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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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자의 몸으로 무슨 일로 내 여기까지 왔는가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69)

  • 입력날짜 : 2018. 04.03. 19:00
從眉庵公子鍾城謫所
(종미암공자종성적소)
송덕봉

지친 걸음 어느덧 마천령에 당도하니
거울처럼 맑은 물에 가없는 동해바다
아녀자 유배지의 길 무슨 일로 오는가.
行行遂至摩天嶺 東海無涯鏡面平
행행수지마천령 동해무애경면평
萬里婦人何事到 三從義重一身輕
만리부인하사도 삼종의중일신경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한 시대와 비교할 수는 없다. 사대부들이었다면 말을 탈 수야 있었지만 아녀자들과 서민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걷는 것이 전부다. 도보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시적상관자인 미암이 함북에 귀양을 가 있었으니 몇 달을 걸어 마천령을 넘고 있다. 유교적인 삼종지도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먼 길을 달려왔다. ‘지친 걸음 어느덧 마천령(摩天嶺)일세 그려, 거울처럼 맑은 물 가없는 동해’라고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아녀자의 몸으로 무슨 일로 내 여기까지 왔는가’[從眉庵公子鍾城謫所]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송덕봉(宋德峯)이며 여류시인으로 자세한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시문에서 보인 미암(眉庵)은 시인의 남편인 유희춘(柳希春)의 호다. 시문에 뛰어났다고 하며 시집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전하지는 않는다. 부부의 원차운하는 시문이 문집에 전하고 있다고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지친 걸음 어느덧 마천령(摩天嶺)일세 / 거울처럼 맑은 물 가없는 동해 / 아녀자의 몸으로 무슨 일로 여길 오는가 / 삼종의 의를 중히 여기니 이 몸이 가볍지 않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미암의 종성 땅 귀양살이 하는 곳을 찾아가며]로 번역된다. 남편이 국경 지방인 마천령에 귀양살이하고 있다. 여인이 남편을 찾아간다. 귀양 간 사람들이 넘는 눈물의 마천령에 멀리 동해가 보인다. 그런데 여인은 삼종(三從)의 의가 중해서 찾아간다고 했다. 여인은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나이 들어서는 아들의 뜻을 따른다고 해서 삼종지도란다.

시인의 마음은 바빴을 것이다. 지친 걸음걸이로 어느덧 마천령(摩天嶺)까지 도달했다는 심회를 읊은 뒤에 저 멀리 거울처럼 맑은 물 가없는 동해를 바라보는 심회를 읊었다. 시인의 마음은 더 없이 바빴건만 흥취어린 자연의 절경을 보고 그냥 스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화자는 사대부 아녀자의 몸으로 천리타향까지 오게 됐는가라는 심회를 떠올리고 있다. [아녀자의 몸으로 무슨 일로 여길 오는가 / 삼종의 의를 중히 여기니 이 몸이 가볍지 않네]라는 시상이다. 삼종의가 없었다면 찾아가지 않았을까? 그립고 걱정 되고, 그래서 찾아간 것이다. 부인은 남편이 너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부부(夫婦) 아니 사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와 어구

鍾城은 국경 지방의 고을, 從은 ‘따르다’는 뜻이나 ‘찾다’ 行行: 걷고 걷다. 遂至: 드리어 -이르다. 摩天嶺: 마천령. 東海: 동해. 無涯: 가없다. 鏡面平: 거울처럼 평평하다. // 萬里: 만 리. 婦人: 부인. 何事到: 어찌하여 -에 이르다. 三從: 삼종지도. 義重: 의가 중하다. 一身輕: 일신의 몸 가볍게 여기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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