 왕복 4차선 도로가 완전 주차장이다. 평일 낮인데도 말이다. 걸어가는 속도와 거의 같다. 끼여들기도 심해 차들이 거의 붙어 다닌다. 이곳도 다카와 마찬가지로 온갖 것들이 다 다닌다. 릭샤, 자전거, 오토바이, 우마차, 차량까지는 이해하겠는데…소 때까지 몰고 지나간다. 번잡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도를 보니 외길이다.

방글라데시 제2의 대도시라 해서 기대했으나, 식당 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다. 도시를 몇 바퀴 돈 끝에, 자맨(zaman)이라는 호텔식당에 들어갔다. 메뉴에 인도음식 뿐이어서, 밥(화이트 라이스)만 시켜서, 마침 가지고 온 볶음김치를 꺼내 먹었다. 발효 김치의 냄새가 진동했으나, 어느 누구도 얼굴을 찌뿌리지 않았다. 식당 주인이 신기한 듯 자꾸 쳐다본다. 가이드는 전통 인도음식 카시(Kasci)를 시켜 손으로 카레와 비벼먹는다. 항상 보는 것이지만 먹을 때마다 질겁했다. 오이(Cucumber)만이 먹을만 했다. 식사가 끝날 쯤엔 항상 모우리(mouri)가 후식으로 나온다. 접시에 담아 계산서와 함께 식탁 위에 올려놓고 간다. 좁쌀 같이 생겼다. 박하(감초)같이 입안을 상쾌하게 한다.


▶옛 모습 간직한 포구의 풍경

늦은 점심 후, 발걸음을 포구로 옮겼다. 끝없이 몰려드는 선박들…. 치타공이 방글라데시 최대의 항구임이 실감난다. 물이 많이 빠져서 갯벌이 흔히 드러나 있다. 정박해 있는 배들은 갯벌위에 노출돼 있다. 연안퇴적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포구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가난한 탓인지 현대적 항만정비가 전혀 안됐다. 2천년 넘는 긴 세월 동안에 계속 수선하고 보강만 해 온 것이다. 세월의 누적이 뻘 속에 쌓여 있다. 옛 선착장 시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대 해상실크로드 포구, 그대로였다. 매우 흥분됐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선박들, 남루한 옷차림의 선착장 노동자들,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철없는 아이들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해산물이 풍부하다. 어디가나 말린 생선이 쉽게 보인다.

이 옛 선착장을 걸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 옛 고승(겸익, 혜초 등)과 무역상들이 걸었을 길을 생각했다. 그들이 묵었던 숙소와 식당이 어디쯤일까도 생각해 봤다. 포구 앞 구 시가지에는 옛 건물이 아직도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도 그대로다. 바자르였던 곳도 지금도 그대로 시장(난장)이다. 아랍식, 서양식, 중국식 건물이 곳곳에 보였다.


치타공 옛 포구. 2천년 전부터 사용돼 온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옛 실크로드 포구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포구이다.
▶ 최상의 항만조건…해상교통 요충지

치타공이란 ‘16개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무굴제국 때는 ‘이슬라마바드’라 하고, 포르투갈의 인들은 ‘포르투그란데’라고 불렀다. 차(茶)·광유(鑛油)·주트·면·쌀·수피(獸皮) 등이 수출품이다. 진주목걸이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다. 오랜 옛날부터 벵골만의 해상실크로드 거점이었다. 카르나풀리 강 위는 수많은 배들이 떠다니고, 지금도 배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무굴제국 시대에는 이슬라마바드(이슬람의 도시)라 불렸고, 17세기 포르투갈과 베네치아 상인들은 포르투그란데(Porto Grande)로 불렀다. 7세기에 중국의 3대 학자 중 하나였던 헌창은 ‘안개와 물에서 떠오르는 아련한 아름다운 도시’라고 찬미했다. 1552년에 ‘주앙 데 바로스’는 ‘벵골 왕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도시’라고 기술했다.

1760년에는 영국 동인도회사에 넘어 갔고, 이후 오랜 기간 착취당했다. 지금까지도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연합군에게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주요 수송 요충지로도 이용 됐다.

15세기에는 모로코 탐험가 이븐 바투타(Ibn Battuta), 이탈리아 대상 니콜라 드 콘티 등 세계 곳곳에서 유명한 방문객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뿐만 아니라 중국황실의 보물을 나르는 함대와 오스만제국의 해군도 거쳐 갔다.





지형적으로 치타공은 옛부터 해상교통의 요충지였다. 큰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항만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치타공 젖줄이나 수운인 ‘카르나풀리 강’은 티벳에서 발원한 매우 큰 강이다. 방글라데시 동부 산악지대의 여러 소수민족 촌을 거쳐 흐른다.

구릉지대는 숲이 우거져 있고, 낮은 평지는 관목덤불로 뒤덮여 있다. 삼림에서는 등나무와 대나무가 생산되고 값비싼 상품으로 판매된다. 구릉 사이의 계곡은 비옥한 충적평야로 경작지다. 주 작물은 벼이며, 구릉지대는 차가 재배된다. 또한 고추와 채소가 재배되기도 한다.

바다에는 어류가 풍부해 좋은 어장이 형성된다. 해안가는 두꺼운 모래층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유리와 방사성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치타공(Chittagong)은 방글라데시 제2의 도시이다. 카르나풀리강(江) 하구에서 13㎞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약 400만명의 주민이 산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태풍이 자주 온다. 도시에 언덕이 많다.

동쪽 산악지대(CHT)에는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면적은 1만3천180㎢에 이르고 카그라차리, 랑가마티, 반다르반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정부에 의해 박해를 받고 있어 긴장 상태에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원주민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치안이 안정되고 있다. 더불어 관광객들 발길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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