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6일(화요일)
홈 >> 기획 > 류재준박사 책으로 세상읽기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피그말리온 신화’의 빛과 그림자
‘피그말리온’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열린책들 9천800원

  • 입력날짜 : 2018. 03.18. 18:53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해피엔딩을 다루고 있다.

키프로스 여인들은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윤리적으로 타락한다.

피그말리온은 여성 혐오에 걸린 탓에 상아를 이용해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붙인다.

아름다운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프로디테에게 소원을 간청한다.

결국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얻은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서 되살아난 여인과 결혼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간주한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피그말리온을 대신하는 괴짜 언어학자 히긴스와 아름다운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대신하는 거리에서 꽃을 파는 일라이자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영국의 빈곤층 소녀들은 의무 교육을 마치면 길거리로 나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조지 버나드 쇼가 지은 피그말리온에 나오는 여주인공 일라이자는 가난하고,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다.

언어학자 히긴스는 그녀가 쓰는 언어 때문에 불행해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편,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를 통해서 영국 신분 제도의 문제점과 모순을 다루고 있다.

즉 소녀의 낮은 신분을 보여주는 것은 그녀가 사용하는 사투리에 기인한다.

언어가 신분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언어학자 히긴스는 은어와 사투리를 쓰는 일라이자를 보고 영어의 순수성이 위협당한다고 생각한다.

피커링 대령과 “내가 여섯 달만 교육시키면 저 아가씨를 공작부인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내기를 한다.

히긴스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일라이자의 눈부신 자태와 교양 있는 말투가 무도회를 압도한다.

품격 있는 공작부인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를 기뻐하는 히긴스와는 달리 일라이자는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아! 꽃이나 팔던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신하고 아버지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독립해야만 했는데! 왜 내게서 독립을 빼앗아 갔어요? 나는 뭘 위해서 그걸 포기한 거죠? 이제 좋은 옷이 아무리 많아도 노예와 마찬가지다”고 항변한다.

그리고 히긴스를 향해 “이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 없이도 해낼 수 있으니까 당신은 태도를 바꿔 나와 화해하려 하는군요”라고 말한다.

그리스 피그말리온 신화에서는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와 행복한 결혼으로 마무리되지만 희곡 피그말리온에서 일라이자는 언어적 변화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녀는 히긴스가 만들어낸 일라이자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성이 된 것이다.

일라이자의 부친인 둘리틀을 통해서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사회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줄곧 가난한 청소부였던 그가 예기치 못한 유산 상속 덕분에 갑작스레 부자가 된다.

가난할 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던 친척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들까지 친해지고자 접근한다.

정여율 작가는 “피그말리온 신화는 ‘상대를 향한 사랑이 그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상대를 향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그를 망칠 수 있다’는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긍정적 효과로 교사가 학생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할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부모의 기대를 듬뿍 받은 아이가 실제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부정적 콤플렉스로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바꾸려 지나치게 애쓰는 사람들은 깊은 상처와 노이로제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