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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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한 웃음 남짓함에도 흡족하지 않는 듯이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6)

  • 입력날짜 : 2018. 05.29. 18:46
安州懷古(안주회고)
우재 조준

살수는 푸른 하늘과 맞대어 흐르고
수나라 백만 군사는 물고기로 변했는데
여기에 사람들 말에 한 웃음 차지 않네.
薩水湯湯漾碧虛 隋兵百萬化爲魚
살수탕탕양벽허 수병백만화위어
至今留得漁樵話 不滿征夫一笑餘
지금류득어초화 불만정부일소여

우리가 외국과 충돌해 승리했던 일은 흔치 않았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면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외국이 침입해 방어하는데 대승을 거두거나 기세를 억눌렀던 경우는 상당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승리는 신묘함과 함께 어깨를 으쓱하게 하면서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던 사건이었다. ‘살수는 거침없이 물결 푸른 하늘 맞대어 흐르고, 수나라 백만 군사가 물고기로 변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나그네의 한 웃음 남짓함에도 흡족하지 않는 듯이’(安州懷古)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우재(旴齋) 조준(趙浚·1346-1405)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송당(松堂)으로 썼다. 1371년(공민왕 20년) 책을 끼고 수덕궁 앞을 지나가다 공민왕의 눈에 들어 마배행수에 임명됐다고 한다. 1374년(우왕 즉위년) 급제한 뒤에 1376년 좌우위호군 겸 통례문부사가 됐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살수는 거침없이 물결 푸른 하늘 맞대어 흐르고 / 수나라 백만 군사 물고기로 변했네 // 이제 여기 머물러 어부들과 나무꾼과 이야기하면 / 나그네 한 웃음 남짓함에도 흡족하지 않는 듯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안주에서 옛일을 생각함 / 안주(薩水)에서]로 번역된다. 안주는 살수(薩水·청천강) 근처에 있던 고을이다. 시인은 안주 지방에서 있었던 살수대첩을 회고한다. 이 대첩은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우중문을 크게 무찔러 대승을 거뒀던 일이다. 을지문덕이 수우중문(隋于仲文)에게 보낸 편지 마지막에 썼던 시를 기억한다면 간담이 싸늘하다.


시인은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군사를 고구려 깊숙이 유인한 후 반격을 개시했음도 기억한다. ‘살수는 거침없이 물결치며 푸른 하늘과 맞닿아 흐른데, 수나라 백만 군사가 물고기로 변했다’고 했다. 을지문덕 장군은 우중문에게 거짓 항복을 청해 퇴각구실을 만들어주는 척하면서 일대추격전을 전개하는 전술을 폈다.


시인의 입을 빌린 화자는 시적인 딴전을 부리면서 시상의 완성미를 보여준다. ‘이제 여기 머물러 고기 잡는 사람과 나무하는 사람들에게 그 때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그네(시인 자신)의 한 웃음 남짓함에는 차지 않는다’고 했다. 승리했던 이야기는 들어도 또 듣고 싶어 한다. 화자도 어부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물었지만 기대만큼 양이 차지 않았음이 묻어나온다.

※한자와 어구

安州: 살수 근처에 있는 고을. 薩水: 청천강. 湯湯: 거침없이. 漾碧虛: 푸른 하늘과 맞닿아 출렁거리다. 隋兵: 수나라 병사. 百萬: 100만명. 化爲魚: 물고기 밥이 됐다. // 至今: 지금. 留得: 머물러 -을 얻다. 漁樵話: 어부들과 나무꾼과 대화하다. 不滿: 만족하지 않다. 征夫: 나그네. 一笑餘: 한 웃음 남짓.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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