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홈 >> 특집 > 장희구박사 번안시조

모두 일제히 죽지가(竹枝歌)를 부르고 있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2)

  • 입력날짜 : 2018. 04.24. 19:06
漁艇(어정)
운재 설장수

그물을 흩으니 고기떼가 급하고
돌리는 뱃머리에 젓는 노 가볍구나
강 언덕 물러나올 때 죽지가를 부르네.
撒網群魚急 回舟一棹輕
살망군어급 회주일도경
却從紅蓼岸 齊唱竹枝聲
각종홍료안 제창죽지성

농사를 잘 지어 풍년이 돌아오면 여기저기서 농부들은 풍년가를 불렀다. 오랜 옛날에는 이런 풍년가를 ‘죽지가’(竹枝歌)라고 했으니 논둑을 빙빙 돌면서 부는 풍년가와는 그 격이 달리했다. 고기를 많이 잡아 입항하는 배에서는 풍어가도 불렀을 것이다. 그물을 넣을 때마다 한 통씩 잡아 당겨 만선(滿船)한 어부의 마음은 가족의 기쁨을 생각하면서 즐거워했다. ‘그물을 흩으니 고기떼가 급하고 / 배를 돌리니 노가 가볍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모두 일제히 죽지가(竹枝歌)를 부르고 있네’(漁艇)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운재(芸齋) 설장수(1341-1399)로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알려진다. 밀직제학이 되고, 완성군에 봉해졌으며 추성보리공신에 녹권 되기도 했다. 공양왕을 세울 때 모의에 참여, 공이 있었으므로 1390년(공양왕 2) 충의군에 봉해졌고, 문하찬성사로 승진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그물을 흩으니 고기떼가 급하고 / 배를 돌리니 노손이 가볍구나 // 붉은 여뀌 풀 우거진 강 언덕을 따라 물러나올 제 / 모두 일제히 죽지가 한 곡 부르고 있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고깃배 / 조금 멀리 나가는 고기잡이 배]로 번역된다. 어정은 대형 어선에 싣고 다니다가 어장(漁場)에 내려놓고 고기잡이에 쓰는 작은 배를 뜻한다. 고깃배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강에서 낚시질하는 뗏목과 같은 작은 배가 있는가 하면, 앞바다까지 그물과 낚시를 드리워서 고기를 잡는 돛단배 등이 있다. 본문에 나오는 ‘죽지가’는 쓰촨(四川省) 지방의 민요로 죽지사(竹枝詞)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시인은 이와 같은 점을 생각하면서 시상 주머니를 열어 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물을 물에 넣어 흩었더니 고기떼가 급하고, 고깃배를 살짝 돌리니 노가 가볍다고 했다. 시적인 흐름이 율(律)과 려(呂)에 맞춰 창을 하기에 적절한 느낌을 받는다. 고기떼가 급하다는 시어나 노가 가볍다는 시상은 대구적인 적절한 표현 방법으로 시상 흐름이 완만한 서정성을 보인다.

강 언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뀌가 계절의 진미를 다했던 모양이다. ‘붉은 여뀌 풀 우거진 강 언덕을 따라 물러나올 때에 일제히 죽지가를 부른다’고 했다. 논에 모를 심거나 거둘 때 노래를 불러 흥을 돋듯이 고기를 잡으면서 노래를 불러 흥을 돋웠다.

※한자와 어구

撒網: 그물을 흩다. 투망 같은 그물. 群魚: 고기떼. 急: 급하게. 급하게 달아나다. 回舟一: 배를 한 번 돌리다. 棹輕: 노가 가볍다. // 却: 문득. 從: 따르다. 紅蓼: 붉은 여뀌 풀. 岸: 강 언덕. 齊唱: 일제히 부르다. 竹枝: 죽지가(남녀의 사랑이나 지방의 풍속 같은 것을 읊은 노래). 聲: 소리, 여기선 노래를 뜻함.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