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일요일)
홈 >> 오피니언 > 남성숙칼럼

가짜뉴스: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6.06. 18:39
6·13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는 ‘아니면 말고’식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이판사판, 법정으로 가 다툴 여지가 많은 가짜뉴스 분쟁이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축제 장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상처내기, 진흙탕 싸움장으로 전락, 긴 후유증을 내포하고 있다. 일부 캠프는 마지막 남은 5일 동안 가짜뉴스 대응만 잘 하면 이긴다는 전략을 세우고 법률가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대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한 감시활동 및 법적 대처도 빨라지고 있다.

2016년 옥스포드사전은 세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하며 탈진실화가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라고 진단했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반증하듯 우리나라도 ‘가짜뉴스’(Fake News)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고, 올 지방선거판의 특징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이다.

2017년 2월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논의된 가짜뉴스 개념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다.

가짜뉴스 역사는 인류 커뮤니케이션 역사만큼 길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일은 가짜뉴스가 잔인한 학살로 이어진 사건이다. 그러나 21세기형 가짜뉴스의 특징은 더이상 동요나 입소문을 통해 퍼지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감쪽같이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으면 쉽게 유통·확산된다.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마치 진짜처럼 둔갑을 한다.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가짜뉴스가 공유된 수는 870만건이었다. 이는 주요언론사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인 730만건을 앞선 수치다. 누군가는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 유통과 확산이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이들 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뉴스는 범람한다. 이용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눈길을 끄는 뉴스가 곧 팔리는 뉴스가 된다. 가짜뉴스는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정확히 알고 소비자를 치밀하게 속이기 때문에 쉽게 눈길을 받고 사회 구성원의 통합을 방해하고 극단주의를 초래한다. 6·13지방선거일이 다가오자 제대로 보도된 언론기사 내용을 진의와 달리 자신의 입맛대로 재해석 해 가짜뉴스로 둔갑시키는 사례가 많은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느낀 우리 정부도 지난달 이낙연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가짜뉴스사범 엄단을 결의한 바 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선거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SNS 등을 이용한 가짜 뉴스의 생성, 유포 등을 새로운 유형의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엄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례적이다.

실제 미국 MIT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실제 뉴스보다 리트윗 하는 비율이 70%이상 높고 전파 속도도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이상 빨랐다. 그동안 가짜뉴스는 형법상의 명예훼손, 모욕 등과 같은 법으로 처벌이 되었다. 최순실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손석희 JTBC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변희재씨가 구속된 최근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 작년 6월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관련된 새로운 법을 제정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업체가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이 담긴 게시물을 발견한 지 24시간 내(판단하기 애매한 게시물은 1주일 내)에 삭제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최고 5000만 유로(약 640억 원)까지 벌금을 물리는 것이 이 법의 뼈대다. 벌금 부과 대상은 회원이 200만 명 이상인 SNS 운영사다. 이들 기업은 6개월마다 가짜뉴스·혐오발언 내용과 처리 내역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우리 국회에서도 가짜뉴스의 삭제 의무화 그리고 유포자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상태다.

유권자는 이런 법이 아니더라도 가짜뉴스 음해성 내용의 자료를 제작유포하고 선거에 불법개인정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사이버 순찰은 물론이고 후보자나 후보자 가족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개인정보를 유출하여 선거에 이용하는 행위, 가짜뉴스를 제작 유포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중대 범죄에 해당되므로 행위의 양태에 따라 징역 7년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악의적 가짜뉴스 유포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가장 치졸한 불법행위다.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후보들의 조급증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한 이들은 결국 자신도 가짜뉴스에 발등 찍힌다는 점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매일 뉴스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는 것은 뉴스에는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유권자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부채질 해 정치인의 존재이유마저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더 이상 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는 안된다. /ssnam48@kjdaily.com


ssnam48@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