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2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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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고흥 마중길 1코스
다도해를 이룬 해창만은 ‘지붕없는 미술관’이 되고

  • 입력날짜 : 2018. 02.27. 19:05
해창만에 떠 있는 섬들은 산봉우리를 바다위에 내려놓아 수묵화를 그린다.
남쪽으로 길게 뻗은 고흥반도 중앙에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간 해창만이 있다. 해창만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데,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고흥 마중길 1코스’다. 해창만방조제에 도착하니 안쪽으로 간척된 들판이 질서정연하고, 바깥쪽은 해창만과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옹기종기하다. 육지에서는 팔영산과 마복산, 운암산 같은 산들이 해창만을 감싸고, 해창만에는 내나로도를 비롯해 취도·와도·첨도·옥태도·오도 등 크고 작은 20여개의 섬이 붕긋붕긋 솟아있다. 육지와 섬에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은 자신의 모습을 바다위에 내려놓아 수묵화를 그린다.

육지 가까운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한 미모를 과시한다. 금사리 능정마을 앞쪽의 중구섬은 어린아이처럼 작지만 예쁘고 귀엽다. 중구섬은 밀물 때는 세 개의 섬처럼 보이다가도 물이 빠지면 ‘산’(山)자 모양으로 하나의 섬이 된다. 중구섬 앞의 이름조차 없는 초미니 섬은 능정마을 앞바다의 풍경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다.

길은 능정마을 앞 해변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섬들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주고, 곳곳에 떠 있는 섬들은 해창만이 거대한 호수처럼 보이게 한다. 능정마을에서 해안 길을 휘돌아가니 외딴 사도마을이 나온다. 사도마을 앞에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와도가 떠 있다.

금사리 능정마을 앞쪽의 중구섬은 어린아이처럼 작지만 예쁘고 귀엽다. 중구섬은 밀물 때는 세 개의 섬처럼 보이다가도 물이 빠지면 ‘산’(山)자 모양으로 하나의 섬이 된다.
해창만에서는 와도가 앞을 가려 사도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 때문에 사도마을에는 조선시대 수군진이 들어섰다. 당시 마을 뒤편에 사도진성이라 불리는 성을 쌓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사도진성은 1485년(성종 16년)에 착공해 1491년 완성됐다.

사도 앞바다에서는 겨울철이면 굴채취로 분주하다. 사도마을에서는 굴뿐만 아니라 파래도 많이 재배한다. 사도 파래는 맛이 좋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굴과 파래는 이곳 사도마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다. 사도포구에는 마을주민들이 굴과 파래 작업을 위해 타고 다니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돼 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려오는 바닷가 오솔길을 걷다보니 내 마음까지 한적하고 고요해진다. 사방이 육지와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잔잔하게 펼쳐져 한없이 평화롭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뭍과 바다의 경계이면서 뭍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바다와 뭍을 구분 짓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해안선에서 뭍과 바다가 하나되기 때문일 것이다.

길은 바닷가에 바짝 붙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바닷가와 약간 떨어진 비탈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비탈에 남아 있는 영남만리성을 만난다. 영남만리성은 해창만 입구 북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성은 전체가 연결돼 있지 않고 세 부분으로 나눠져 육지에서 바다로 돌출돼 있는 바다를 막고 있다. 확인된 성의 길이는 1천431m이고, 너비는 2-3m 정도이다.

해창만에는 내나로도를 비롯해 취도·와도·첨도·옥태도·오도 등 크고 작은 20여개의 섬이 붕긋붕긋 솟아있어 한 폭의 그림 같다.
영남만리성을 지나자 더 넓어진 바다와 해창만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창만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내나로도와 대옥태도는 물론 작은 섬들이 붕긋붕긋 솟아있는 모습을 보며 넋을 잃는다. 여기에 푸른 하늘에 뭉실뭉실 떠 있는 구름까지 가세하니 작품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정화된다. 작은 이해관계에 가슴 졸이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며 살아온 나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유연한 길 너머로 오랜만에 해변마을이 바라보인다. 영남면 양사리 양화마을이다. 부드러운 산줄기에 감싸인 양화마을은 해창만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해창만을 이루고 있는 다도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몸을 굳어버리게 한다. 말 그대로 ‘지붕없는 미술관’이다. 내륙의 산과 해창만의 섬들이 푸른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려 있다. 푸른 하늘에서는 흰 구름이 추상화를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에는 섬들이 다양한 모양의 조각품을 전시해 놓았다. 이런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어떤 사람은 예술적 영감을 얻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며 걷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다. 소옥태도 앞쪽 고개를 넘으니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해변풍경이 등장한다. 남열리마을과 백사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마을 뒤로는 우미산이 우뚝 솟아있고, 산비탈 경사지에 밭과 마을이 계단을 이루며 자리를 잡았다. 정남향으로 배산임수를 이루고 있는 남열리는 정면으로 고운 모래밭과 푸른 바다가 예쁘게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마을이다. 남열리해수욕장 뒤편으로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솟아있다.

우미산 아래 경사지에 자리를 잡은 남열리는 정면으로 고운 모래밭과 푸른 바다가 예쁘게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마을이다.
남열마을에서 낮은 고개를 넘으니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은 지금까지 걸으며 보았던 오밀조밀한 해창만 풍광과는 달리 앞으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너른 바다에는 낭도, 사도, 상화도, 하화도, 개도 같은 섬들이 수평선 위에 떠 있어 시원하면서도 외롭지 않다. 여기에 곱게 깔린 모래와 울창한 송림,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매력을 더해준다. 파도는 사람이 정답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그립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50m 높이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는데, 기암절벽 위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해수욕장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까지는 데크로 만든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슴에 안겨온다.

우주발사전망대에 오르니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보았던 해창만과 거기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나는 해창만에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이름들을 불러본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 첨도, 비사도, 대옥태도, 소옥태도….

앞쪽으로는 낭도부터 시작해 사도, 상화도, 하화도, 개도는 물론 금오도까지 먼 원을 그리며 바다 위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해발 50m에 지하1층, 지상7층으로 세워졌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와 해상으로 15㎞ 직선거리에 위치해 나로호 발사광경을 넓은 바다와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우주발사전망대를 등지고 나오려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차량으로 고흥반도 동쪽해안도로를 따라 달려가는데도 아름다운 풍경은 계속된다. 이제 바다는 점점 멀어지고 나는 평화로운 바다풍경을 가슴 속 깊이 담는다. 가슴속에 담겨진 바다는 내가 보고 싶은 때 슬며시 꺼내서 보고 또 볼 것이다.


※여행 쪽지

▶‘고흥 마중길 1코스’는 다도해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해창만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해창만공원→능정삼거리→사도마을→영남만리성→양사삼거리→양화마을→남열마을→고흥우주발사전망대까지 17.7㎞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난이도 : 보통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해창만방조제(고흥군 포두면 송산리 1638-1)
▶능정삼거리에 있는 일성식당(061-834-7016)의 문어, 전복 등 각종 해물을 넣은 해물짬뽕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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