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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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벵골인들의 중심도시 ‘다카’(2)
가난하고 고단함 삶 속에서도 순박한 방글라데시 사람들

  • 입력날짜 : 2018. 04.17. 19:14
방글라데시 다카의 염색마을 풍경. 집집마다 야외에 염색한 옷감을 널어 말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여행! 가기도 어렵고, 다니기도 어렵고, 적응도 어렵고, 볼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살 것도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여행하기에 모든 것이 어렵고 쉽지 않은 곳이다. 좋은 말은 없고, 삭막한 말만 있는 나라다. 관광이 아닌 생활상을 보러 간다는 마음으로 갔더니 한껏 가벼웠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참혹한 현실과 최악의 환경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보였다. 나는 힘겨운 삶을 사는 자들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관심의 눈빛’과 ‘순박한 미소’를 보낸다. 고달픈 현실 앞에서도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아니, 힘든 삶을 마음으로 덮고 사는 사람들이다. 각박하게 살아 온 나에게는 ‘훈훈한 선물’이다. 나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럽고 묵직한 무게로 느껴진다. 이들 삶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 찾아지는 것 같다. 방글라데시! 대단한 관광거리는 없지만 좋은 기억을 준 나라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오염 속에서 살아가는 ‘염색마을’

만띠바자 마을을 찾았다. 염색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손 염색’을 하고 있다. 비싼 기계를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실과 옷감을 염색해 벌판에 말린다. 집이고 들이고 온통 형형색색 천이 널려 있다. 마치 행위예술 경연장 같다. 몹시 화려하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마을사람들이 온통 염색 일을 하고 있다. 하얀 천에 판목 날염으로 무늬를 만든다. 특히 건기 때는 마을 전체가 바쁘다. 지독한 염료냄새를 마스크 한 장 없이 맨손으로 작업한다. 건강이 걱정된다. 마을 인근에는 옷을 가공하는 공장과 도매상들이 많다.

천연염색을 기대했으나 모두 화학염이다. 오염이 심각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어린 아이들이 철모르게 뛰놀고 있다. 몸에는 온통 염액이 묻어 마치 바디페인팅이라도 한 듯한 모습들이다. 아름다운 색상이 펼쳐진 마을 뒤로, 열악한 생활모습들이 발걸음에 뒤가 밟힌다.

벽돌 나르는 사람들. 표정이 무뚝뚝하다. 그러나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땐 환하게 웃는다.
▶고단한 삶의 현장 벽돌공장

벽돌공장! 삶의 고단함이 흐르는 곳이다. 최빈국의 최하위 계층이 일하는 곳이다. 얼굴과 온 몸에 흙먼지를 쓴 채로 일한다. 그러나 표정은 밝다.

방글라데시는 대부분의 지형이 퇴적층이다. 우기에 갠지스 강 물줄기가 저지대인 이곳에 질 좋은 진흙을 남겨 놓는다.

방글라데시는 산과 바위가 없어, 건축자재로 쓰일 돌이 없다. 그래서 벽돌생산은 아주 중요한 산업이다. 배로 운반해 온 진흙을 사람들이 진흙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날라 산처럼 쌓아 놓는다.

다카 인근에만 8천곳, 전국적으로 2만여곳에 달하는 벽돌공장이 있다. 특성상 건기인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다. 공장 한 곳에 대개 70여 가구가 모여 움막을 짓고 많게는 5명 이상 생활한다. 우기가 시작되면 고향으로 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벽돌을 굽고, 지고 나르는 벽돌공의 인생을 산다. 구워진 벽돌은 사람들이 머리에 이고 옮긴다. 어린아이들도 생계를 위해 벽돌을 나르고 있다. 어른들은 한 번에 보통 12장, 아이들은 4-8장씩 옮긴다. 나르는 벽돌의 개수가 곧 돈이다. 벽돌이 담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100-200m 정도의 거리를 옮겨 차에 싣는다. 하루 종일 일하고 받는 돈이 4천원 정도이고, 어린이는 1천500원 정도다.

한 쪽에서는 헌 벽돌을 깨뜨리고 있다. 자갈 골재가 부족한 이 나라에서는 벽돌을 부숴 골재를 얻는다. 대부분의 지형은 퇴적층으로 이뤄져 산과 바위가 없어, 건설자재로 쓰일 골재 생산이 안 되기 때문이다. 쇄석기(크략샤) 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찢는다. 광장한 소음이다.

