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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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함은 왜 국민 몫인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3.14. 19:37
한국 대통령은 왜 그럴까. 참 불행하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초라하게 사라진다. 대통령제가 시행된 한국현대사에서 벌써 5명의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어제 14일 오전 9시22분, 서울지방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이명박전 대통령이 섰다. 그는 6문장, 222자 짜리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약 1분10초간 낭독한 짧은 글을 그는 비장함이 담긴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2013년 2월24일 퇴임한 후 5년 17일, 1천844일 만에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 3월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지 358일만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이다. 피의자 신분의 이명박 전대통령의 소환은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41일 만, MB정부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이 불거진 지 98일 만이다. 이번 조사의 최대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에 달하는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여부이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혐의와 관련된 물증 및 진술을 바탕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혐의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인사 청탁 의혹 관련 △다스 실소유주 의혹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청와대 국정문건 반출 의혹 등 5가지 혐의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국민은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 이전에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 포토라인에 세웠다. 헌정 사상 가장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5년 11월 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포토라인에 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는 같은 달 16일 대통령은 내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 1심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을 거치면서 징역 12년 형으로 감형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1995년 12월 전두환 전 대통령도 1996년 12·12군사반란, 5·18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혐의 등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본인의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이튿날 오전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을 체포해 안양교도소로 압송했다. 전 전 대통령은 1심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1997년 반란, 내란 수괴,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확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등으로 지난해 3월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첫 재판으로부터 9개월 만에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YS와 DJ를 제외하고 전직 대통령 모두가 차례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기록을 쓰게 된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참변이고 국민적 불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정말 양심적인 대통령을 갖지 못할까. 왜 그들은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 바라보았을까.

사실 검찰 포토라인이라는 여론의 단두대는 국민이 전직 대통령들을 불러낸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과거가 그 단두대에 설 수 밖에 없는 이력인지라 그 스스로 자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역사는 뚜벅뚜벅 전직대통령을 구속하고 앞으로 늘 전진했지만, 앞의 대통령 실패를 교훈삼지 않고 그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은 권력을 겸손하게 행사하지 않고 휘두른 탓이다.

다른 나라의 전직대통령을 보라. 대통령직을 떠나고도 여전히 권위와 책임감이 살아있다. 어려운 외교문제나 소외계층을 껴안는 문제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현직대통령을 도와주는 일들을 하고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을 찾아 치유와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이 오랫동안 부재 상태다. 전직대통령의 구속과 부재는 정말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국정 혼란과 국론 분열이 발생한 데 대해 포토라인에 선 전직 대통령들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는 11명의 전직대통령이 있었지만, 그들이 불행하게 퇴진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존경은 커녕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된, 불행한 대통령을 리더로 모셨던 우리 국민의 창피함은 어디에서 보상받을까.

원래 원로가 되는 전직대통령을 국민의 세금으로 예우하는 것은 대통령직을 맡으면서 배운 국정철학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뜻이다. 분열된 국론이 있다면 통합하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좌우로 갈라진 정치를 봉합해 상생의 국민화합에 기여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개인의 비리로 포토라인에 서고, 그 원망을 정적에게 돌리면서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국민은 그런 전직대통령까지 예우하도록 세금내는게 아깝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 어제 검찰에 출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역사에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할 말이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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