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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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 그 암울함에 대해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입력날짜 : 2018. 06.07. 19:16
6·13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늘, 선거공보가 도착했다. 우편함에 미처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부피를 지닌 선거공보는 무려 27부나 된다. 후보들이 살아온 인생과 그들이 내놓은 공약을 꼼꼼히 살필라치면 그 시간이 어림잡아 서너 시간으로도 부족할 듯 싶다. 어지간한 인내심과 집중력이 아니고서는 수십 가지나 되는, 종류에 따라 십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꾸며진 선거공보 내용을 자세히 읽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공보를 모두 읽었다 해도 객관적으로 상대 후보와 비교평가하기란 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살아가면서 책 한권 읽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당연히 후보를 살피지 않고 당만 보고 선택하는 깜깜이 선거라느니, 중앙정치의 그늘에 가려진 선거라느니,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아쉽다기보다 실망스럽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정책과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기호를 부여받은 정당의 후보를 만날 수 없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기호를 건너뛰고, 상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이 얼마만큼의 의미와 가치를 지닐 것인가? 유권자의 심정을 떠나 정당과 후보자들이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를 기피하는 행태는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지역정치가 왜곡되고, 왜소해지고,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다.

호남만 놓고 보자. 정부와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단체장과 시의원, 구의원까지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원내 2당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일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를 내지 못하는 참담함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불과 얼마 전까지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가? 그처럼 많은 지지를 받았던 정당이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선택하는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당 존립의 근거를 상실한 기형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당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이며, 주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상실한 것이다. 더할 수 없이 몰염치한 행위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정책과 비전을 자산으로 한다. 당연히 정치의 지향점은 갈고 닦은 자산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 선거라는 것은 이길 수도 있고 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과 패배하는 것, 모두가 정치의 영역이며 국민의 선택을 통해 결정되는 소중한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인이라면 어려운 환경과 상황에서도, 설령 선거에서 패배할지라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를 통해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들을 보완하고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강할 때는 피하고, 상대가 약할 때 승리하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이길 수 없는 선거를 피하는 것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으며, 상대가 약할 때 선거에 나서는 것은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평소에 느꼈던 지역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후보자는 본인이 생각하고 꿈꾸는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약속에 대한 평가는 선거의 당락을 결정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당락의 결과만을 생각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모습에서 내가 만나는 것은 암울함이다.

선거에도 나서지 못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정책을 얘기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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