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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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게미 맛집 찾아 별미 여행 떠나요] (4) 김가원
한결같은 마음으로 삭히게 미(味)
첫 맛은 코끝이 찡하고
다음 맛은 입이 알싸하고
끝 맛은 입안이 상큼하다

  • 입력날짜 : 2018. 04.11. 19:06
김가원의 홍어 상차림.
# 광주의 자존심인 홍어전문점

‘광주의 자존심’,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맛집’이라고 많은 손님들이 극찬하는 곳이 있으니 상무1동에 자리한 ‘김가원’이다. 이곳이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홍어 때문이다. 홍어하면 단연 흑산도다. 그렇지만 지금은 홍어를 파는 전통시장이나 식당에서 멀리 물 건너온 ‘칠레산 홍어’를 많이 쓴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다 아는 터. 그래도 유명한 ‘흑산도 홍어’만을 고집하는 뚝심이 이곳 주인장에게 있다.

# 홍도 해녀 출신 주인장은 ‘홍어 박사’

신안 홍도에서 나고 자라 같은 고향인 남편 이래진씨와 결혼한 김문희씨. 과거 그녀의 친정 아버지는 무동력선으로 홍어를 잡았고 남편은 홍어배를 부리는 선주였다. “해마다 9월에서 동지섣달까지 홍도 근해에서 홍어가 많이 잡혔고 흑산도는 먼 바다에 나가서 홍어를 잡았다”는 그녀의 말에 따라 당시 홍도의 특산물이 홍어였다. 그런데 흑산도에 수협이 생기면서 홍어의 명성은 홍도에서 흑산도로 넘어가게 됐다. 젊은 시절, 김문희씨는 고향 섬에서 해녀도 했고 홍어를 잡는 주낙 작업도 했고 횟집도 했다. 그녀가 만든 홍도의 토속음식인 홍어회는 여름철 관광객들에게 인기였다. 홍어배 선주였던 남편이 국립공원 직원을 겸직하다가 지리산으로 발령이 나자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광주 땅으로 옮겼다. 낯선 타지에서 ‘홍도 홍어집’으로 식당을 시작한 그녀는 대인동을 거쳐 계림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 어언 20년간 홍어 전문점으로 오로지 한 길을 걸어왔다. 어릴 때부터 지금의 60까지 홍어를 만지고 살아온 그녀는 홍어에 대해 ‘박사급’ 수준. 흑산도 홍어와 칠레산 홍어는 생김새부터 다르다고 하니 까다로운 베테랑 눈에는 ‘딱’ 보기만 해도 ‘척’이다.

김가원에서는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3가지 홍어 맛을 즐길 수 있다. 삭히는 기간에 따라 홍어의 색과 맛이 다르다.
# 흑산도 홍어가 가장 큰 경쟁력

다른 홍어집과 비교해서 이 집만의 경쟁력은 ‘최고급 흑산도 홍어’에 있다. 주인장은 가장 선도가 좋고 8㎏ 이상인 홍어만을 엄선한다. 어려웠던 시절에는 등급이 낮은 홍어를 썼지만 덜 맛있다는 게 주인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 달에 140-150마리씩 흑산도로부터 홍어를 공급받은 지는 2년째. 홍어의 몸값은 평균 30만원대인데 날씨 변덕이 심한 흑산도의 조업 상황에 따라 100만원을 호가할 때도 있다.

# 취향에 맞게 흑산도 홍어 골라먹기

주문 당일에 흑산도에서 쾌속선으로 도착한 물오른 암수홍어는 밀봉된 상태에서 냉장고로 직행. 공수한 즉시 손님상에 내놓지 않고 약 일주일간 물기를 빼야 홍어가 차지고 쫀득쫀득 맛있다고 주인장은 말한다. 이 집에서 홍어를 삭히는 방법은 사계절 내내 영하 3도로 유지한 채 홍어를 숙성시키는 것이다.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3가지 홍어 맛을 즐길 수 있다. 3-4일 삭힌 선홍빛 홍어, 10-15일간 조금 삭힌 홍어, 한 달 이상 삭힌 회색빛 홍어이다. 삭히는 기간에 따라 색과 맛이 다르다.

# 흑산도 홍어 삼합 환상적인 맛

이 3가지 삭힘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것이 홍어삼합이다. 주인장이 홍도에서 살았을 때 몰랐다가 손님을 통해 알게 된 홍어삼합의 노하우는 이렇다. 손님의 입맛에 따라 싱싱한 맛에서 삭힌 맛까지 고른 후, 홍어의 손질법이 중요하다. 저온 숙성된 홍어는 미끌미끌, 끈적끈적하게 올라오는 일명 ‘홍어옷’이 있는데 이것이 눈물 핑~ 돌게 하는 암모니아 냄새의 정체다. ‘홍어옷’은 절대 물로 씻지 않는다. 구린내가 나기 때문에 깨끗한 종이로 닦아야한다. 칼로 긁어내 껍질을 벗기는 요령을 터득한 주인장의 손놀림은 능숙하다. 홍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지만 입맛 까다로운 주인장은 창자를 버린다. 이렇게 해서 홍어 한 마리에서는 머리·입·뱃살·아가미혹살·오돌뼈· 등뼈살·꼬리살·날개살을 부위별로 맛볼 수 있다.

