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2일(목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예천 삼강·회룡포 강변길
‘육지 속의 섬’ 회룡포를 지나 세 강이 만나다

  • 입력날짜 : 2018. 06.26. 18:43
용이 비상하는 것처럼 물이 휘감아 350도 되돌아서 흘러나가는 모양이 섬 같아 보이는 회룡포 전경.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삼강마을이 있다. 이름 그대로 세 강이 만나는 곳이어서 ‘삼강’이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과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동쪽 기슭에서 시작된 내성천, 그리고 문경에서 내려오는 금천이 바로 삼강마을 앞에서 합류하기 때문이다.
아주 먼 옛날, 이곳 삼강나루터는 낙동강을 따라 물건을 싣고 오르내렸던 장삿배들이 쉬었다가는 길목이었다.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선비들도 배를 타고 와서 여기서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문경새재를 넘어야했다. 보부상이나 나들이객, 선비들이 오가는 길목인 삼강나루에 주막이 없을 수 없다. 교통이 발달하고 여기저기 식당들이 생기면서 옛 주막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지만 삼강주막은 근래까지도 명맥이 유지됐다.

1900년께 삼강나루에 지어 100년 넘게 유지해오던 삼강주막은 2대 주인이자 ‘낙동강 마지막 주모’로 불렸던 유옥연 할머니가 2005년 세상을 떠나면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가 2007년 옛 모습 그대로 복원돼 새로운 주모와 함께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삼강마을에서 낙동강을 건너기 위해 비룡교를 건넌다. 비룡교는 삼강마을에서 내성천이 휘돌아 흐르는 회룡포로 가기 위해 만들어진 교량으로 다리 위에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2층 전망대에 올라서니 위쪽으로는 안동 하회마을을 지나 이곳으로 흘러오는 낙동강이 유유하고, 아래쪽으로는 내성천과 금천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삼강의 모습이 정겹다.

세 강이 만나는 삼강나루에 있는 삼강주막, 1900년께 지어 100년 넘게 유지해오던 건물을 2007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이제 우리는 잠시 강과 헤어져 회룡포로 넘어가는 산길을 걷는다. 사림재를 넘어 강변으로 내려서니 민가 몇 채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용포마을이다. 마을 앞 제방에 서자 회룡포를 휘감아 돌아오는 내성천이 부드럽고 고요하다. 용포마을에서 강 건너 회룡포로 건너는 뽕뽕다리가 내려다보인다. 크고 웅장한 교량보다는 자연과 어울린 작고 소박한 뽕뽕다리가 훨씬 정감 있다.

회룡포로 이어지는 뽕뽕다리는 두 개가 있는데, 이 다리를 제2뽕뽕다리라 부른다. 뽕뽕다리를 밟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강과 분리되지 않고 강물과 하나 된다. 강물은 모래 위로 흐르지만 모래 아래로도 흘러 평상시 이곳 내성천의 물높이는 성인의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맑은 강물은 강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강변과 강바닥에는 곱디고운 모래가 섬섬옥수처럼 펼쳐지고, 내성천 왼쪽에서는 비룡산이 타원형 산줄기를 이루면서 강줄기를 가로막는다.

나는 뽕뽕다리에 서서 내성천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자연스러운 물 흐름은 추상화 같은 모래톱을 만들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강물은 물고기를 비롯한 여러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터전이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진다.

내성천을 건너 ‘육지속의 섬’이라 불리는 회룡포로 들어선다. 섬처럼 느껴지는 회룡포에는 오랜 기간 충적돼 만들어진 농경지와 물 맑은 내성천에 의지해 조상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있다. 길은 강변 제방을 따라 둥글게 이어진다. 둥글게 마을과 농경지를 감싸며 이어지는 제방길을 걷다보니 또 다른 뽕뽕다리에 닿는다. 지금은 제1뽕뽕다리라 불리지만, 이 다리는 조금 전 우리가 건넜던 위쪽의 제2뽕뽕다리가 생기기전까지는 회룡포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였다.

