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5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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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담판, 그 다음날의 지방선거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18. 06.13. 19:14
대한민국에 태어나 55년 넘게 살았지만, 이번주처럼 격동적인 한주가 있었나 싶다. 1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세기의 담판을 지었다. 13일에는 4년 동안 지방정부를 맡아 일할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내일 15일은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는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된다.

이번주가 역사책에는 어떻게 기록될까. 역사적인 격변기, 대전환의 시간, 새 시대가 열리는 길목···. 뭐래도 좋다.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할 수만 있다면….

해서 세기의 담판이 열린 그 다음날 열린 6·13지방선거 당선자들은 그 각오와 비전이 남달라야 한다. 어제 광주 362개, 전남 863개 등 1227개 투표소에서도 일제히 투표가 실시됐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지역은 광역단체장 1명과 교육감 1명, 기초단체장 5명, 광역의원 20명, 기초의원 59명을 선출했다. 전남지역은 광역단체장 1명, 교육감 1명, 기초단체장 22명, 광역의원 52명, 기초의원 211명을 뽑았다.

지방정부를 이끌 광주·전남 423명 당선자들은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협의문에 서명하고 악수하는 모습을 모두 보았을 것이다. 분단 이후 줄곧 적대적이었던 북미 관계에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 낸 지금, 이제 지방정부도 평화의 대장정에 합류해야 한다.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로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문제가 올라온 만큼 단군 이래 가장 큰 의미가 있는 회담이후에 당선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그동안 중단된 대북사업을 차분히 정리해봐야 한다. 그동안 전라남도가 대북사업으로 추진하는 땅끝협력사업(함경북도에 대한 인도적 지원), 북한산림녹화사업 등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야 한다.

1996년 강원도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가 대북교류협력의 새로운 힘으로 등장하자 중앙정부는 2003년에 지자체는 직접 남북교륙협력사업을 하지 못하고 민간단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2010년 5·24조치로 남북간의 교류협력이 중단되기까지 지자체 교류협력사업 주체는 민간단체였다. 이렇게 민간단체를 앞세운 남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북측 파트너는 북한의 지자체가 아니라 민족화해협의회다.

따라서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중앙정부에 의해 민간단체의 보조적 역할로 취급됐다. 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와 관련한 법을 제정하고 계획을 제도화해 지방자치단체를 통일의 세 주체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한의 경우 17개의 광역단체와 227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북한은 12개의 광역주권구역과 208개 기초주권구역이 있다. 남한에서는 지방자치제 실시 20년이 넘었지만 북한은 지방자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남북의 이런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가 국가발전의 바람직한 방향이고 이를 통해 통일의 역량이 새롭게 발휘되어야 한다면, 지방을 통일의 한 축으로 세우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해 보인다. 남북 지방단위 교류협력사업은 민간단체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하도록 통일주체별 역할분담을 실질화하기 위한 관련 법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지자체 남북교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국가보안법 등과 상충하는 조항 때문에 지자체 남북교류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가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 수립 때 지자체 남북교류 부문을 제도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지자체를 대북인도지원사업자로 인정하지 않아 남북교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도 중앙정부의 남북교류 정책을 반영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기금 출연 외에 일반 예산에 사업비를 반영, 안정적인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남북교류기금이 있는 광역자치단체는 11곳으로 총 990억원을 조성했으며 2013년 1월 현재 573억원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경기도와 강원도는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 못지않게 북한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갖고 있다. 기존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대북접촉면을 넓히되,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서독의 경우 자매결연 방식을 통해 아이템별 교류협력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한데 뭉뚱그린 포괄적 종합적 지역교류가 전개됐다. 이것이 독일의 통일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동서독 주민의 동질성 회복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통일은 모든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자 분열된 남과 북을 통합하는 과정이고,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통일의 주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다. 이 통일 주체의 삼두마차처럼 작동해야 하고, 서로 협력하고 협치해야 한다. 통합과정으로서의 통일은 신체봉합수술처럼 중앙정부는 대동맥, 광역자치단체는 대정맥, 정맥·동맥역할을 하는 기초자치단체, 모세혈관과 신경세포 그리고 실로 비유되는 민간이 최종 봉합을 해야 한다.

이번에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통일시대, 지방분권시대 주역이란 점을 잊지 말고, 남북 지방간의 결연과 교류사업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미리 치밀한 준비를 하고 대비하는 지방정부가 남북교류의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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