사람들이 깨진 벽돌조각을 가득가득 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부지런히 나른다. 어린이도 껴 있다. 여기도 모든 얼굴들이 무표정하다. 흙먼지와 매연 속에서 치열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슬림 행사를 마치고 기차로 귀향하는 사람들. 기차 안은 물론 지붕까지 탑승객들로 빽빽하다.
▶ ‘일당 3천원’ 석탄 나르는 사람들

부리간가 강변! 온갖 것들이 흘러들어 온 더러운 강물이 흐른다. 강변 어디쯤, 도심 속의 새까만 땅!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로 붐빈다. 강을 따라 올라 온 석탄 배에서 석탄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강가의 트럭으로 옮긴다. 한 번 나를 때마다 30원 정도 번다. 하루 종일 100회 정도 나른다고 하니, 일당이 3천원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석탄 나르기에 바쁘다. 한 번이라도 더 나르려는 목적뿐이다. 인부들은 열악한 환경과 고된 노동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일을 한다. 돈을 벌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일을 버릴 수가 없다.

어둠이 밀려올 무렵에야 일을 끝낸다. 그래도 일을 마친 얼굴의 환한 모습을 모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나마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표정일 것이다.

▶최악의 노동 환경 ‘가죽마을’

가죽가공으로 유명한 하자라바그 마을을 찾았다. 광활한 땅에 가죽공장이 끝이 없었다. 방글라데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죽 생산지라는 것이 실감났다.

이 곳에는 300여개의 업체에 4천명이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곳이어서 항상 국제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죽공장 폐수와 유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돼 사람들이 피부병과 각종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오염된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놀 곳 없는 아이들은 그곳에서 뛰어놀고 있다. 도로에서는 도축하고 나온 가죽이 부패하지 않도록 염장을 해 수레로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업은 ‘물세척→후레싱→셰이빙’ 등으로 이어진다. 도축된 후 가공하지 않은 가죽이 들어오면, 가죽표면에 남아있는 오물과 염장을 한 후의 소금기를 제거하는 ‘물 세척’을 한다. 큰 통 안에 가죽과 상온의 물과 화학약품을 섞어 24시간 정도 담가둔다. 후레싱 작업은 남아있는 잔털과 지방 등 잔류물을 기계로 제거하는 작업이다. 얼룩이나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셰이빙 작업은 일정한 두께를 맞추기 위해 주름을 없애고 늘리고 반듯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 회교도 부흥회 ‘비 사와 이예 트마’

엄청난 규모의 인파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회교 부흥회다. 2박3일 동안 이어진다. 이슬람 의식이 있는 날이다. 함께 기도를 하고, 코란에 대해 토론하고, 설교를 듣는다. 핫자(Hajj·메카 대성회)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회교도 부흥회다. 평화를 갈망하는 집회다. 150여개국의 이슬람 신자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축제다. 압사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46년 세계 ‘비 사와 이예 트마’(Biswa Ijtema)라는 조직이 결성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첫 집회는 1954년 치타공(Chittagong)에서 개최됐다. 현재 조직원 신자가 5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참가자가 매년 개최시 마다 계속 증가했고, 정부는 1967년부터 투라그(Turag) 강가의 160에이커의 부지를 할당하고 매년 행사를 개최하도록 허락했다. 방글라데시 다카 (Dhaka)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통기(Tongi)의 투라그 강변이다.

부흥회 행사는 3일 동안 개최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 무슬림들이 새벽부터 숙박천막이 있는 숙소를 향해 걸어간다. 성회에 참석하기 전에 스스로 씻는다. 그리고 수천명의 신자들의 이슬람 집회가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매일 학자들이 코란을 낭송하고 유명 성직자나 이슬람 학자들의 강연하는 것을 듣거나 기도한다. 수백만 명의 신자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할 때는 장관을 이룬다. 행사는 3일간 이어지고 일요일에 ‘Akheri Munajat’(마지막 기도자)와 함께 끝난다. 이 행사는 회교도의 단결, 상호 사랑, 신에 대한 경외감을 갖는 기회가 된다. 필사의 탑승, 귀향 열차 -비샤 이즈떼마(Bishwa Ijtema).

행사 마지막 날은 오전 기도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귀향한다. 행사를 마친 군중이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장관이다. 엄청난 인파가 기차역에 운집한다. 인산인해다. 워낙 많은 귀향객으로 열차가 초만원이다. 열차의 난간과 지붕 위에까지 다닥다닥 매달려 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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