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1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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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약자를 배려하는 포용금융
최형천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입력날짜 : 2018. 04.15. 19:10
우리 서민들의 어려움 중 하나는 돈, 금융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소득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되어 온 서민들의 금융이용 여건은 점점 더 나빠져 왔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저성장이 지속되고 경기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신용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현재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고, 대부업체 이용자가 260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서민층 금융소외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서민층이 외면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이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발발하고 나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외환위기 때는 저축은행과 신협 등 서민금융회사의 여신역량과 기회가 위축되면서 저소득·저신용 서민에 대한 신용공급이 감소하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는 대출연체 급증과 부실을 경험한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위축과 감독기관의 감독강화로 소극적인 대출을 실행함에 따라 서민들은 긴긴 돈 가뭄을 겪게 된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자영업자 등 서민 취약계층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소득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제2금융권에서 조차 거절되어 20% 후반대의 초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통해 급전을 조달하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이 소득수준에 따른 계층 간 금융접근성의 불균형,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 금융시장의 현실입니다. 이처럼 서민에 대한 금융소외 현상이 확대될 경우 많은 서민층은 고리채에 내몰리게 되고, 결국 연체의 늪에 빠져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세계적으로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약자의 보호를 위해 금융포용 운동이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9년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는 금융포용을 정식 의제로 채택하고, 저소득층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였습니다. 2010년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금융포용 논의기구(GPFI)를 출범시키고, 행동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여기서 금융포용이란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비용으로 금융서비스에 접근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하며, ‘금융소외가 없는 상태’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민간 서민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시장실패와 이에 따른 서민층의 금융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는 서민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합니다. 햇살론,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사잇돌 대출이 그것입니다. 즉 정부나 공공부문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공공금융기관을 통해 서민의 필요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대출 시 고금리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등 서민정책금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상인들의 금융지원을 위해 전국 시도에 신용보증재단을 두어 서민들의 금융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금융약자인 서민들을 위한 금융공급은 여전히 충분치 못하며, 서민들은 아직 목이 마릅니다. 은행을 비롯한 민간 금융회사가 금융약자를 보호하는 금융포용정책을 적극 펼쳐야 할 때입니다. 금융회사는 그간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지금부터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서민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 등 금융시장의 혁신적인 시도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금리, 더 많은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포용금융은 금융 스스로가 새로운 금융시장인 서민경제 곳곳에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적절한 개입이며,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제 금융업계는 포용금융이 한국 금융의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역할을 다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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