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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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해적의 도시였던 ‘싱가포르’ (1)
다양한 인종·문화 공존…‘역사적 만남’의 장소

  • 입력날짜 : 2018. 06.19. 19:40
쇼핑 천국 ‘싱가포르’ 답게 가는 곳마다 상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련된 도시, 동양의 보물 창고…, 싱가포르 여행은 항상 설렌다. 역사적인 2018년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이곳에서 개최돼 화제가 됐다. 역사적인 만남의 장소를 찾아 싱가포르로 향했다. 첫째는 옛 해상실크로드 교류거점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역사적 의미의 공간에 취해보려 했고, 둘째는 옛 해상실크로드의 흔적을 더듬어 보려는 욕망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동·서양 문화 어우러진 공간

역시 싱가포르는 언제 가도 동서양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450만명의 인구 중 토착민족인 말레이인 외에도 중국인, 인도인, 아랍인, 유럽인 등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 그랬다.

또한 공용어가 4개(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나 되고, 종교도 다양해 여러 종교의 사원들이 곳곳에서 공존한 것도 그랬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석가탄신일, 힌두교의 디파발리, 이슬람교의 하리라야푸아사와 같은 종교기념일이 국가 공휴일인 것도 그랬다.

정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다. 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언어와 사람을 만난다. 중국어가 들리는가 하면, 말레이어 인도어가 들린다. 히잡을 쓴 여인이 지나가는가 하면 인도인이 다가온다.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지만, 각국의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상실크로드상 해적도시

싱가포르는 19세기 초만 해도 싱가포르는 작은 어촌이자, 해적들의 은거지에 불과했다. 1819년부터 영국이 동방무역 거점으로 키우면서 발전했던 곳이다.

고대에는 투마시크(또는 테마세크) 섬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해적들이 살았다. 3세기부터 중국 문헌에 나온다. ‘반도 끝의 섬’이라는 의미로 ‘파라주’(婆羅洲)라고 불렀다. 13세기 인도네시아의 스리위자야 왕자가 표류해 사자를 목격하고, ‘싱가뿌라’(사자의 도시)라고 명명하고 속국으로 삼으면서 잠시 해적은 소탕됐다. 1330년께는 중국 왕다유안가 다녀갔다. 그는 단마씨(單馬錫)를 거점으로 말레이인과 중국인이 거주하며, 지나가는 선박에게 통행세를 징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14세기에 인도네시아 왕조(마자파히트왕국)에 멸망하게 된 후부터 버려지게 되고, 다시 서서히 해적의 소굴로 변해갔다. 당시 센토사 섬은 ‘죽음의섬’으로 불렸다. 해적들이 이 섬 뒤편에서 살해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보니 역사는 아이러니컬하다. 이곳 해적 이야기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16세기 포르투갈이 지배하면서 서구문물이 들어오게 되고, 1819년 영국 동인도회사의 래플즈가 상륙함로써 싱가포르 현대사가 시작됐다. 래플즈는 영국무역 확대를 위해, 말라카 해협에서 중국해(中國海)로 나가는 관문인 이곳을 무역거점으로 개척했다. 1823년 ‘자유항’을 선포하고, ‘모든 나라의 선박에 대해 동일하고 동등하게 개방’해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180년 전 래플즈가 처음 상륙했던 곳에는 지금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의 상륙부터 싱가포르 근대문명이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호텔 ‘마리나 베이 샌즈’.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린다. 한국 쌍용건설이 건설했다는 자부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장 싱가포르다운 ‘차이나타운’

싱가포르는 동서양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임을 반영하듯, 차이나타운, 인디아타운, 무슬림타운, 유럽인촌 등이 형성돼 있다.

