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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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와 함께 아득하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9)

  • 입력날짜 : 2018. 06.19. 19:40
百祥樓(백상루)[2]
제봉 고경명

하늘 밖 핀 매화 피리 소리 따라가고
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와 아득한데
부구공 소매 잡으려니 생학이 희롱하네.
天外梅花飛玉笛 月邊蓮葉渺仙舟
천외매화비옥적 월변연엽묘선주
監風欲揖浮丘袂 笙鶴飄然戱十洲
감풍욕읍부구몌 생학표연희십주

백상루는 고려시대 처음 세워지고 조선시대 읍성의 면모가 완성되면서 개건됐다. 6·25전쟁 시기에 훼손됐던 것을 1977년에 원상 복구했다. 청천강의 맑은 물이 굽어보이는 높은 둔덕 위에 위치한 백상루는 평양의 연광정, 강계의 인풍루, 의주의 통군정 등 누정 가운데서도 손꼽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며 내려오고 있다. ‘바람 타고 부구공(浮丘公)의 소매를 잡으려 하니, 생학이 너울너울 날아 십주를 희롱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와 함께 아득하네’(百祥樓 2)로 제목을 붙여 본 율(律)의 후구인 칠언율시다.

작가는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 의병장이다. 1952년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의병을 일으켰다.

광주와 장흥 등에서 모집한 6천여명의 의병을 이끌었다. 무서운 기세로 개가를 올리던 그는 선조가 의주로 가는 중에 금산에서 전사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하늘 밖의 매화는 피리소리 따라 날고 / 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와 함께 아득하네 // 바람 타고 부구공(浮丘公)의 소매를 잡으려 하니 / 생학이 너울너울 날아 십주를 희롱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백상루에 오르면서2’로 번역된다. 시인은 백상루를 ‘영산(靈山)의 연하(煙霞)가 제일 높은 곳’이라는 등 선경의 시심을 담아내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전구에서 경치에 취했던 모습에서는 [취한 몸으로 사다리 타고 높은 다락에 올랐더니 / 냇가에 꽃과 풀이 시야에 가득 들어 오네 // 수궁의 주렴을 보고 땅이 없는가 여겼더니만 / 영산의 연하가 제일 높은 곳에 있네]라고 했다.

시인의 후정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감정이입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본다. 하늘 밖의 매화는 피리소리를 따라서 날고, 달빛 아래 연꽃잎은 선주와 함께 아득하기만 하다는 시통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첫 구부터 비유적 표현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던 시인은 후구에선 부구공의 부렸던 고사를 인용하려는 모습을 갖춘다.

화자는 백상루가 부구공의 조화로운 작품임을 빗댄다. ‘바람 타고 부구공(浮丘公)의 소매를 잡으려 했더니만 생학(笙鶴)이 너울너울 날아 십주(十洲)를 희롱한다’고 했다. 부구공은 도술을 잘 부렸다고 하며, 주나라 태자 진으로 생학을 잘 불렀다고 하는 왕자교와 더불어 숭산에서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한자와 어구

天外: 하늘 밖. 梅花: 매화. 飛玉笛: 피리 소리를 따라서 날다. 月邊: 달빛 가. 蓮葉: 연잎. 渺仙舟: 선주와는 아득하다. // 監風: 바람을 타다. 欲揖: 잡고자 하다. 浮丘: 부구공(도술을 잘 부렸고 신선이 되었다고 함). 袂: 소매. 笙鶴: 영산의 학. 飄然: 표연하게. 戱十洲: 십주를 희롱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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