회룡포 제1뽕뽕다리. 철판에 구멍이 뚫린 뽕뽕다리를 건너다보면 발밑으로 물이 흘러간다.
뽕뽕다리를 지난 강물은 회룡포마을 앞에서 또 다시 180도를 휘감아 돌아간다. 수량이 많지 않은 강물은 강 가운데에 조각보 같은 작은 모래섬을 만들게 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누가 들을세라 숨죽여 흐르는 물소리가 고요하다.

뽕뽕다리를 건너면 강변길은 강변 제방을 따라 이어지지만, 우리는 비룡산으로 오른다. 비룡산에서 회룡포의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비룡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용주팔경시비가 서 있다. 비룡산으로 오르는 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비룡산에 가까워지면서 삼층석탑과 아미타불좌상, 용왕각이 땀 흘리고 오는 중생들을 맞이한다. 아미타불상 사방으로 소원을 적은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매달려 있다.

용왕각 100m 아래에 장안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잠시 장안사를 다녀오기로 한다.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 국태민안을 위해 전국에 세 곳에 장안사를 창건했는데, 예천 장안사도 그 중 하나다. 나머지 두 곳은 금강산과 양산의 장안사다.

대웅전 앞에 서니 멀리 예천과 문경의 고산들이 첩첩하게 다가온다. 이윽고 회룡대에 이른다. 회룡대에 오르자 신비로운 회룡포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유유히 흐르던 강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상류로 거슬러 흘러가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된다. 용이 비상하는 것처럼 물이 휘감아 350도 되돌아서 흘러나가는 모양이 섬 같아 보인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국태민안을 위해 전국에 세 곳에 장안사를 창건했는데, 예천 장안사도 그 중 하나다.
안동 하회마을을 비롯해 물돌이동을 이룬 곳이 많지만 이곳 회룡포 만큼 완벽한 물돌이동은 찾아볼 수 없다. 산 위에서 보는 회룡포로 통하는 두 개의 뽕뽕다리가 귀엽고 정답다. 회룡포를 한 바퀴 돈 내성천 물줄기는 다시 이곳 비룡산을 크게 휘돌아간 후 낙동강에 합류된다. 회룡포는 명승지 제16호로 지정됐다.

회룡대에서 비룡산 정상인 봉수대로 향한다. 비룡산(240m) 봉수대는 고려 의종 3년(1149)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동쪽으로 예천읍의 서암산, 서쪽의 다인 소이산, 북쪽 산양 가불산 봉수와 연락했다. 현재의 봉수대는 2000년 예천군이 복원했다.

능선길을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예천군 용궁면의 농경지와 문경의 산들이 첩첩하게 다가온다. 작은 봉우리와 부드러운 능선을 넘어 원산성을 밟는다. 둘레 920m, 높이 1.5-3m로 쌓여진 원산성은 흙과 돌을 섞어 쌓은 토석혼축성이다.

원산성을 지나 강변으로 내려선다. 범등을 넘어 잠시 내리막길을 내려서자 오전에 건넜던 비룡교가 등장한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비룡교 중간에 있는 2층 전망대에서 기다리고 있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전망대로 불어오는 강바람이 시원하다.


※여행 쪽지

▶예천 삼강·회룡포 강변길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 세 강이 만나는 삼강과 아름다운 물돌이동을 이룬 회룡포를 걷는 길이다.
▶코스(13.65㎞/4시간 소요) : 삼강주막→비룡교→사림재→제2뽕뽕다리→제1뽕뽕다리→장안사 입구→성저마을→원산성→범등→비룡교→삼강주막
-이 코스에서는 회룡포 전경을 볼 수 없다. 회룡포 전경을 보기 위해서는 제1뽕뽕다리를 건넌 후 용주시비에서 비룡산으로 올라야 한다. 비룡산 회룡대에서 원산성으로 가면 본 코스와 만난다. 비룡산 코스는 정규코스에 비해 거리가 2㎞ 정도 줄어들지만 산길이라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삼강주막(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 27)
▶삼강주막에서는 잔치국수, 소고기국밥 같은 식사와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 삼강주막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예천군 용궁면소재지는 순대로 유명한 곳이다. 여러 순대집이 있지만 박달식당(054-652-0522)의 막창으로 만든 순대가 별미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