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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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 고슴도치 딜레마, I-POSITION에서
정정화
(주)박앤정 임상심리클리닉

  • 입력날짜 : 2018. 07.04. 19:44
어느 겨울밤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피하려 떼 지어 몰려들었다. 하지만 서로 가까이 붙을수록 뾰족한 가시에 찔려 고통은 심했다. 그런데 다시 멀리 떨어지면 견딜 수 없는 추위가 엄습했다. 붙었다 떨어졌다 그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 비로소 너무 아프지도 않으면서 편안히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적정한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분화(Differentiation)를 이해하기에 좋은 일화,‘고슴도치 딜레마’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마저도 소소한 많은 것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작용한다. 가족구성원, 아니면 중요한 사람이나 물질 혹은 크고 작은 습관 등이 그것이다. 너무 멀리하거나 단절되어 지내면 가끔씩은 내 자신이 마치 홀로인 듯 외롭고 쓸쓸해지며 고슴도치의 매서운 추위를 맞보게 된다. 너무 가까이 밀착되어 지내면 어느새 부담스럽고 정작 내 자신은 상실된 듯 함께 에서 벗어나 고요히 혼자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 용광로 같이 불꽃 튀는 사랑으로 골인한 커플들이 더 빨리 식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분화, 더 나아가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란 한 사람이 타인이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의 직장 상사나 고객이, 혹은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나를 자꾸만 무시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면 감정적으로 상처받을 수 있고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

분화가 잘 된 사람은 그 말에 적어도 적대감이 활활 타올라 생각 없이 말을 내뱉어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과 타인은 서로 다른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고, 단지 타인의 느낌이며 생각일 뿐이라는 타인의 책임소재임을 깨달고 고슴도치의 고초를 겪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분화가 안 되어 아파하는 사람은 어떤 분화수준의 대상과 만남의 경험을 시작하는가가 치유의 관건이다. 즉, 치료자의 분화가 치료의 기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대상이 자기 방식에 따라 기능하고 잘 살아갈수록 그 대상을 만나는 아파하는 사람도 꼭 그 정도로 분화된다는 의미일수 있다. 예외 없이 상담자 또한 자신과 타인을 잘 구분지으며 즉각적인 반사가 아닌 반응하며 감정과 생각을 분리해서 아는 것이 그것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상담받는 사람도 자기에게 중요한 대상이 분노, 슬픔 또는 또 다른 감정에 압도당할 때 이제는 매번 화를 내거나 그를 구해내려고 돌진하지 않게 된다. 대신 상대방이 피하고 싶어하는 그 구렁텅이를 차분히 걸어 들어가서 상대방 또한 그의 분노, 슬픔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자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발달과정 속에서 들었던 크고 작은 메시지가 있다.

“너는 왜 너 밖에 모르냐?”, “그래도 너라도 해야지”, “너만 믿는다”, “네xxx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너는 제발 그러지 마라!”

표현은 모두 우리가 아닌 “너”인데, 정작 그 주체인 지금의 “나”를 내가 온전히 타인과 구별되는 나로써 들여다보라는 메시지가 결코 아니다.

분화를 위한다면 위치를 바꿔보자.

“너, 저런 얘기 들을 때 솔직히 어떤 기분 들어?”, “너, 지금 무슨 생각해? 저렇게 하고는 싶은 거니?”, “넌 너 스스로를 믿니?”, “너는 너일 뿐이야. 알지?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그래서 말하는건데 넌 뭘 하고 싶어?”

가만히 귀 기울여보자. 자신의 대답에. 그리고 자기 분화를 위해 타인에게 반응하듯 얘기해보자.

“그냥 나 좀 많이 생각해줘”, “그 일, 꼭 내가 안해도 되지?”, “나한테 의지 안하면 나는 더 편할 것 같애”, “나도 몰라, 내가 할지 안할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도” 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가를 표현해보자, 그저 내 입장 I-POSITIO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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