그 중에서도 차이나타운은 가장 싱가포르답고 가장 화려한 거리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행객과 현지인이 섞여 바글바글 하다.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화교계 중국인의 이주 역사와 애환이 있는 곳이다. 중국인들이 정착 당시의 모습도 실감나게 보인다. 이주 역사를 볼 수 있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쇼핑이 여행의 목적인 사람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이곳 호텔에 머물면서 몇 일동안 쇼핑만 해도 좋은 곳이었다. 쇼핑 틈틈이 맛있는 것을 먹고 멋진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있었다. 시장이면서 하나의 관광 명소인 점이 좋았다. 기념품은 잔뜩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품질은 고만고만했다. 단, 무조건 깎아야 했다. 필자는 여기서 필수로 사야 한다는 ‘비첸향 육포’를 샀다. 다만 반입 금지품목이라 여행 시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밤이 되면 더욱 활기차다. 분위기를 느끼려면 밤이 좋다. 홍등들이 중국 향을 느끼게 한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싱가포르 속 중국을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를 이해하려면 꼭 들러야하는 필수 장소라는 말이 실감났다.

민속공연을 마치고 나온 단원들과의 기념 촬영. 말레이인들의 천성적인 친절함이 감동적이었다.
▶옛 술탄이 거주했던 ‘아랍인 타운’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 그 한 축은 아랍 문화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스크는 그 중심에 있었다. 중국 문화의 중심에 관우사당이 있듯이 말이다.

모스크는 1828년 건립됐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사원이라 한다. 번뜩이는 황금색 돔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뾰족뾰족 올라간 지붕이 참 특이하다. 내부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 참 예뻤다.

모스크 옆에는 예쁘게 생긴 헤리티지 건물이 있다. 원래 싱가포르 초대 술탄인 후세인이 살던 왕궁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왕궁이었다지만 규모도 작고 소박한 모습이다.

거리는 배낭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풍긴다. 좁은 길을 따라 시장이 이어져 있다. 홍대 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싼 상품을 파는 쇼핑몰은 재래시장 분위기다. 아랍식 숍과 카페,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아랍인 거리는 프라자호텔부터 빅토리아 거리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아랍 상인과 이슬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재미난 곳이었다. 매력에 빠지면 자꾸 온다고 한다. 볼 때마다 매력이 넘치는 곳이란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시원한 테따릭(밀크티 일종) 한잔 들고 골목골목 다녀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건물마다 이색적이다. 오래된 건물이 참 많다. 양탄자가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기에 상점 앞에 걸음을 멈췄더니, 구경 맘껏 하고 사진도 찍어 가란다. 맘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다. 바로 옆 기념품 가게 주인도 자기네도 사진 좀 찍어 달라고 손을 부여잡는다.

골목골목 다 가보지 못해 안타깝다. 예쁜 건축들 구경하고 맛있는 테타릭 마시며 쉬엄쉬엄 여행하기 참 좋은 곳이다.

▶힌두문화 느껴지는 ‘인디아 타운’

싱가포르 속 작은 인도 리틀 인디아, 인도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군데군데 힌두사원이 많다. 거리가 온통 인도풍이다. 거리에 인도 음식의 내음이 확 풍긴다. 인도 옷을 입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이국적인 곳 중의 하나다. 1-2시간 정도면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동네다. 고푸람(탑문)이 웅장한 것으로 보아 남인도 문화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무척 화려하다. 안에 들어가 보면 좀 무서운 기운이 든다. 외진 곳의 사원은 더욱 그렇다.

▶세계 미식가들이 찾는 ‘홀렌드 타운’

서양인(네덜란드인)이 사는 이국적인 마을이다. 싱가포르 안의 유럽이다. 대부분 2층 고급주택으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대부분 집보다 큰 나무들이 가려져 있다. 외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들을 위한 쇼핑 숍이나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골목골목이 이국적이고 다양한 서양음식점이 있다. 수준 높은 식당이 많아서 미식가들이 찾는다. 규모가 크지 않아 걸어서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다. 지금껏 거리가 북적대고 시끌벅적한 거리였다면, 이곳은 한가로움과 여유가 묻어나는 마을이다.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다.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나 푸드코트에서 맛있는 식사나 차 한잔 하고 오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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