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7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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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임자도 대둔산 불갑산 튤립공원
다도해에 핀 오색찬란한 튤립의 유혹에 빠지다

  • 입력날짜 : 2018. 04.24. 19:05
대둔산 정상에서 본 풍경화. 바다가 만든 푸른 바탕 위에 증도대교를 사이에 두고 사옥도와 증도를 그려넣고, 주변에 작은 섬들을 고막껍질처럼 솟아오르게 해 예쁜 그림을 완성했다.
어느덧 4월 중순이다. 추운 겨울을 견딘 화초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대지는 푸르고 화사해졌다. 동백꽃, 매화꽃, 진달래꽃, 벚꽃이 앞다퉈 꽃동산을 만들더니 복사꽃과 유채꽃, 튤립이 바통을 이어받아 우아함을 뽐낸다. 이쯤 되면 봄은 절정에 이르고, 사람들은 꽃의 유혹에 흠뻑 빠져든다.

오늘은 임자도 튤립이 우리를 유혹했다. 임자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지도 점암선착장에 도착했다. 우리를 실은 배는 15분 만에 임자도 진리항에 도착했다. 대둔산 초입인 원상리에 들어서니 높지 않은 산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고, 남쪽으로만 바다가 열려있다.

마을 골목길을 지나 대둔산 비탈로 들어선다. 땅을 뚫고 올라온 풀과 나무에서 갓 나온 연잎이 내뿜어주는 향기가 상큼하다. 길은 고요하고 숲속은 봄 향기로 가득 차있다. 숲길을 걷다보면 전망이 트이면서 임자도와 주변 정경이 다가온다.

서어나무숲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임자도 최고봉 대둔산(320m)이다. 남쪽과 동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바다와 섬이 만들어낸 빼어난 풍경화 한 폭이다. 바다가 만든 푸른 바탕 위에 증도대교를 사이에 두고 사옥도와 증도를 그려넣고, 주변에 작은 섬들을 고막껍질처럼 솟아오르게 해 예쁜 그림을 완성했다. 임자도의 관문역할을 하는 섬, 지도가 가깝게 다가오고 멀리 무안의 낮은 산들도 병풍처럼 펼쳐진다. 대둔산에 기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마을풍경이 정겨움을 자아낸다.

연두색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산색은 산뜻하고 부드럽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선율이 들려오는 것 같다.
대둔산을 출발해 삼각산으로 향한다. 산길을 걷다보면 갖가지 야생화들이 미소를 지어준다. 앙증스럽게 핀 개벌꽃과 우아함을 뽐내는 각시붓꽃, 지조 있는 선비 같은 춘란은 봄철 여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야생화지만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 야생화는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지만 사람들이 눈길을 주고 관심을 표명해주면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진다.

연두색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산색은 산뜻하고 부드럽다. 연두색 가운데 하얀 산벚꽃이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봄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해진 내 가슴에 활력이 생기고, 여유가 없던 마음에도 여백이 형성된다. 연두색으로 채색된 산봉우리 너머에서 다가오는 섬들이 실루엣을 이룬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의 선율이 들려오는 것 같다.

삼각산(212m) 근처에 다가오자 조금 전 올랐던 대둔산이 손짓하고, 두 산 사이에서 부동저수지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 북쪽과 동쪽으로 바라보이는 바다와 어울린 섬의 풍경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 임자도와 지도가 양쪽에서 중심을 잡고 그 사이에 수도라 불리는 섬이 떠 있고, 주변에 진대섬·매섬·만지도·작도 등 작은 무인도들이 재롱을 부리고 있는 형상이다.

산 밑에는 임자면소재지가 자리를 잡고 있고, 면소재지 뒤로 드넓은 염전이 펼쳐진다. 염전뿐만 아니라 논과 밭도 많아 다른 섬에 비해 농지면적이 많은 편이다. 넓은 면적의 들판은 임자도 주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토록 했다. 넓은 들판 뒤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변을 가진 대광해수욕장이 바라보인다.

삼각산에서 내려오니 장목재 너머로 함박산과 불갑산이 솟아있다.

임자도 튤립공원. 100만 송이에 이르는 튤립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미모를 뽐내며 사람들의 영혼마저 빼앗아간다. 튤립은 화려하되 요염하지 않고, 화사하되 천박하지 않아 격조를 갖춘 절세미인을 보는 듯하다.
잠시 도로를 따라 가다가 장목재에서 함박산으로 오른다. 우리는 함박산(197m) 정수리에 서서 바다가 전해주는 향기에 취한다. 붕긋붕긋 솟은 낮은 산줄기들과 평지를 이룬 농경지와 뒤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언제보아도 정겹고 아름답다. 자은도, 암태도 같은 신안의 섬들이 옅은 해무 위에 떠 있는 모습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포근한 숲길을 걷다가 보면 어느새 바다가 바라보이고, 드넓은 바다에 취해 걷다보면 그윽한 숲이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벙산(139m)에는 2층으로 된 팔각정자가 서 있어 주변 전망을 즐기도록 해준다.

무엇보다도 기나긴 해변을 이룬 대광해수욕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타원을 그리며 이어지는 해변은 드넓은 바다와 어울려 있어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장쾌해진다. 해변 남쪽에는 대태이도·육타리도가, 북쪽에는 바람막이도·고깔섬 같은 작은 섬들이 있어 높은 파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을 온화하게 해준다. 북쪽 멀리에서 영광 낙월도가 그리움을 전해준다. 우리는 벙산 팔각정에서 이러한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이런 것이리라.

해수욕장 옆에 위치한 튤립공원이 우리를 더 이상 벙산 전망대에 머물러 있지 못하게 한다. 튤립공원 풍차를 내려다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풍차 주변에 울긋불긋 채색된 튤립이며 노랗게 물든 유채밭이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벙산에서 내려다본 대광해수욕장. 해변의 길이가 12㎞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백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이다.
해변으로 내려와 잠시 대광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따라 걷는다. 백사장 너머 수평선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고운 모래 위에서는 파도가 하얀 물보라를 만들며 춤을 춘다. 사람 한 명 없는 해수욕장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고요하고 평화로움 속에 내가 있으니 내 마음도 고요하고 평화로워진다. 해변에 핀 튤립도 바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대광해수욕장 옆에 자리를 잡은 튤립공원으로 향한다. 튤립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오색찬란한 튤립이 내 마음을 빼앗아 가버린다. 오색찬란한 꽃 속에서 사람들도 아름다운 꽃송이가 된다. 100만 송이에 이르는 임자도 튤립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미모를 뽐내고, 형형색색의 튤립을 노란 유채꽃이 감싸며 울타리 역할을 해준다.

우리는 튤립꽃밭을 걸으며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튤립은 화려하되 요염하지 않고, 화사하되 천박하지 않아 격조 있는 절세미인을 보는 듯하다. 바람이 불 때면 화려하고 화사한 튤립들이 군무를 춘다. 튤립이 추는 군무가 우아하다.

임자도 튤립공원은 풍차를 가운데 두고 다양한 색상의 튤립이 원을 그리며 무지개 같은 띠를 이룬 곳에서 절정을 이룬다. 튤립 한 송이 한 송이도 아름답지만 예쁜 꽃송이들이 다양한 색상으로 집단을 이루니 그 아름다움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사람 사는 세상도 각기 다른 생각과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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