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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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의 Connected
박돈희
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날짜 : 2018. 06.18. 19:08
지난 2월초 서울소재 중학교에 근무하던 제자가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퇴임식을 조촐하게 하려는데 은사로서 참석하여 축사를 꼭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평교사로 35년간을 지내다가 정년을 맞게 된 것이다. 2년 전 서울에서 나의 정년감사만찬에 초대한 제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대학교수직을 정년하면서 후학들이 베풀어 준 퇴임식은 학술대회로 전환하여 생물공학의 미래청사진을 공유하였고 그동안 도움을 주신 대학은사님, 선후배 그리고 가족을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필자의 40년간의 도전과 기록의 시간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그 제자와의 인연은 대학묵향반 지도교수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70년대 초 우리나라 대학은 매우 살벌하였다. 군사독재타도라는 명분에 시위나 데모가 공부보다 우선이 되고 말았다. 학교당국은 의식 있는 동아리나 학생들을 통제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반면에 교수는 그런 일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면 모두가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 시절 필자는 교수가 된다면 동아리 지도를 꼭 맡겠다고 다짐을 하였던 바 대학교수가 되자마자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묵향반 지도교수를 맡은 것이다. 이때 서예라는 예술을 접하게 되었다. 그 제자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신이 쓴 액자를 필자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액자는 제자가 1981년 전국대학미술대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며 필자는 대학을 퇴임할 때 까지 연구실 벽에 걸어 놓고 함께하였다. 액자 속의 글귀는 예기(藝記)에 나오는 문장으로 박문강식이양(博聞强識而讓)인데 풀이하면 견문이 넓고 많이 알지라도 겸양하라는 의미이다. ‘겸손’이란 단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가장 높은 덕목중 하나일 것이다. 필자는 40년 동안 그 액자를 연구실 벽에 걸어 놓고 교훈으로 삼으려고 나름 애를 썼으며 액자 속의 6자 글귀는 필자 뇌리에 지금도 새겨져있으나 실천은 아직도 거리가 먼 듯하다. 그 제자의 정년퇴임식 축사는 감회가 남달랐다. 앞날에 건강이 함께하길 바라면서 교사생활과 서예예술을 함께 정진한 제자 선생님의 아름다운 삶을 칭송하였다.

6월초 어느 날 그제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부인사와 함께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제3회 광주서예페스티발 초대 전라도 정도천년 전에 초대 작가로 작품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광주에 올 것을 강권하고 호텔을 예약하였다. 필자는 지방선거 자원봉사자로 시시각각 스케줄이 연결된 상태라 긴 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서예작품전 개막전에 함께 참석하여 서예예술인들의 향연을 조금이나마 맛을 보았다. 그 제자의 작품은 또다시 필자를 놀랍게 만들었다. 어초생계족(漁樵生計足)이란 구절이 들어있는 한시를 작품화한 것이다. 그 한시의 전문의 내용을 소개하면 ‘화창한 봄 날씨에 문 앞의 버들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나 파릇파릇하고 강 언덕에 있는 정자의 난간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기만 하다. 천지는 상하로 나뉘어져 위에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아래는 막막한 땅이 연하여 있다. 일월은 동서에 나타나 있어 한낮에 있는 해나 밤중에 떠 있는 달은 모두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내가 짓는 시속에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조화되어 읊조리게 되고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모든 산은 참으로 아름답다.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산에서 나무를 해가면서 사는 어부나 나무꾼들도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거늘 이 내 몸은 나이도 많이 들고 몸이 아파서 정신과 기운이 흐려 일을 못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이 한시는 이조시대에 은퇴한 고관이 낙향하여 보니 ‘인생의 삼라만상이 다 아름답고 질서정연하다. 그리고 시골에 사는 어부나 나무꾼도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보니 궁궐에서 아귀다툼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고 온몸이 쇠약해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이다. 제자는 아마도 정년을 하고 교사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조시대 고관의 심정을 이해하는 한시를 선택한 것 같다.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단어가 영어로 ‘Connected’이다. 이 단어의 뜻은 사전에 ‘-과 결합된, 일관성이 있는, 관련된 그리고 관계가 있는’ 형용사이다. 우리는 디지털사회와 융복합사회 그리고 제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면서 초연결과 초지능사회의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초연결이라는 단어가 여러 분야에서 상징적이고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자가 정년 후에 작품화한 한시를 음미하자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과 우리 삶의 허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초연결사회에 오히려 연결과 접촉을 회피 또는 단절 하거나 이기적인 현상도 증가하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포괄성도 달라지고 있다. 제자와 나의 오랜 결합과 연결이 삶의 통찰을 일깨우고 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 총리관저 근방에 작은 거지소녀상이 겹쳐진다. 꽃밭 속 동상표지판에 성경마태복음 25장40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라는 글귀가 있다. 우리사회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그리하여 안정되고 진정으로 Connected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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