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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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눈처럼~눈이 꽃처럼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3.21. 19:03
경남 하동이나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벚꽃·산수유꽃·개나리가 하얗게, 노랗게, 빨갛게 피어나고 있다. 어린 꽃은 고개를 내밀자마자 시샘하는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주 꽃샘추위가 지나면, 다음주 남도 산하·들녘은 꽃 천지가 될 것이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춘3월엔, 도하 언론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얘기했었다. 정치·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 얘기했었다. 춘래불사춘은 王昭君(왕소군)을 두고 지은 시 가운데 있는 글귀다. 왕소군은 전한시대 원제의 궁녀로 절세미인이었으나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성이었다. 그 여성을 두고 동방규라는 시인이 시를 지은 것이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그러나 올봄은 춘래불사춘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긴장감 팽팽했던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돌아서면서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서 봄 공연을 예약하고 있다. 곧 남북정상회담도 추진한다고 한다. 북한과 미국이 만난다하고, 한중일 정상도 곧 회동할 모양이다.

특히 광주시민이 염원했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헌법전문에 수록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에 삽입됐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광주정신의 이념과 가치가 헌법 전문에 명시되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훼를 바로잡는 전기가 될 것이다. 5·18정신의 헌법 수록은 수많은 민주열사들의 피와 땀, 노력이 녹아든 것이다. 이후 5·18정신을 통해 민주적 가치가 더는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존립의 가치로 정립해 나가야한다. 국회를 통과하고 제정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다시 한번 광주시민의 힘이 모아져야 할 봄날이다.

최근 청와대는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개헌안의 요지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확정한 개헌안에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생명권·안전권 등 새로운 기본권을 만들었다. 또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동일가치 노동, 동일수준 임금’ 원칙을 명기하는 등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자문안 대부분을 반영했다.

특히 헌법 전문에 현행 4·19혁명 이후에 있었던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했다. 나아가 헌법개정안 중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제1조 3항을 추가했다. 대통령이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이자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과 협력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이다’고 단언하고 지방분권에 관하여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을 담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방분권 개헌의 시작은 ‘지방분권국가 선언’이다.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여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한 점은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참 좋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하게 된다.

필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5·18의 헌법전문 수록, 지방분권을 구체화한 부분을 크게 찬성한다.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꼭 실시되기를 바란다.

국민은 개헌을 통해 ‘19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정치권은 안 되는 이유만 찾을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할 만한 새 권력구조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1년 전 촛불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강렬하게 원했다. 각 정당들도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선거에서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

현재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만들었으나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로 보면 대통령 발의 개헌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국회의 개헌 논의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다시 찾아오긴 힘든 기회다. 국민세금을 아끼는 길이다. 개헌의 키를 쥔 국회는 교착상태에 빠진 논의를 부활시켜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빨리 처리해야 한다. 각 당 지도부는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나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30여년동안 놀라운 성장과 변화가 있었다. 현 대한민국 헌법은 급격히 성숙된 국민의 민주주의정신을 담지 못하고 있다. 현 헌법은 전 국민의 염원과 바램을 담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후 광주시민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지방은 ‘지방정부’가 아니라 ‘자치단체’라는 홀대와 불합리 속에 갇혀 있다.

부디, 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야 3당의 원내대표와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각 당 간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안을 논의하시라. 오랜만에 다가온 대한민국의 ‘새봄’, 그 기운을 소모하지 마시라. 광주를 폄훼하고, 지방을 홀대하도록 내버려둔 헌법, 그것을 고치자는데, 뭘 망설이나. 흔쾌히 동참하시라. 지방도 좀 살자.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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