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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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4.11. 19:07
7월1일부터 우리 지역 살림을 맡아 일할 광주시장 전남도지사는 누구일까.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4월안에 그 윤곽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각 후보 진영은 그야말로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며 ‘내가 적임자’라고 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아침에 눈 뜨면 지방선거 후보자 소식보다 먼저 궁금한 정보가 있다. 지난해부터 필자는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미세먼지’ 상태부터 본다. ‘좋음’ ‘보통’ ‘나쁨’에 따라 옷차림이 달라지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만 유난스런 게 아니다. 주변에 많은 이들이 안부 물을 때 황사·미세먼지 얘기를 꼭 넣어서 한다. ‘오늘은 미세먼지 나쁨이라더라, 걷기 줄여라’ ‘오늘은 좀 좋다고 하니 밖에서 보자’

21세기 들어 우리 삶에 가장 큰 변화라면, 단연 미세먼지 걱정일 것이다.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있고, 침묵의 살인자라는 악랄한 별명을 갖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요크대사라 나이트와 피터 하울리 연구자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기오염이 행복에 미치는 악영향은 실직이나 배우자 결별 등 인생의 중대 사건에 견줄 만하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미세먼지가 실생활과 건강, 삶의 질까지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실태는 최악이다. 이 지구촌에서 가장 공기 나쁜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중 2060년 되면 대기오염 사망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서 6·13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라던 ‘#미투’를 제치고 ‘미세먼지’대책이 각 후보들의 가장 민감한 공약이 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대책 공약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전면중단과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 원점 재검토를 내세웠다.

지난 3월 이후 봄나들이 발길을 붙들고 한때 프로야구 경기일정까지 취소하게 한 숨 막히는 고농도 미세먼지(PM2.5)문제는 국민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한반도 비핵화 못지않은 국가 어젠다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7.5%가 미세먼지와 황사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단 3.1%에 그쳤다. 대기오염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74.3%에 달했다.(atime.co.kr)

사태가 심각하다보니, 6·13지방선거 광주지역 예비후보들도 미세먼지 공약들을 쏟아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미세먼지 주요발생원인과 취약계층 분포 등을 고려,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을 지정해 피해저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노인요양시설 등에 ‘미세먼지 프리존’을 지정하고, 프리존 내에 측정소 운영, 미세먼지 청소차량, 살수차 투입, 마스크 제공 등을 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경유차 사용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며 건설현장의 비산먼지와 유기화합물 사업장의 생활 분야 미세먼지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72회에 불과했던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가 지난해 92회로 2년 새 20% 이상 늘었다. 인체 위해성이 높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를 나타내는 PM10 연평균 농도는 2015년 28㎍/㎥에서 2017년30㎍/㎥로 증가세다. 광주시장 후보들의 미세먼지 저감공약이 미봉책 되지 않으려면 광주환경에 맞는 실효성 높은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광주·전남 시도민은 지방정부 뿐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세먼지 관련 법안만 무려 50여건에 달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용어 정의에서부터 대기질 예보센터 운영,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시스템 구축 등 전방위적인 대응방안이 총망라돼있다. 미세먼지로 여론이 들끓자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뒤늦게 산적한 미세먼지 법안 심사에 나섰지만, 불발로 끝났다.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면서다. 이후에는 방송법과 개헌 문제로 여야가 다투면서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국민들은 한시가 급하고, 매일 숨이 막힌데, 국회는 낮잠 자고 있으니 한심하다. 미세먼지 대란으로 국민이 병들어갈 때 드는 국가비용을 생각할 때, 4월 중 미세먼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빨라야 8월에나 다시 재논의 하겠다는 발상은 살인적이다.

최근 부산의 경우 올해 안에 지역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끝내겠다는 교육부 계획보다 2년 앞당긴 조치다. 부산시교육청이 미세먼지로 인한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농도 미세먼지 피해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적어도 부산 같은 이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다른지역보다 앞당겨 교실에서라도 미세먼지를 몰아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머지않아 마스크가 새로운 패션이 될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많은 출마자들이 내놓은 미세먼지 공약, ‘마스크 없는 세상’이 오려면 지역민·국민이 후보가 내놓은 미세먼지공약의 실행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그 공약에 전문성을 더해 사는 동안 독가스실에 갇혀있는 느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공존에 관한 문제다. 그 무엇보다 크게 관심가져야 할 공약이 미세먼지 대책이다.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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