김가원 외부 전경.
돼지고기 수육의 부위는 부드럽고 맛 좋은 국산 암퇘지의 앞다리와 삼겹살을 쓰는데 양파·대파뿌리·된장·소주·생강을 넣어 끓이면 돼지의 잡내가 제거된다. 삼합 중에 묵은지를 만드는 내공은 대단하다. 장성 삼서면에 700평 가량 되는 농장에서 주인장은 직접 배추 농사를 지어 김장철에 무려 1천포기나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비벼서 전통 옹기에 담는다. 한 겨울, 땅을 파서 30여개 옹기를 묻고 뚜껑까지 완전히 흙을 덮어 두는데 꼬박 3년을 채운 후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오랜 삭힘과 정성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묵은지다. 홍어삼합을 감칠나게 해주는 된장 또한 주인장이 직접 담그는데, 국산 콩을 삶아 곱게 갈아서 기존에 묵은 된장에 섞어 2-3년간 저장고에 숙성시켜 사용한다. 재료 하나하나에 들어간 공력이 놀랍기만 하다.

# 홍어 삼합 맛있게 먹는 방법

이 집만의 홍어삼합을 맛있게 먹는 꿀팁을 소개한다. 볶은 천일염와 고춧가루, 참기름을 섞은 기름장에 삭힌 홍어를 묻히고 그 위에 묵은지를 올리고 그 위에 돼지고기 수육을 올린 다음, 생마늘을 된장에 살짝 찍어 고명으로 얹으면 먼저 눈으로 색을 먹는다. 한 입 쏘옥 넣으면 코를 톡 쏘는 홍어가 인절미처럼 쫀득하게 씹히고 야들야들한 수육에, 새콤한 묵은 지가 풍미를 더해주고 알싸한 생마늘과 구수한 된장이 어우러져 입 안은 마치 신명나는 굿거리장단을 치는 듯하다. 씹을수록 맛은 기품 있고 뒷맛의 여운은 상큼하다.

# 인기 메뉴 홍어탕·홍어보리애국

이 집의 인기메뉴인 ‘홍어탕’, ‘홍어보리애국’도 맛보지 않을 수가 없다. 홍어탕과 홍어보리애국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육수. 홍어뼈와 껍질로 푹 우려낸 육수에 곱게 간 물고추,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 양파, 대파를 넣어 걸려낸 것이 이 집만의 비법. 손님이 주문하면 이 기본 육수에 삭힌 홍어를 넣어 끓이면 ‘홍어탕’이 되고 파릇파릇한 보리순과 봄동, 배추를 넣어 끓이면 ‘홍어보리애국’이 된다. 특히 홍어보리애국에 넣은 보리순은 주인장이 장성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기른 무공해다. 음력 9월에 파종해 절기상 소설이 되기 전 11월 말 보리순을 거둬야 제격이다. 눈을 맞으면 보리순이 상하기 때문에 색깔 좋고 맛 좋은 시기에 보리순을 수확하는 것이다. 홍어보리애국에 넉넉한 흑산도 바다와 뭍의 맛이 어우러져 있다.

한때 주인장이 특허까지 낸 홍어탕은 코를 자극하는 삭힌 향과 얼큰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다. 홍어살코기는 새콤달콤한 초장에 찍어먹고 국물은 흰밥을 말아서 먹으면 또 다른 별미다. 냄새와 맛이 강한 홍어탕에 비해 홍어보리애국은 순하다. 약간 매콤하면서 걸쭉한 국물은 부드럽게 넘어가고 보리순의 식감이 감칠 나다. 냄새 때문에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면 이 집의 홍어보리애국에 반할 수도 있다.

# 홍어찜·홍어초무침 숨겨진 비법

흑산도 홍어로 솜씨를 부리는 주인장의 진가가 또 있으니 ‘홍어찜’과 ’홍어초무침‘이다. 홍어찜을 만들 때, 보통 3개월간 삭힌 홍어의 살 부분만 골라 15-20분 정도 찌고 양념소스를 곁들인다. 양념소스 맛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는 멸치액젓. 여수에서 나는 싱싱한 멸치와 신안 천일염을 이용해 주인장이 손수 담근 액젓이다.

3년을 묵힌 멸치액젓, 그리고 마늘·깨· 참기름·다진 쪽파를 넣어 만든 양념장에 찐 홍어를 찍어먹으면 그 맛에 매료된다. 또한 고추장·고춧가루·마늘·양파·사과·생강으로 만든 소스에 삭힌 홍어를 넣어 조물조물 무친 홍어초무침은 먹어본 자만이 그 맛을 또 찾는다.

이렇게 흑산도 홍어의 삭힘과 전통 장류의 숙성, 제철 산물의 신선도는 주인장의 옹골진 정성과 어우러져 김가원 만의 자존심이 만들어진 것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체 높은 분들이나 홍어 마니아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한 김가원의 홍어는 남도다운 ‘게미진’ 맛의 진수가 아닐까. 주인장의 정갈한 손맛이 배인 흑산도 홍어에는 삭힌 맛으로 끝나지 않고 은은한 맛의 깊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흑산도 홍어를 삭히는 김문희씨의 손맛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오늘도 기분 좋은 중독에 걸릴 수 있다. /최지영 좋은PR 착한기업 대표


최지영 좋은PR 착한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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