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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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주의 전당 맞나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5.23. 19:24
올해 38주년 광주민주화운동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토록 애태웠던 진상규명에 대한 정부 약속, 2년전까지만해도 공식적으로 부르지 못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불렀다. 17일 전야제로 금남로에 모인 3만여명은 진혼곡을 불렀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이 많다. 금남로 전야제를 지켜본 필자는 끔찍한 역사현장 옛도청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바라보며 씁쓸했다. 피비릿내 난 옛도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 전야제 무대가 세워졌지만, 새 건물 전당은 5·18과 융합하지 못했다. 1980년 시민군본부였던 이곳을 향해 계엄군은 집중 사격, 백색 콘크리트 안의 시민군을 마구 죽였다. 전당은 민주화의 큰 분수령이 된 역사 사료 현장에 세워졌고, 그 정신을 이어가야만 하는 사명이 부여돼있다.

혹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다 되도록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여전히 공석이고, 시효를 연장하는 특별법 개정도 발목 잡혀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인력이 대폭 축소됐고,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되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크게 위축돼 있다. 그래서 지역내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시대를 선언하며 지난 정권에서 축소된 사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문화전당 예산 552억원이 반영되는 등 국비 지원이 확대됐고 CT연구소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하지만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시효 연장과 조성사업 기간 연장은 여·야 정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오는 2023년 종료된다. 여전히 문화전당장이 공석상태가 되면서 현안사업의 차질은 물론 발전 방안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5차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번번이 무산되면서 위상과 역할이 흔들린다.

왜 이렇게 되었나. 컨트롤 타워가 없고, 향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 정부나 광주시 차원의 진지한, 책임 있는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 문화산업의 산실이자 미래광주 먹거리산업이라더니 미래 먹거리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보다못해 광주시민들이 나섰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광주시민이 주체가 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를 이루자는 취지의 시민연대가 어제 출범했다. 광주민예총, 광주예총,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등 광주지역 100여개 시민문화단체가 자회견을 갖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정상화시민연대’를 발족시켰다.

시민연대는 “조성사업의 중요한 고비마다 시민사회의 이해요구가 달라서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성찰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연대 기구를 구성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조성사업 정상화의 첫 단추로 여겼던 전당장·문화원장의 공모와 선임, 7기 조성위원회 위촉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나 전당이 이 중요한 사명을 져버린다면, 시민이라도 나서야 한다. 6·13지방선거에 나온 광주시장 후보들에게 공약이나 대안을 촉구해야 하고 각 정당에도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광주공약으로 ‘광주정신 계승사업 지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정상화’를 내걸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플랜도 요구해야 한다.

특히, 광주시는 그동안 실시한 모든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평가와 효과측정, 시민관심도를 재점검해봐야 한다. 어찌됐든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며 별의별 시도를 다 했지만, 광주시민들은 문화도시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니까. 과연 그동안 투입된 그 많은 문화예술 예산이 시스템적으로 전문성, 창의성, 지속성, 독립성, 시민참여를 담보했다면 결과가 이렇게 참담할 순 없다. 광주시, 예술가, 기획자, 시의회, 행정, 문화단체가 수평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문화도시 비전과 로드맵을 공유하고 깊게 통섭하며 정책을 추진했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래, 광주는 문화도시야’라는 평가를 이미 내렸을 것이다.

필자는 고 노무현대통령이 ‘광주는 문화수도다’라고 연설했을 때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냈을까. 노무현 당선인의 지역발전 공약 ‘문화수도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없다. 2003년 당시 2023년까지 국비 1조원과 시비 5천억원, 민자 5천억원 등 총사업비 2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사업계획이 만들어졌다. 2004년 초 대통령 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총리급 위원장을 임명하며 출범했고 동시에 ‘추진기획단’, ‘추진지원단’도 구성했다. 그러나 정권이 세 번 바뀌는 사이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단군 이래 최대 문화사업이라던 문화수도사업의 최근 위치는 너무 초라하다.

필자는 정부 사업이긴 하나 광주광역시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광주시장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시정의 가장 중심에 놓느냐 방치하느냐에 따라 정부 의지도 달라진다. 문화전당 정상화 방안제시, 7대 문화권 조성사업 구체화 등 ‘문화로 밥 먹고 사는 광주’ 큰 그림을 그리고 광주시장이 구체적인 실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옛전남도청은 정부의 도청, 광주의 도청이 아닌, 한국민주주의의 메카, 그 도청이다. 그 피를 딛고 세운 전당도 마찬가지다. 문체부의 전당, 정부의 전당이 아니라, 한국민주주의의 전당이다. 그 높은 가치에 합당한 품격, 사명감·책임감 가져야 한다.

지금, 그 누가 그 의무를 마다하는가.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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