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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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능소화 조의연 시

  • 입력날짜 : 2018. 05.23. 19:25
한적한 산사 너덜겅 아래

붉은 치맛자락의 여인들이 들쭉날쭉 줄을 서서

반짝이는 이슬방울들 머리에 이고 주저주저

절문 앞에서 들어서지 못하고 기웃거린다

무슨 지은 죄가 저리 많아

기도를 위한 열망으로 서성거릴까?

용기를 내라고 힘을 내야 한다고

버드나무는 흔들흔들 손을 흔들고

참새들은 이곳저곳 나뭇가지를 건너뛰며

들어가, 얼른 들어가라고 요란을 떠는데

사천왕상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빛에 주눅이 들어

결국 들어서지 못하고 얼굴빛만 빨갛게 달아오른 채

뒤돌아서는 능소화 여인들


회개할 때 기도는 하늘에 닿는 법

덩치 큰 소나무가 보다 못해 솔방울 하나

‘툭’

여인들 앞에 던져주며

발걸음 되돌려 세워놓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설> 절을 찾는 여인으로 능소화를 의인화한 비유법이 재미있다. 호젓한 산사에서 온갖 존재들이 서로 인연의 끈으로 엮여져 고요한 선(禪)의 경지를 펼치고 있다. 시의 세계도 이와 같이 상상력으로 무한 시공을 넘나든다.

<약력>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9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1998), 시집 ‘강의 어귀에서 휘돌아나가다’ 외 2권, 국제PEN클럽, 광주문인협회, 화순문학회 회원, 우송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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