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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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재벌들의 ‘갑질’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 입력날짜 : 2018. 06.25. 19:11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인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재벌’은 한글 그대로 ‘chaebol’이란 스펠링으로 등재돼 있다. 그리고 재벌을 “한국 대기업의 한 형태, 특히 가족 소유의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재벌을 유독 ‘한국만의 특수한 경영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는 까닭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가족 경영 기업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일제가 남긴 ‘적산(敵産)기업’을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헐값에 불하해 주면서 탄생했다. 그리고 이들은 박정희 독재 정권의 경제 개발 정책과 비호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다시 말해서 정경 유착을 통한 각종 특혜와 독점을 발판으로 오늘날과 같은 괴물이 된 것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과정을 거쳐 성장해 온 재벌들에게 정상적인 기업 문화나 기업윤리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특히 한국의 재벌들은 착취와 편법을 통해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에는 인색하거나 무관심하다.

그런데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와 불투명한 지배 구조, 합법과 불법을 교묘히 오가는 상속 행태가 오늘날 한국 재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부와 경영권 세습을 동일시하면서 모든 재앙이 시작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많은 창업주들이 기업 경영 능력 검증이나 훈련 과정 없이 2세, 3세, 4세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기업을 물려주고 있다. 그들은 치열한 입사 경쟁은 물론 적자생존의 승진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어느 날 졸지에 임원급이 된다. 그리고 재벌 총수 일가라는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고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갑질을 해댄다.

때문에 이번에 다시금 발생한 대한항공 총수의 장녀, ‘땅콩 공주’ 조현아에 이은, 차녀, ‘물컵 공주’ 조현민의 갑질 사건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운 좋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그릇된 선민(選民) 의식에 빠져 있는, 정신 장애자들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대한항공’ 상호를 바꾸고, ‘태극기’ 문양도 삭제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을까. 사실 사기업인 한진그룹이 국가 기업처럼 ‘대한’이란 명칭과 함께 ‘태극기’ 문양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땅콩 회항으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을 때, ‘대한항공’이란 명칭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격이 크게 훼손되고, 국민들 역시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 대부분이 대동소이한 속성을 갖고 있어, 재벌가(家)의 부도덕한 갑질을 대한항공 총수 일가만의 문제로 국한하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오늘은 대한항공이지만, 어제는 SK, 환화, 미스터 피자, 효성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하지만, 그것은 소나기를 잠시 피해가기 위한 쇼에 불과할 뿐, 진정성이 결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까닭은 대한항공의 조현아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제자리로 원대 복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현민 사건을 계기로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고가 명품 밀수와 탈세 혐의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관세청의 압수 수색까지 받게 되자, 총수는 궁여지책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 조현민 두 딸 모두를 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겠다고 총수 스스로 공언했지만, 이런 부도덕한 재벌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늘 아프고, 불편하다.

미국의 에어헬프(Airhelp)가 발표한 2018년 항공사 평가 순위에서 대한 항공은 평가 대상 72개 항공사 중 66위로 ‘최악의 10대 항공사’에 포함됐다. 올해 1분기 항공사들의 정시 운항률, 신뢰할 만한 웹사이트에 공개된 승객의 서비스 평가, 고충 처리에 대한 평점을 바탕으로 매긴 평가 순위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런 기업 총수 일가에게 국적기인 대한항공 경영권을 계속 맡겨도 될지 고민이 절실히 필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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